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예쁜 오월~

비자림으로 가는 가로수길에는 

연둣빛 독특한 잎과 튤립을 닮은 만개한 백합나무, 

담장에 걸린 탐스럽게 핀 장미, 

검은 밭담 안으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수한 아름다움을 가진 하얀 감자꽃, 

그리고 맑고 향기로운 바람까지 진정한 계절의 여왕이다.

[백합나무]
[백합나무]
[감자]
[감자]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에 위치한 비자림은 

국가지정문화재(천연기념물 제374호)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옛날에는 비자림을 '비자곶'이라 하였는데 

곶자왈 용암에 의해서 형성된 곳으로 세화·송당 곶자왈에 속한다.

비자림은 제주에서 처음 생긴 삼림욕장이면서 세계 최대규모의 단일수종 숲으로 알려졌다.

[잔디광장]
[잔디광장]
[황벽나무]
[황벽나무]
[소공원]
[소공원]
[벼락 맞은 비자나무]
[벼락 맞은 비자나무]

이 비자나무는 연리목으로 

약 백여 년 전인 20세기 초에 벼락을 맞아 

오른쪽 수나무의 일부가 불에 탔지만 

다행히도 암나무에는 불이 번지지 않아 생명을 이어갈 수 있었다.

죽지 않고 살아남은 이 금슬 좋은 부부나무를 신령스럽고 귀하게 여겼다고 한다.

[비자림 정주목(곰솔)]
[비자림 정주목(곰솔)]

녹음이 짙은 울창한 비자나무 숲 속 

100여 년 동안 비자나무들과 함께 어우러져 왔던 곰솔이 

고사한 뒤에도 비자림을 지키기 위해 '천년의 숲 비자림 정주목'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숲 입구]
[숲 입구]

긴타원형의 비자림 면적은 448.165㎡로 

최고 수령목과 새천년나무 등 500~800년생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밀림 속을 연상하듯 밀집해서 자생하는 군락은 세계적으로 가장 규모가 크고 

하층구조가 잘 발달되어 학술적 가치가 높은 비자나무 숲이기도 하다.

콩짜개란, 풍란, 흑난초, 비자란 등 희귀한 난과식물들이 자생하는 곳이기도 하다.

주변에는 기생화산인 돝오름과 다랑쉬오름, 용눈이오름 등이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며 비자림을 둘러싸고 있다.

[비자림 송이 탐방로]
[비자림 송이 탐방로]

비자림의 산책로 바닥은 송이로 되어 있는데 

송이는 제주도 화산 활동 시 화산 쇄설물로 알칼리성의 천연 세라믹이며 

제주를 대표할 수 있는 지하 천연자원이다.

식물의 생장에 필요한 수분을 알맞게 조절하여 화분용 토양으로 많이 쓰인다.

[숨골]
[숨골]

 강이 없는 제주에서는 물이 가장 중요한 생활 자원이었다.

제주사람들은 생명처럼 중요한 빗물이 지하로 흘러 들어가는 구멍을 

제주어로 '숨골'이라 하였다.

제주의 중산간 곳곳에 있는 숨골을 통해 지하로 스며든 빗물은 

암석의 틈 사이를 통과하는 동안 점점 깨끗해지면서 '제주 삼다수'를 만들고 

숨골 내부를 통과해 나오는 공기는 암석의 틈 사이를 지나면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시원한 바람이, 겨울철에는 따뜻한 바람이 불어 미기후를 형성한다.

숲으로 들어서자, 하늘을 가리는 오래된 비자나무는 

코 끝에 닿는 상큼한 향기와 신비롭지만 편안함이 자연스레 묻어난다.

나뭇잎 사이로 살짝 들어오는 오월의 햇살 

아침을 깨우는 새들의 지저귀는 곱고 아름다운 소리 

산책로 바닥에 깔린 붉은 송이를 밟는 힐링의 소리 

숲 속으로 들어갈수록 밀림 속에 서 있는 듯 살아있는 자연 그대로의 소리 

숲에서 뿜어 나오는 맑고 깨끗한 공기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테르펜으로 가득 차 삼림욕을 맘껏 즐긴다.

[콩짜개덩굴]
[콩짜개덩굴]
[긴사상자]
[긴사상자]
[십자고사리]
[십자고사리]
[큰천남성]
[큰천남성]
[비자나무]
[비자나무]

탐방로에는 거목이 된 비자나무가 버티고 있다.

[비자나무 숫꽃]
[비자나무 숫꽃]
[비자]
[비자]
[비자나무]
[비자나무]

비자나무(제주명: 비자낭)는

주목과의 상록침엽교목의 암수딴그루로 

제주도와 남부지방 일부에서만 자라는 귀한 나무이다.

4~5월에 개화하면 이듬해 9~10월에 열매를 맺는데

잎은 굉장히 세고 자라는 속도는 매우 느리다.

아름답고 기품 있게 보이지만 만지면 물기가 많은 나무라 푹신한 감촉을 느낄 수 있다.

예부터 비자나무 열매인 비자는 구충제로 많이 쓰였고, 기름을 짜기도 했다.

나무는 재질이 좋아 고급가구나 바둑판을 만드는 데 사용되어 왔다.

[비자나무]
[비자나무]
[비자림 돌멩이길]
[비자림 돌멩이길]
[박쥐나무]
[박쥐나무]

반짝이는 바늘잎이 아름다운 비자나무가 있는 늘 푸른 숲 

산책로마다 잔잔한 아름다움이 묻어나 쉬엄쉬엄 산책하기 좋은 곳 

깔끔하게 정돈된 비자나무 그늘 아래에는 

잠깐씩 들어오는 햇빛으로 겨우 살아가는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박쥐나무 

도르르 말린 연노랑 꽃잎이 자연스레 바턴을 이어간다.

[단풍박쥐나무]
[단풍박쥐나무]
[단풍나무]
[단풍나무]
[호자나무]
[호자나무]
[새천년 비자나무]
[새천년 비자나무]
[반대 방향에서 바라본 '새천년 비자나무']
[반대 방향에서 바라본 '새천년 비자나무']

새천년 비자나무는 2,000년 1월 1일 

밀레니엄을 기념하기 위하여 '새천년 비자나무'로 지정했다.

[비자나무 사랑나무(연리목)]
[비자나무 사랑나무(연리목)]

둘이 만나 하나가 된 '연리목' 

두 나무가 서로 맞닿아 한 나무가 되는 현상을 연리(蓮理)라고 하는데 

줄기가 연결되면 연리목, 가지가 연결되면 연리지라 한다.

연리목은 만들어지는 과정이 마치 부부가 만나 

한 몸이 되는 과정과 많이 닮아서 사랑나무라고도 하는데 

남녀 간의 변치 않는 사랑을 나타내기도 한다.

[음수대]
[음수대]

 옛날 비자나무 숲 지킴이 산감(山監)이 

 이곳에 살면서 먹는 물로 이용하던 우물터이다.

물이 귀한 제주도이지만 이곳은 수많은 비자나무들의 뿌리가 물을 머금고 있다가 

조금씩 흘려보낸 탓에 항상 맑은 물이 고여 있던 곳이라고 한다.

[나가는 길]
[나가는 길]

비자림을 빠져나가는 길은 돌담길로 이어진다.

[때죽나무]
[때죽나무]
[등심붓꽃]
[등심붓꽃]
[돌담길]
[돌담길]

녹색의 아름다움과 새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휴식처 천년의 숲 비자림

울창한 숲 속을 천천히 걷다 보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기분 좋은 느낌으로 넘치는 기를 받아간다.

고은희
고은희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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