"이 법은 종전의 제주도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리고 자율과 책임, 창의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설치하여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하고, 행정규제의 폭넓은 완화와 국제적 기준의 적용 및 환경자원의 관리 등을 통하여 경제와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환경친화적인 국제자유도시를 조성함으로써 도민의 복리증진과 국가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 제1조 목적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목적은 고도의 자치권 보장. 그러나 지난 16년 간 성적표는 좋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위원장 박경숙)는 26일 오전 10시 30분 제주도청 본관 4층 탐라홀에서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 추진 연구용역 1차 중간보고회'를 개최했다.

제주도는 2006년 7월 특별자치도를 출범하면서 기존 기초지방자치단체를 폐지하고 단일광역자치단체로 행정계층 구조를 개편한다. 이날 보고회에서는 행정체제 개편 경과와 그간 성과를 평가하고 새로운 모델 도입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성과평가는 '특별자치도'와 '행정체제'로 분석대상을 분리, 특별자치도 성과분석은 △자치분권 △주민자치 △내외통제 △주민삶의 질 등을 평가했다. 행정체제 성과분석은 △행정 효율성 △수요 대응성 △지역 균형성 △주민 편의성 △주민 참여성 등을 기본으로 △타 지자체 비교 △특발자치도 출범 전후 장단점 비교 등을 추가 측정했다. 

재정권 확보 일반 자치단체 평균보다 떨어져

자치권 중 핵심이라 할만한 재정권. 제주도 재정자립도는 전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2007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 재정자립도(52.2~49.9%)와 제주도 재정자립도(26.1~32.7%)를 비교한 결과 약 25%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간보고서 발췌.
중간보고서 발췌.

'재정자주도'로 지방자치단체 재정여력을 더 포괄적으로 판단 할 수 있다. 제주도 재정자주도(62.1~70.5%)는 같은 기간 전국 재정자주도(75.7~73.4%)보다 약 4~5%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재정 자립도는 재정 수입의 자체 충당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전체 예산(일반 회계 예산 규모) 가운데 지방세와 세외 수입 비율로 측정하며, 재정 자주도는 자치 단체의 전체 예산 가운데 지방세와 세외 수입과 더불어 중앙 정부의 지방교부세와 조정 교부금이 추가 포함된 비율을 의미한다. 따라서 재정 자립도는 세입에 초점을 두며, 재정 자주도는 전반적인 재무 구조에 초점을 둔다. 재정자주도가 높을수록 지방 자치 단체가 재량껏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의 폭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이하 균특회계)도 해매다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도는 자치재정권 일환으로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균특회계에 별도로 제주계정을 운영, 그 규모가 2007년 3476억원(전체 5.1%)에서 2022년 2704억원(2.5%)으로 줄었다. 

따라서 성과분석 FGI(심층면접)에 참여한 전문가 집단은 자치 분권을 위해서는 기능적·종합적 권한 확대가 필요하며 그에 따른 영구적 재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아울러 주민대표 집단은 "자치분권의 고유한 의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재정이 뒷받침 돼야 하나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세원의 제약으로 자유와 책임의 원리가 원활히 작동할 수 없고, 더욱이 중앙정부의 고유한 의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재정부분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시만단체는 "자치분권의 핵심인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자치재정권을 여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환경세 등 자율 세원을 위한 입법권 확보"를 강조했다. 

'도민복리 증진' 목적 부합에도 '글쎄'

자살률은 개인의 삶의 질과 관련이 높은 지표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제주도 자살률을 살펴보면 25.1%에서 2021년 26.1%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해마다 비교하면 15년 중 무려 11년이나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구분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2019 2020 2021
전국 24.9 26.0 31.0 31.2 31.7 28.1 28.5 27.3 26.5 25.6 24.3 26.6 26.9 25.7 26.0
제주 25.1 28.9 32.6 31.4 31.0 31.5 32.9 27.2 24.5 24.0 26.7 30.6 31.7 30.0 26.1

 

같은 기간 가계부채 비율을 살펴보면 제주도(40.9%)가 전국 평균(34%)보다 5.1%로 높았고 문화여가지출률은 전국(40.6%)보다 33.0%로 낮았다. 

여가시간은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삶의 질 수준을 가늠하는 기초 지표로 가계 빚은 늘고 삶의 질은 낮아졌다는 의미로 파악할 수 있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제주도 지역내총생산(GRDP) 변화율(39.1%)이 전국 평균(28.7%)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지만 제주 상용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2022년 기준 10년간 '전국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고용노동부 기준).

임금 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가구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임대료 비율이 제주도(15.9~12%)의 경우 전국(17.5~15.7%)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가계 경제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통행 안전성·편의성을 측정 할 수 있는 도로교통사고사망률도 제주도는 같은 기간 18.4%~7.7%의 변화율을 보이면서 전국 평균 변화율(12.7%~5.6%)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일반 지자체와 비교해 도민의 삶이 더 나아졌다고 보기 어려운 수치들이다. 

출범 당시 '행정 효율성·민주성' 강조...그러나

제주도는 특별자치도 비전인 '제주국제자유도시' 실현을 위해 기존 중층제(4개 시군)는 행정 효율성과 지역 부합성 측면에서 취약하다고 봤다. 따라서 4개 시군(제주시·서귀포시·북제주군·남제주군)을 폐지하고 현재의 단층제로 전환한다. 

그러나 당사자인 공무원들조차 특별자치도 출범(단층제 전환) 후 행정 효율성은 떨어지고 행정 민주성은 약화됐다 인식했다. 

민선8기 오영훈 도정은 핵심 공약인 '행정체제 도입'에 대한 도민인식 조사* 를 진행 이번 연구용역 중간보고서에 담았다. * 조사는 지난 3월 27일부터 4월 9일까지 제주도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2007년 전·후 10년 간 공무원 수의 변화를 비교하면 규모의 변화는 크게 없다.

다만 공무원 1인당 공무원 수가 1996년 107.3명에서 2005년 121명까지 증가하다가 2007년 112명으로 감소, 이후 점차 증가해 2016년 123.2명으로 집계됐다. 

실제 행정 효율성이 높아졌는지 묻는 질문에서 공무원은 단 28.5%만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31.4%는 '그렇지 않다' 고 응답했다. 

행정의 민주성 약화 질문에도 '그렇다'는 응답(39.2%)이 '그렇지 않다'는 응답 (28.5%) 보다 높게 나타났다.

공무원들조차 특별자치도의 출범 목적인 행정 효율성은 제고되지 않았으며, 행정 민주성은 약화됐다고 평가한 것이다. 

출범 후 '제왕적 도지사'와 '팔다리 없는 행정시'

단층제 적용에 따라 도지사에게 권한이 집중됐고, 행정시 기능은 약해졌으며 따라서 현행의 행정체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공무원과 도민 모두 인식이 비슷했다. 

도지사 권한집중 인식을 묻는 질문에서 공무원의 경우 '동의한다' 응답이 69.2%, '동의하지 않는다' 응답이 7.4%로 나타났다. 도민의 경우 74.3%가 동의했다. 

또 행정시 운영과 관련해서도 공무원 응답자 61.8%가 행정시의 자율적 시정운영이 곤란한 것으로 평가했다. 다수 공무원들이 행정시의 자율적 시정운영의 부재를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도민 역시 53.9%가 이를 문제라고 인식했다. 

그러나 현행 행정체제의 개편 필요성에 대해서는 도민(61.4%)이 공무원(59.8%)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한 기초자치단체 폐지로 인한 도민의 행정참여 곤란 인식도 공무원과 도민이 온도차를 보였다. 

제주도는 광역자치단체만 법인격이다. 현재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재정권·조직권·입법권이 없다는 의미다. 이 같은 시군 폐지로 도민들의 행정참여가 곤란해졌나는 질문에 공무원들은 '동의'가 34%, '비동의'가 28.8%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반면 도민 응답자의 41.8%는 행정 참여가 곤란하다고 평가, 공무원들의 인식과 다소의 차이를 보였다. 

수요 대응성 FGI 조사에서 주민대표는 "도 본청으로 행정권한과 기능이 집중되면서 행정의 민주성이 오히려 약화됐다"면서 법인격을 가진 기초자치단체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제주도가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고 단일 광역자치단체로 바뀐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87.6%가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를 도지사가 임명하고 있다는 것도 74.3%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다른 시도의 시군구와 달리 기초자치단체 권한이 없다는 것은 과반(52.8%)이 모르고 있었다. 특히 20대 71.7% 30대 65.8%가 해당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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