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서 행복한 섬 '청산도' 

모든 풍경이 작품이 되는 느림은 채움, 곧 쉼이다.

[동트는 '서편제 언덕']
[동트는 '서편제 언덕']

푸른 섬 청산도의 관문 '청산도항' 

맑고 푸른 다도해와 조화를 이루는 절경이 엽서 속 그림처럼 아름답게 펼쳐진다.

섬길은 청산도의 관문인 청산도항에서 시작된다.

여기저기 ‘슬로길’을 알리는 안내판, 슬로길은 말 그대로 천천히 걷는 길로 

시간에 쫓겨 바삐 걷다 보면 슬로길의 참 의미를 놓쳐버린다.

[정기여객선(완도~청산도)]
[정기여객선(완도~청산도)]
[청산도항]
[청산도항]

빨간색과 하얀색 등대를 지나 청산도항에 발을 디디면 

처음으로 만나는 청산도에서 가장 붐비는 도청리 

그 중심지인 도청 2리 파시거리는 활발했던 최대의 상업거리이자 

청산도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역사의 거리로 

학교, 관공서, 숙박, 편의시설과 식당. 카페 등이 밀집해 있다.

파시(波市)는 풍어기에 어류를 사고팔기 위해 열리는 바다 위의 시장으로 

과거 도청리는 파시로 유명세를 떨쳤다.

서해에 연평도 조기 파시가 있었다면 남해에는 청산도 고등어 파시가 있었다.

[11코스 미로길(파시문화거리)]
[11코스 미로길(파시문화거리)]

청산도 슬로길은

청산도 주민들의 마을 간 이동로로 이용되던 길로,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절로 발걸음이 느려진다 하여 '슬로길'이라 이름 붙여졌다.

문화체육관광부 이야기가 있는 생태탐방로로 선정된 청산도 슬로길은 

전체 11코스, 17개의 길, 42,195km로 이루어져 

각 코스마다 독특한 테마를 느낄 수 있고, 

포토존은 물론 푸른 바다, 푸른 산, 구들장 논, 돌담길 등 

길이 지닌 풍경, 길에 사는 사람, 길에 얽힌 이야기가 어우러져 있다.

실핏줄처럼 뻗어 있는 청산도 섬길은 

어디를 가든 특유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어 걷는 맛이 제대로다.

빠듯한 일정으로 가벼운 걷기와 인증숏을 위한 슬로길 

1코스(5.71km, 90분): 미항길~서편제길~청산진성~동구정길을 걸었다.

[슬로길 1코스 시작점 및 11코스 끝지점]
[슬로길 1코스 시작점 및 11코스 끝지점]

청산도의 관문인 청산도항부터 선창(부둣가)을 따라 걷는 미항길은 

관광객, 상인, 주민, 청산도 농특산물이 한데 모이는 길로 

바닷가의 삶의 활기가 넘치는 길이다.

[느림의 종]
[느림의 종]

완도에서 청산도항에 도착해 배에서 내리면

걷든, 배에 싣고 온 차를 운전하든, 버스를 타든 도락리를 거쳐 당리마을로 올라가게 되는데, 

이 구간에 노란 유채꽃과 초록의 청보리밭이 가득 펼쳐진다.

밭둑을 따라 이어지는 유채꽃과 청보리가 

푸른 바다와 어우러지는 선물 같은 시야를 꽉 채우는 봄 풍경에 

벌써 가슴이 두근두근 설렌다.

청산도 여행의 중심은 

단연 도락리와 당리마을 사이의 구릉이다.

밭담이 보여주는 곡선의 풍경 

발아래로 유채꽃과 청보리가 물결치고, 그 너머로 도락리 해안가에 늘어선 소나무 

그 뒤로는 푸른 바다와 일대의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당리마을 구불구불 돌담길 따라 청보리 물결 

이 구릉의 청보리밭에서 영화 '서편제'의 명장면이 탄생했고, 

KBS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지로 더욱 유명세를 타고 

느림의 미학 슬로시티로 지정되면서 

청보리밭과 더불어 노란 유채꽃물결이 더 아름다운 청산도가 되었다.

[당리에서 바라본 풍광]
[당리에서 바라본 풍광]

어느 곳에서 바라봐도 주변 풍광이 아름답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이 슬로길을 따라가다 보면 

항구, 해안도로, 오르막길, 비탈길, 논두렁길, 밭둑길, 꼬부랑길, 바닷길, 바윗길, 몽돌길, 

해안절벽, 솔숲, 숲길 같은 여러 색깔의 풍경을 만나게 된다.

[고분]
[고분]
[서편제 영화 촬영지(당리 슬로장터)]
[서편제 영화 촬영지(당리 슬로장터)]
[슬로시티 청산도]
[슬로시티 청산도]
[서편제길]
[서편제길]

산, 바다, 하늘이 모두 푸르러 청산(靑山)이라 이름 붙여진 섬 '청산도' 

푸른 바다, 노란 유채꽃 사이로 

천천히 꽃길 걷는 사람들까지도 예쁜 그림이 되어주는 청산도의 봄 

봄꽃으로 가득 채운 청산도는 바람마저도 노랗다.

[봄의왈츠 세트장]
[봄의왈츠 세트장]
[당재언덕에서 바라본 퐁광]
[당재언덕에서 바라본 퐁광]

당재언덕에 오르면 탁 트인 조망이 눈을 시원스럽게 한다.

드라마 ‘봄의 왈츠’ 세트장과 당재언덕 한쪽에 있는 빨간 우체통이 눈길을 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우체통이 아닌 1년 뒤 배달되는 ‘느림우체통’이다.

슬로길이 말해주듯 느림과 여유의 미학, 뒤를 돌아보게 된다.

[느림우체통]
[느림우체통]
[여인의 향기 촬영지]
[여인의 향기 촬영지]
[2023 청산도 슬로걷기축제]
[2023 청산도 슬로걷기축제]
[서편제 촬영지]
[서편제 촬영지]
[청산진성]
[청산진성]
[청산진성 계단]
[청산진성 계단]
[효부각]
[효부각]
[청산진성]
[청산진성]
[청산도 풍경사진관]
[청산도 풍경사진관]
[진성에서 바라본 마을 전경]
[진성에서 바라본 마을 전경]
[당리 서편제길]
[당리 서편제길]
[동구정길]
[동구정길]

동구정길은 도락리에 있는 

동구정이란 오래된 우물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길로 

동구정은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항상 같은 수위를 유지한다 하여 

신비의 우물이라고도 불린다.

옛날 만남의 장소로 이웃 간의 소식과 정보를 알 수 있었던 우물가는 

현재 도보 여행지의 갈증을 풀어주는 휴식처가 되었다.

청산도 주민들이 맨손으로 일군 삶의 터전 구들장 논은 

400여 년의 역사성을 지닌 청산도만의 전통농법으로 

물 빠짐이 심한 토질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청산도 사람들에게 땅은 섬에서의 삶이 얼마나 고된지를 말해주는 징표 같은 것이다.

농사 지을 땅이 부족해 경사지를 개간한 땅에 크고 작은 돌을 쌓고 

흙으로 다진 뒤 수로를 만들고 그 위에다 구들돌을 올리고 흙을 채운 게 구들장 논이다.

돌이 많고 물이 부족한 섬사람들의 애환과 지혜가 담겨있는 구들장 논은 

혁신적인 농업관개시스템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국가중요농업유산 1호, 

2014년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소나무 군락]
[소나무 군락]

청산도락 어촌체험마을 

한반도 끝자락인 완도에서 배를 타고 50여분 가야 하는 곳에 위치한 

신선이 사는 슬로시티섬 청산도, 

그리고 청산도항과 그림처럼 펼쳐진 도락의 어촌체험마을 

더 머물고 싶은 푸른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다.

[봄 햇살에 익어가는 보리]
[봄 햇살에 익어가는 보리]
[멀꿀]
[멀꿀]
[장딸기]
[장딸기]
[염주괴불주머니]
[염주괴불주머니]
[얼치기완두]
[얼치기완두]
[도락리 안길]
[도락리 안길]

청산도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마을마다 있는 돌담길로 

돌담마다 청산도의 역사가 짙게 배어있다.

비록 인공 돌담이지만 돌 하나하나에 자연스러움이 묻어난다.

[11코스 미로길]
[11코스 미로길]
[느림보우체통]
[느림보우체통]
[향토역사문화전시관(느림카페)]
[향토역사문화전시관(느림카페)]
[정기여객선(완도~청산도)]
[정기여객선(완도~청산도)]

승객들을 내려주고 기다리는 승객들을 태우는 동안 

고왔던 하루의 끝, 그리고 선물 같은 하루도 함께 실었다.

[실버클라우드호 선상에서]
[실버클라우드호 선상에서]

초록이 내려앉은 수채화를 그려내는 봄 

완도에 딸린 작은 섬 '청산도'에서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다.

걷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되는 섬의 이름 

빠름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느림의 가치를 일깨우는 

풍경이 느린 여행, 청산도는 쉼표이다.

고은희
고은희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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