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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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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 전기차 보급확산 정책에 따라 2030년이 되면 카센터나 주유소 일자리가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관련 업종 일자리 감소가 현실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차 보급에만 속도를 내면 종사자들의 타격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기후변화라는 말이 낯설던 2012년, 제주도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 없는 섬(CFI·Carbon Free Island)’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탄소없는 섬 정책의 두 축은 ‘에너지 전환’과 ‘전기차 보급’. 제주에서 쓰는 전력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만들고, 모든 차는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제주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CFI 정책 시행 후 10년이 지난 현재 전기차 보급률은 5% 수준. 하지만 2015년부터 2023년 현재까지 폐업한 정비소는 72곳. 같은기간 폐업한 주유소와 LPG 충전소는 26곳이다. 현재 2곳 주유소는 휴업중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해 말 ‘제주도 전기차 보급확산 정책이 지역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발표했다. 

이들은 전기차 보급 확산 정책에 따라 2030년 자동차 수리정비업 노동자는 2020년 대비 절반 가량 줄어들 것이며, 연료소매업 노동자는 2020년 대비 최대 4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제주도정이 기존 자동차 관련 업종 종사자들의 적응 대책(직종 전환이나 재취업 대응 등)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줄어드는 카센터와 주유소

한국노동연구원은 도내 기존 자동차 수리정비업 사업체수가 2022년 484개에서 2030년 357개(73.8%)로 줄어들것으로 전망했다. 이 추정치에 따르면 노동자수는 약 52% 수준으로 감소. (2022년 2500여명→2030년 1320여명)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제주도 전기차 보급확산 정책이 지역고용에 미치는 영향' 발췌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제주도 전기차 보급확산 정책이 지역고용에 미치는 영향' 발췌

 

주유소나 LPG 충전소 등 연료소매업 사업체수는 2022년 기준 228개에서 2030년 199개로 약 87%로 줄어든다. 노동자수는 2022년 약 1200여명에서 2030년 약 1080여명으로 약 88% 수준으로 감소한다. 

업종 종사자들은 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카센터 등의 경우 2022년 504개에서 2030년 273개로 확 줄며, 같은기간 노동자수는 2382명에서 1517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주유소 등은 233개에서 132개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으며 노동자수도 1256명에서 761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환기 노동자에 대한 사회 안전망 부재

국가온실가스를 2050년까지 100% 감축하려면 글로벌 수요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국제사회가 약속한 2050 탄소중립은 단순히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 아니다.

‘고용 없는 저성장 시대’ ‘불평등’ ‘지역사회 공동체 해체’ ‘저출산 고령화 사회’ ‘노동 잉여 세대 증가’ 등 자본 중심 시장 경제의 실패를 인정하고 누구도 소외받지 않은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을 포괄한다. 따라서 전환 사회 명제는 ‘과정과 결과가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한다’는 원칙에서 출발해야 한다. 

문제는 CFI정책이 전기자동차 보급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인프라 전환에 의해 고용위기에 처할 사업장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 

2022년 말 제주도 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등에서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일자리 감소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생존 전략 마련을 건의한 바 있다. 

조합에 따르면 도내 전문정비업소는 400여 개. 당시 조합은 “도내 전문정비업체는 대부분 영세하다”면서 전기차 보급에 따른 생존 전략 마련을 요구했다.

전문정비업 종사자들의 일거리 감소, 그로 인한 업종 전환 및 폐업이 속출하고 있어 업종 전환이나 재취업 방안 등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전기차 충전소.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전기차 충전소.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전기차 보급 속도에 맞춘 인프라 구축도 시급하다고 했다. 

원동기 형식의 자동자 정비 현황에서는 전기차에 대한 정비가 불가, “절연설비, 진단설비 등을 갖추기 위한 시설 지원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1차 제주도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2024~2033) 수립 용역 과업지시서를 살펴봐도 기후위기 극복 산업 육성 차원에서 일자리 창출과,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전환기 노동자 보호 대책 마련 주문이 없다.

국내외 자동차 제조사에서도 관련 교육프로그램과 정비기술인증제도를 마련하고는 있지만 이는 소수의 자사 또는 자사 정비 협력사 직원만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수리정비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반 정비사업체는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준비한 만큼 안전할 수 있다

전기자동차 확산을 위해서는 전기 충전 시설이 구축돼야 하고, 이를 운영하기 위한 인력도 요구된다. 

충전시설 구축은 기존의 건설공사와 전기공사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제주도는 이미 상당 부분 해당 시설이 구축돼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전기차 충전기와 관련해 매년 385명의 일자리가 만들어 질 것으로 내다봤다. 

공공충전기 2만기 가운데 사용연한(3~4년 예상)이 도래한 공공충전기 교체가 매년 5000기씩 이뤄진다면, 매년 385명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계산이다. 

전기차 폐배터리 산업화 관련 현장을 방문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설명하고 있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전기차 폐배터리 산업화 관련 현장을 방문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설명하고 있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폐배터리 활용업 부문에서도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폐배터리 활용업의 경우 재사용과 재활용으로 구분된다. 대규모 시설이 필요한 재활용업은 도내 민간 사업체가 아직 없다. 

제주도가 파악한 폐배터리 재사용 관련 도내 업체는 10여개소. 모두 10인 미만 영세사업장으로 투자 및 연구개발 단계에 해당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은 “현 단계에서 필요한 연구개발 인력을 제주에서 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진단, 관련 부문에서도 도내 인력 양성의 기회를 만들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제주도청이 지원하는 교육훈련으로는 한계가 존재한다"고 지적하면서 △전기자동차 정비인력 양성 △정부나 지자체 관련 사업 홍보 △폐업 지원 △사업 다각화 지원 △직종 전환 △중고차 수출업 활성화 등의 정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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