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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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를 편하게 하기 위해 11개월 동안 교통사고 수사기록을 조작해 온 제주 경찰관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에 처해졌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오창훈 부장판사)는 지난달 29일 허위공문서 작성, 공전자기록 등 위작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장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로써 1심 형량인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이 유지됐다.

A씨는 2020년 5월12일부터 2021년 3월28일까지 서귀포경찰서에서 교통사고 관련 조사 업무를 맡았음에도 14건의 인적피해 교통사고를 단순 물적 피해만 있는 교통사고인 것처럼 속이는 등 수사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20년 5월 2일 도내에서 발생한 오토바이 교통사고 사건을 맡았다. 운전자는 23일간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A씨는 이를 알고도 물적 피해만 있는 것처럼 보고서를 작성했다.

특히 은폐한 사건 중 3개의 경우, 피의자가 무보험이거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사례였기에 정식 수사가 이뤄져야 했다. 하지만 A씨는 이를 알면서도 은폐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인적피해 사건은 처리해야 할 일이 복잡하고 많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명확히 구분해야 하고, 사고원인 규명, 탑승자와 동승자 확인, 사고 현장 약도 등 내용 등이 포함된 조서를 꾸려야 한다. 수사기록에 대해 심사를 받아야 하는 과정도 거쳐야 한다.

반면, 물적 피해사건은 간단하다. 교통경찰업무관리시스템(TCS)에 전산 정보를 입력하고, 상사 등 결재권자의 결재만 받으면 종결할 수 있다. A씨는 이 부분을 악용했다.

결국 내부 감찰을 받게 된 A씨는 자신에 유리한 진술을 종용하기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교통사고 피해자들에게 '보험처리 됐고 다친 곳 없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달라고 하는 식이었다. A씨는 현재 직위해제된 상태다.

1심 재판부인 제주지법 형사1단독 강종훈 판사는 지난해 7월12일 A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자 도덕적으로도 강한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다. 피고인의 행위로 성실히 업무를 수행하는 경찰공무원들에 대한 국민 신뢰가 손상되기도 했다"는 취지다.

A씨가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소를 기각했다.

제주지법 제1형사부는 "피고인은 경찰공무원으로 계속 근무하기를 희망하면서 관대한 처벌을 바라지만 중대한 범죄"라면서 "원심은 불리하거나 유리한 사정을 모두 참작해 선고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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