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내려와 자기만의 색깔로 작품을 만들고 있는 ‘꽃잎 작가’ 백은하의 개인전이 오는 22일부터 다음 달 20일까지 아트스페이스 빈공간 (제주시 관덕로 3길 15)에서 마련된다.

작가 백은하는 "이곳으로 이주한 후, 비로소 꽃을 그리기 시작했다. 학창시절부터 책장 사이에 넣어 말리곤 했던 꽃잎이 어느 날 여인의 치맛자락처럼 보였고 그 꽃잎을 얼른 종이에 붙여 낙서를 끄적이듯 그린 그림이 시작이었다. 사람들은 예쁘다고 좋아했고 기업과 협업도 하며 전시도 몇 차례 선보였지만 계속 그리다보니 무언지 모를 갈증이 생겨났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의 테마는 '이야기 한 송이 (A Bunch of Stories)'다. 여기에 살면서 마주치는 계절의 온갖 꽃을 들여다보았다. 서울과 다른 야생의 생명력을 지닌 제주의 꽃과 나무가 작가의 마음을 흔들었는지, 마음에서 움찔움찔 무언가 솟아나고 있음을 느끼던 무렵 ‘꽃을 붙이지만 말고 직접 그려보면 어떻겠냐’고 누군가 말했다. 그 한마디에 용기를 내 큰 화면을 마주하니 기억이, 감정이, 묵혀두었던 이야기들이 툭- 하고 쏟아져 나왔다. 주어진 꽃의 형태에 얽매이지 않고 직접 그리는 것은 다른 차원의 자유로운 세계가 열리는 경험이었다.

백은하 작 '둥글게 둥글게'
백은하 작 '둥글게 둥글게'
백은하 작 '일렁일렁'
백은하 작 '일렁일렁'
백은하 작가
백은하 작가

또한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펜화 속에 웅크려 있던 아이도 동물, 식물 친구들의 손을 잡고 세상으로 나왔다. 어린 시절 종이를 덧바른 창호에 손가락으로 구멍을 내 방 안을 들여다보듯 그려진 그림을 통해 어린 날의 나를, 지금의 나보다 젊었던 어린 엄마를 만났다. 그 애틋함을 아름다운 추억과 그 시절 아버지의 꽃밭에서 흡수한 다채로운 색으로 보듬고 위로하고 싶었다"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꽃이 많던 집에서 살아 꽃에서 색을 배우고, 시골 자연 환경 속에서 성장하며 모든 게 연결돼있다는 유기적인 세계관을 갖게 됐다. 동물들과 아이의 눈을 통해 세계를 표현해 언뜻 동화적인 표현 같지만, 지구생명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고, 동물 식물 또한 객체가 아닌 주체로 함께 화목한 세계를 이야기하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백은하 작 '출발'
백은하 작 '출발'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