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파란 하늘 

찬비와 거센 바람을 이겨내며 용기를 내주었던 샛노란 봄은 

아침마다 색을 달리하며 꽃만큼이나 아름다운 연둣빛으로 한창 무르익어간다.

초록초록이 내려앉은 천의 얼굴을 가진 한라산, 

그 멋스러움에 다시 찾게 된다.

[영실 등반로]
[영실 등반로]
[영실 제1교]
[영실 제1교]

하원 수로길은 영실 주차장에서 

영실 제1교를 지나 영실 등반로 방면으로 500m를 걸어가면 

길 오른편에 들머리가 보이고 한라산 둘레길(동백길)로 이어진다.

자연림 속에 수로를 따라 걷는 하원 수로길은 

편도 4.2km로 왕복 3시간 정도 소요된다.

[하원 수로길]
[하원 수로길]

하원 수로길은 한라산 중턱 숲이 가장 울창한 구간에 

1950년대 후반 마을 주민들이 하원마을에 

논농사용 물을 공급하여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영실물과 언물을 하원저수지까지 끌어오기 위해 만들어진 수로이다.

한라산의 주변을 잇는 둘레길은 주변 도로들이 개설되기 전까지 

한라산 등반코스로도 많이 이용되었던 길로 또 다른 길이 매력을 더해준다.

수로길에는 영실 존자암과 숯가마터, 수행굴, 

무오항일항쟁 발상지 법정사, 화전마을터전 등 역사, 문화와 관련된 유적들이 산재해 있어 

이곳에는 조상들의 숨결과 힘든 시절 삶의 애환과 추억이 서려있다.

수로의 기능은 사라졌지만 아직도 많은 비가 내리면 수로를 따라 물이 흐른다.

지금은 힐링과 숲의 탐방을 위해 복원하고 개방된 생태문화 탐방로이다.

[제주조릿대]
[제주조릿대]

인적 없는 고즈넉한 숲 속

제주조릿대와 연둣빛잎으로 숲터널을 만든 수로길 

수로 양옆에는 흙이 유실되지 않도록 야자매트를 깔아 놓았고, 

수로를 따라 진행하기 때문에 걷기에는 큰 불편이 없다.

초록초록이 건네주는 아침 풍경 속을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수량이 풍부한 언물은 

암석 깊숙한 쪽에서 솟아나는 물이 차가운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언물입구의 물정화시설]
[언물입구의 물정화시설]
[천남성]
[천남성]

숲 속은 천남성의 천국이다.

숲 가장자리부터 하나, 둘 보이던 천남성은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여러 종류의 이름도 색다른 천남성들이 눈에 띈다.

맹독식물로 임금이 내리는 사약의 재료로 잘 알려진 천남성은 

천남성과 여러해살이풀로 산지의 그늘진 습지에서 자란다.

가을에 익는 빨간 열매 역시 맹독성을 지니고 있다.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히니 숲 속 보물들이 여기저기서 불쑥 튀어나온다.

수로 돌담에 하얀 은난초가 눈길을 끈다.

[은난초]
[은난초]
[개족도리풀]
[개족도리풀]
[개감수]
[개감수]
[둥근잎천남성]
[둥근잎천남성]
[큰천남성]
[큰천남성]
[반하]
[반하]
[천남성]
[천남성]
[번호 표시]
[번호 표시]

거리를 두고 돌 위에는 번호가 적혀 있다.

원시 자연림에 서 있는 듯 

깊은 숲 속은 대낮인데도 햇볕이 가려져 시원하고 

초록잎으로 덮여 그늘진 숲은 한 번쯤 길을 멈추고 쉬어가게 한다.

주위를 살피며 수로 안으로 들어가 보니 끝없이 이어지는 수로의 내리막이다.

[방향 표시]
[방향 표시]

수로길 따라 무오법정사까지 가는 길 

세 갈래(한라산둘레길: 동백길)길에서 자연휴양림 방향으로 내려간다.

[의열사]
[의열사]
[한라산 둘레길(동백길)]
[한라산 둘레길(동백길)]
[항일운동 기념탑]
[항일운동 기념탑]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운동의 중심지였던 '무오법정사'  

3.1 운동보다 5개월 먼저 불교계가 주도한

전국 최대규모의 종교계 무장 항일운동의 발상지이면서 존자암으로 가는

'절로 가는 길'의 통과 지점이기도 하다.

겨울, 물이 고여 있던 제법 컸던 소는 

지난번 내린 비에 더 큰 소를 만들어낸다.

하늘을 고스란히 담은 투명한 바닥 

물줄기는 약하지만 맑은 폭포소리는 계곡 멀리까지 퍼져나간다.

[동백길 안내센터]
[동백길 안내센터]

계절마다 제각각 아름다운 모습으로 꾸며진 수로길 

뿜어내는 싱그런 초록에너지, 간간이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 

나뭇잎 사이로 살짝 들어오는 햇살까지 

한라산 중턱의 매력과 멋스러움이 그대로 전해진다.

고은희
고은희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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