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반달을 닮은 마을 '월정리' 

구좌읍 월정리는 행원리, 한동리와 마을이 인접해 있고, 

서쪽으로 모래동산, 임야지, 잡종지를 형성하고 있는 지대를 사이에 두고 김녕리와 경계를 이루고, 

북쪽은 모래로 이루어진 청정해안을 끼고 있는 해안마을이다.

바다에서 바라보면 반달 같다고 해서 '월정리(月汀里)' 

물가에 있는 반달모양의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월정리는 농경지가 부족한 탓에 일찍이 바다를 밭과 같이 여겨서 '바당밭'이라 불렀고 

어업활동과 함께 돌과 바위를 깨서 밭을 일구며 밭담을 쌓고 농사를 지었던 

반농반어의 생활과 문화가 뚜렷하게 남아있다.

해발 고도 50m 이하의 낮은 평탄지를 이루는 구좌읍 열두 마을 중 가장 작은 마을로 

당근, 마늘, 쪽파, 양파 등이 주요 소득작물이다.

미래의 신재생에너지인 풍력, 태양열 연구시범단지 등이 들어서 있는 

무공해 환경운동을 이끌어가는 마을이기도 하다.

[월정]
[월정]

거친 비바람에 천 년을 견뎌 온 제주밭담은 

2014년 4월, FAO(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 세계 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구불구불 흑룡만리(黑龍萬里)의 아름다움으로 

제주도 전역에 분포한 밭담의 길이는 2만 2천 km에 이른다.

월정리 일대는 용암동굴이 많이 분포하는 지역으로 

밭담의 밀도가 높아 제주밭담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고 

세계자연유산인 당처물동굴과 용천동굴을 지하에 품고 있다.

[머들이네 가족]
[머들이네 가족]
[체험공간]
[체험공간]

매년 밭담축제가 열리는 월정 제주밭담 테마공원 

규모는 작지만 제주밭담과 돌담들에 관련한 전시물들을 갖추어 놓았다.

월정 진빌레 밭담길은 구좌읍 월정리(흑룡만리밭담 2길) 일대에 조성된 코스로 

제주밭담 테마공원을 시작으로 밭과 밭담으로 이어지는 길은 

약 2.5km로 40여분 소요된다.

[외담]
[외담]

돌담에는 쌓는 목적과 위치에 따라 

거주공간에는 축담, 울담, 올레담을 쌓았고 

삶의 터전에는 옛 제주인들의 지혜가 담긴 잣벡담, 머들, 원담(갯담)을 만들었고 

잣담을 쌓아 마소를 위한 목장의 경계로 사용했다.

무덤에는 산불, 마소에 의한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산담을 쌓고 

고려시대부터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환해장성, 

제주의 3성을 둘러싼 성담이 있다.

[월정 제주밭담 테마공원]
[월정 제주밭담 테마공원]
[진빌레 밭담길]
[진빌레 밭담길]

제주 바다의 거센 바람을 막아준 밭담 

한적한 길에는 제주밭담 캐릭터 머들이네가 길을 안내한다.

(머들은 제주어로 '돌무더기'를 뜻한다.)

물이 빠져나가면서 드러난 용암이 뒤덮고 있는 풍경 

넓적하게 펼쳐진 암반이 눈에 들어온다.

진빌레는 넓적하게 펼쳐진 암반을 뜻하는 제주어로 넓고 평평한 용암대지를 뜻한다.

제주의 아름다운 돌담여행, 그 길을 걸어본다.

[진빌레]
[진빌레]
[갯무]
[갯무]
[머들이네 가족]
[머들이네 가족]

모래와 해풍으로 키운 당근밭 

폭설로 농작물 피해를 보셨다면서 1월 초쯤에 수확예정이라던 당근밭은 

수확이 끝나고 텅 빈 모래밭만 그대로 남아있다.

밭담길을 걸으며 궁금했던 밭 모퉁이 타원형의 돌담은 '숨골우물'로 

지금은 우물을 메워서 바닥이 보이지 않지만 30년 전까지 이곳 우물을 마셨다고 한다.

제주의 현무암으로 쌓아 올린 밭담 풍경은 특이하면서도 매력적이다.

[숨골우물]
[숨골우물]
[당근]
[당근]
[갯무]
[갯무]
[전호]
[전호]

제주의 삶과 역사가 된 제주밭담 

돌 하나하나가 용암지대의 태곳적 기억을 품고 있고 

이곳에서 만나는 밭담의 돌들은 빌레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제주밭담의 원형이 살아있는 밭담들이 겹쳐진 듯, 이어진 듯 펼쳐지고 

힘차게 돌아가는 풍력발전기와 어울려 엽서의 그림 속을 여행하 듯 설렘으로 채워진다.

[진빌레정]
[진빌레정]
[밭담캐릭터 머들이네 가족]
[밭담캐릭터 머들이네 가족]

봄풍경이 주는 진빌레 밭담길 

구불구불 끝없이 이어진 밭담은 흑룡만리의 모습을 드러낸다.

모래밭은 물이 잘 빠지는 것이 특징이지만 

월정리 일대의 토지는 용암의 암반(빌레) 위에 바닷바람에 실려온 모래가 쌓였다.

흙이 없는 척박한 모래땅이지만 

이곳에 당근, 마늘, 쪽파, 양파 등을 심어 억척스럽게 생계를 이어갔다.

[양파]
[양파]
[쪽파]
[쪽파]
[외담]
[외담]

제주밭담은 천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쌓아 올려진 

제주 농업을 지켜온 버팀목으로 삶에 대한 제주 선조들의 지혜가 녹아 있는 문화적 산물이다.

바람을 걸러내고 토양유실을 막고, 가축의 침입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쌓아 올리기 시작하여 밭과 밭 사이 경계 역할도 한다.

[쪽파]
[쪽파]
[구멍 숭숭 밭담]
[구멍 숭숭 밭담]

자연이 만들어놓은 천 개, 만 개의 눈을 가진 밭담 

구불구불 끝없이 이어지는 가지런히 쌓은 밭담 사이로 구멍 숭숭 뚫린 모습 

아무리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에도 밭담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구멍 숭숭 뚫린 밭담 안으로 녹색의 푸르름 '쪽파' 

척박한 이곳의 대표 작물이기도 하다.

[밭담캐릭터 머들이네 가족]
[밭담캐릭터 머들이네 가족]
[김해 김씨 산소]
[김해 김씨 산소]

밭 안, 산담 안에는 봉긋하게 솟아오른 무덤들을 볼 수 있다.

제주의 대표적인 문화 상징인 무덤 앞에 세워진 작은 석상 '동자석' 

망자를 지키는 역할을 하면서 망자의 심부름을 하는 상징의 조형물이다.

투박하고 서민적인 4개의 동자석이 묘를 지키고 있다.

[산담]
[산담]

산담 안으로 봄을 수놓은 들꽃들의 세상 

[벋음씀바귀]
[벋음씀바귀]
[뽀리뱅이]
[뽀리뱅이]
[솜방망이]
[솜방망이]
[서양금혼초]
[서양금혼초]

바다와 함께 어우러진 '진빌레 밭담길'  

걷다 보면 눈부신 바다 풍경과 

바람개비를 닮은 하얀 풍력발전기를 만날 수 있다.

단조롭지만 한 발짝 걸을 때마다 여러 모습의 색다르게 보이는 밭담길 

까만 돌담이 어우러진 그림 같은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밭마다 산담이 둘러쳐있는 이색적인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울담에서 태어나 밭담에서 일을 하다 산담으로 돌아가는 제주인들의 삶, 

지혜와 부지런함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밭담길]
[밭담길]

빌레 지대는 많은 비가 내리면 

암반의 상태에 따라 물을 암반과 암반이 겹친 사이에 

굵은 틈이 많으면 숨골이 되어 빗물이 고일 틈 없이 빠르게 빠져버린다.

모래토질이지만 넓은 암반이 자리해 있는 밭은 

많은 비가 내리면 순식간에 '물왓'(물이 고이는 밭)으로 변해버리기 일쑤다.

경작지에 만들어진 수로는 일반적으로 밭 안으로 물을 끌어들이기 위한 장치이다.

진빌레 밭담길에는 밭담 안쪽에 도랑을 파고 도랑 옆으로 

돌담을 쌓은 이중밭담을 볼 수 있다.

[밭담캐릭터 머들이네 가족]
[밭담캐릭터 머들이네 가족]

한적한 밭담길 가장자리에는 

봄바람에 살랑이는 들꽃들이 길동무가 되어준다.

[모래냉이]
[모래냉이]
[세열유럽쥐손이]
[세열유럽쥐손이]
[반디지치]
[반디지치]
[방가지똥]
[방가지똥]
[큰방가지똥]
[큰방가지똥]
[모래밭]
[모래밭]

진빌레 밭담길에는 모래가 섞인 밭을 자주 볼 수 있다.

바닷가가 가까운 밭일수록 모래가 가득하다.

월정마을의 밭은 대부분 빌레왓인데 거친 바람으로 모살왓까지 보태고 

살기 위해 척박한 땅을 일궈 온 생활 터전 이어갈려니 얼마나 고된 삶이었을까?

[돈나무]
[돈나무]
[송악]
[송악]
[동부하수처리장]
[동부하수처리장]

월정리에 자리 잡은 동부하수처리장이 눈에 들어온다.

 제주밭담 테마공원 맞은편 물이 맑고 수심이 앝은 물색 고운 바닷가 

카약을 타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

바닷속이 훤히 보이는 투명 카약을 타고 바다 위를 떠다니며 

자연과 오롯이 하나가 되는 여행의 묘미를 느낀다.

[카약을 즐기는 관광객들]
[카약을 즐기는 관광객들]

검은 현무암 위로

얼굴을 내민 염생식물들은 바닷가의 봄을 노래한다.

[갯강활]
[갯강활]
[갯장구채]
[갯장구채]
[뚜껑별꽃]
[뚜껑별꽃]
[땅채송화]
[땅채송화]
[갯완두]
[갯완두]
[암대극]
[암대극]
[월정리 바닷가]
[월정리 바닷가]

이방인의 성지가 되어버린 

소박하고 정감 가는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 '월정리' 

늘어나는 식당과 즐비한 카페가 일상으로 들어왔지만 

밭담이 내어주는 아름다운 길 위에서 

느리면 느린 대로 발품을 팔아 숨 쉬는 제주밭담을 기억해 보는 것은 어떨까?

구불구불 흑룡만리 밭담길, 용암동굴 위를 걷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고은희
고은희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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