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계획은 공공성을 외치지만 공공성의 확대는 찾기 어렵고, 공익성을 내세우지만 공익성도 딱히 나아진 것이 없다. 사업이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풍력발전보급이 가속화될 것처럼 얘기하지만 정작 사업성은 더욱 불확실해졌다. 게다가 1.0계획이 잘못됐다면 이는 전적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해온 제주도정의 책임이지만 은연중에 대부분의 책임을 제주에너지공사에 떠밀고 있다.

▲제주 한경면에 준공된 탐라해상풍력발전(주)의 해상풍력발전기의 모습@사진제공 한국남동발전
▲제주 한경면에 준공된 탐라해상풍력발전(주)의 해상풍력발전기의 모습@사진제공 한국남동발전

제주도가 1.0계획을 보다 잘 실현할 수 있도록 꾸준한 지원과 평가를 해왔다면 과연 지금의 2.0계획을 논의할 필요가 있는지 되물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제주도가 더욱 비판받는 지점은 1.0계획과 제주에너지공사의 사업능력을 비판하면서도 정작 2015년 1.0계획이 발표된 이후로 제주도는 풍력발전 분야에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아 왔다는 사실이다. 제주도 전체를 아우르는 계획의 개선이나 변경은 7년동안 특별히 이뤄진 것이 없다. 

게다가 제주에너지공사를 비롯해 지역의 전문가와 환경단체는 제주에너지공사의 전문적인 인력의 확보, 이를 위한 재정 확보, 사업투자를 위한 재무능력 개선 등을 꾸준히 제주도에 요구해 왔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와서 제주에너지공사가 사업능력이 모자라 이번 2.0계획을 만들었다고 밝히는 제주도의 태도는 모순 그자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제주도가 지금 문제 삼는 것은 다수의 지구지정이 안되어서 민간사업자가 참여할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계획을 변경해 다수의 민간사업자가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으로 읽혀진다. 그런데 현재 1.0계획에서도 충분히 이를 담보할 수 있는 방안들은 존재한다. 최근 대규모 해상풍력 입지 대응을 위해 큰 규모의 계획입지를 사전에 만들자는 의견이 표출되고 있다. 

근해(20마일, 약 32㎞)을 벗어나서 주요어장과 해양생태계에 미칠 영향이 최소화된 지역을 대상으로 큰 규모의 계획입지를 지정하고 이를 분할하거나 물량으로 나누는 형태로 민간사업자를 참여시키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최근 제주도에 대규모 풍력발전계획이 추진되며 풍황계측기가 설치되는 지역은 해안선에서 31㎞ 이상 벗어난 지역이다. 전반적으로 국내 해상풍력 사업이 GW단위로 추진되려 함을 보여주는 사례이자 세계적인 풍력기업들이 이런 형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주도의 최대전력부하를 감안하고, 이에 더해 기존의 화력발전을 모두 퇴출한다는 가정을 한다면 제주도에 4GW 내외의 풍력발전설비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입지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를 연안에 설치하게 될 경우 환경(생태)수용성과 사회(주민 또는 이해관계자)수용성을 확보하는 것은 상당히 지난한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를 최대한 회피하면서 환경적으로 사회적으로 수용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길은 20마일 이상 벗어난 지역에서 철저한 생태조사, 풍황조사를 통해 대규모 계획입지를 마련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 판단된다.

그렇다면 위의 방안을 도입하려면 계획 변경이 필요할까? 전혀 아니다. 오히려 지금 제주에너지공사의 역할을 그대로 활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현행 제주에너지공사의 지구지정의 방식을 좀 더 큰 규모로 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제도적으로 지원해주고 이에 따라 근해를 벗어나서 어장의 피해가 최소화되고 해양생태계의 영향이 적은 곳을 택하여 큰 규모의 풍력발전 지구를 지정하는 것은 현재 제도하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를 앞서 언급한데로 물량단위나 구역단위로 분할해서 공모를 통해 기업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최근 해상풍력발전의 게임체인저로 부유식 해상풍력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2025년 이후로 부유식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도 많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2017년 스코틀랜드에서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상용화에 성공한 에퀴노르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이런 변화된 추세를 반영하면서도 보다 확장적으로 풍력발전을 보급할 수 있는 방안은 현행 1.0계획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지구지정 등을 마친 대규모 계획입지를 마련하게 된다면 공공성, 공익성, 나아가 사업성까지 모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풍력개발의 세계적인 추세를 보면 에너지기업이 사업을 주도하는 형태가 아니라 대기업이 에너지기업과 연계해서 사업을 추진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RE100이 기업의 ESG경영에 핵심이 되면서 세계적인 대기업인 구글, 애플, 삼성, LG,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이케아, 스타벅스 등의 재생에너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RE100='재생에너지 전기Renewable Electricity 100%'의 약자로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 전기로 사용하겠다는 자발적인 글로벌 캠페인) 이들 기업들은 공급망에 참여하는 기업에게도 RE100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새롭게 들어서는 풍력개발형태는 세계적인 대기업과 에너지기업이 협업하는 형태다.

풍력발전기. (사진=제주특별자치도 공식 블로그)
풍력발전기. (사진=제주특별자치도 공식 블로그)

이런 추세에 따라 제주에너지공사가 주민수용성과 환경성, 사업성을 충분히 검토하고 마련된 대규모 계획입지에 국내외 대기업을 포함해 사업자를 유치하게 된다면 RE100의 성과를 위해 숱한 기업들이 보다 공익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여기에 도민들에게 안정적인 수익배분을 약속하고 도민펀드를 마련해서 제주에너지공사가 보다 많은 지분을 가진 형태로 참여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제주도가 원하는 모든 방향성을 지금의 1.0계획도 충분히 담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최근 제주에너지공사가 모든 절차를 마치고 사업자 공모에 나선 한동·평대 해상풍력발전사업에 많은 사업자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2015년에 시작한 공공주도 풍력개발계획의 성과가 곧 맺힐 예정이다. 이제 열매를 수확할 참인데 수확도 하기 전에 농사가 망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결과에 대한 명확한 분석이나 평가도 없이 2.0계획으로 나아가는 것이 과연 마땅한 일인지 우리는 숙고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논의는 기존의 1.0계획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어떻게 더 보강할지, 그리고 이를 운영하는 제주에너지공사의 전문성과 재무능력을 어떻게 재고하여 사업성을 향상시킬지, 도민의 참여를 보다 확대하고 재생에너지 보급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있다. 부디 제주도가 특정한 사업자의 뒤를 봐준다는 의심을 받는 계획 변경에 목을 매는 것이 아니라 모든 도민들이 제대로 된 공공성과 공익성을 바탕으로 복리증진의 기회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계획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주길 바란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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