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게 있습니다. 바로 제주의 최대 자산이자 경쟁력인 '생태 자연환경'을 지켜나가는 일입니다. 이미 코로나19 팸데믹과 기후 위기는 지구촌에서 살아가는 인류에게 자연을 정복할 수 있다는 오만함을 버리고 자연을 존중하며 함께 행복한 지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교훈을 남겨주고 있습니다. 제주의 생태 자연환경을 지켜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도민이 행복한 생명 숲 만들기 사업과 생태계서비스지불제 시범사업 추진, 생태법인 제도화 방안 마련 등을 통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3관왕에 빛나는 제주의 우수한 자연생태적 가치를 지켜나가겠습니다"  

-2022년 10월 6일 오영훈 지사, 도정 100일 도민 보고회 발표문 중에서-

1일 제주커벤션센터 백록홀 A에서 '생태법인 제도 공유를 통한 아시아-태평양 생태평화공동체 형성' 섹션이 진행됐다. (사진=박소희 기자)

제주도가 국제사회를 향해 생태법인 제주포럼을 조직하고 이를 제주도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진희종 제주대학교 강사는 제18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서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생태법인 개념과 제도화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 같이 제안했다. 

1일 제주커벤션센터 백록홀 A에서 '생태법인 제도 공유를 통한 아시아-태평양 생태평화공동체 형성' 섹션이 진행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진희종 강사는 '생태법인 국제포럼'을 제안하면서 "제주도에서 정기적으로 개최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생태법인은 지구가 당면한 기후변화 등 생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개념으로 자연 존재에게 법적 권리능력을 부여하기 위해 창안한 법률 용어다. 동식물 등 자연물에 법인격이 부여되면 후견인 또는 대리인을 통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주체가 될 수 있다. 

진희종 강사는 생태법인 개념을 처음 제안하고 대중화 운동을 벌이고 있는 인물로 "현재 당면한 지구의 위기는 인간중심의 자연관이 불러온 인재"라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스스로 자기를 보존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목적론적인 삶을 지향하는 존재"라는 환경 윤리학자 파울 테일러의 말을 인용하면서 생태법인 제도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생태법인은 미래세대는 물론 인간 이외의 존재들 가운데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대상에 대해 법적 권리를 갖게 하는 제도로 공간적 한계를 갖는 국립공원보다 생물종 다양성을 지킬 수 있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진희종 제주대 강사 (사진=박소희 기자)

생태법인 제도화는 민선8기 오영훈 도정의 공약이기도 하다.

따라서 제주도는 지난 3월 31일 워킹 그룹(위원장 :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을 출범, 법적 근거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워킹 그룹에서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강민철 특별자치제도추진단장은 이날 토론자로 나서 제주특별법 개정과 함께 조례 제정을 검토중이라고 했다. 

다만 입법의 경우 국민공감대가 필요한만큼 제주도 연안에 서식하는 '제주남방큰돌고래'에 한정해 자치법규(조례) 먼저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유사 사례로 뉴질랜드의 환가누이강, 스페인의 석호 등 자연물에 권리를 부여한 바 있다.

강 단장은 "생태법인 제도화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 무겁지만 희망적"이라고 했다. 

정부 주도로 생태법인 제도화 용역이 추진되고 있으며 국제사회에도 이를 적극 소개한 바 있어서다. 

그는 "지난 4월 유엔(UN)에서 열린 ‘2023 국제 어머니 지구의 날’ 행사에서 제주도의 생태법인 조례 제정 추진 등을 소개했다"면서 국내외 공감대 형성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 단장은 진희종 강사가 제안한 '생태법인 국제포럼' 제안을 재차 강조하면서 아시아에서 한 번도 열린 적 없는 국제 해양포럼 역시 2028년 제주에서 개최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생태법인 제도화가 이뤄지면 가장 중요한 것은 후견인이다. 생태법인이 설립돼도 자연 생태계의 이익을 가장 잘 대변해 줄 수 있는 후견인이 없다면 유명무실 돼서다. 

이날 발제를 맡은 장수진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장은 이 같은 점을 강조하자 좌장으로 나선 박태현 강원대학교 교수는 "생태법인 제도의 현실화를 위해서는 후견인 그룹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제주도는 잘 형성돼 있는 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잠재력이 있는 제주도에서 가장 발빠르게 생태법인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생태법인 제도화 섹션에는 박태현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진희종 강사, 장수진 소장, 린지 포터 대만 시마연구소 선임과학자가 발제자로 나섰다. 

토론자로는 남종영 한겨레 기자, 강민철 단장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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