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왜곡하고 사회적 약자를 혐오하는 각종 ‘가짜뉴스’가 쏟아지는 오늘날의 사회. 비판적으로 미디어를 읽어내는 능력을 배울 기회가 많지 않은 청소년들이 성인이 된다면 한국 사회는 괜찮을까. 

한국 공교육 시스템에서 교사들이 정치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환경이 정치 경계를 넘나드는 청소년들의 다양한 질문과 문제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는 책이 나왔다. 

이정원 제주한라대학교 방송영상학과 교수는 자신의 박사 학위 논문을 다듬은 《회색교실-교사는 정치에서 자유로워야 한다》(한그루 펴냄)을 출간했다.

책에선 국가가 교사들에게 부여한 ‘정치적 중립성’을 비판적으로 분석, 성찰한다. 저자는 “‘정치적 중립성’은 정권이 교사들을 통제하는 지배 양식”이라며 “교사들은 ‘중립성’의 경계선을 굵게 긋고 스스로 정치적 자율성을 스스로 감시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질문이 없다’는 것”이라며 “교사들은 ‘정치 중립’을 이유로 정치를 ‘회피’하는 것에 익숙하다. 정치적 쟁점이 담긴 다양한 사회 문제, 변화에 대한 질문이 실종되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설명한다.

이어 챗GPT 등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삶을 잠식하는 상황에서  “인공지능보다 ‘한 명의 사람’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인공지능과 구별되는 인간의 고유 본성, 정의와 공감 능력, 윤리∙연대의식, 인권, 예술적 감수성 등으로 인공지능과 공존하고 인공지능을 공공적 성격에 맞게 통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미래는 인류를 교육 역사의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가게 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다"라며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덕성을 두텁게 하며 걸어가야 한다. 아이들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양극화와 인권, 안전, 건강 등 지구적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교육의 주체인 교사들이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시민’, ‘정치하는 시민’이 되지 못하면 아이들에게 내재한 다양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미래 교육으로 갈 수 없음을 강조한다. 

교사 스스로 다원적 가치를 수용할 수 있는 독립·자유주의적 사고와 관용을 갖춰야 한다. 교육 철학과 가치관, 윤리에 대한 인문사회학적 사유·성찰을 해야 한다는 것. 

《회색교실》 목차는 △아이들의 '질문'이 '정치'다 △'정치 중립'의 진짜 모습-반공주의∙'시장인간' 육성 △정치 중립에 묶이면 '다름'이 두렵다 △낡은 정치 중립의 민낯, '가만히 있으라' △인공지능보다 '한 명의 사람'이 중요하다 등으로 구성됐다. 

한편 이정원 교수는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를 졸업하고 모교에서 사회학 석·박사를 받았다. 제민일보, 제주도민일보 기자로 근무했으며 교육청에서도 근무했다. 현재 제주한라대학교 방송영상학과 교수 겸 제주와미래연구원 부설 ‘제주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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