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한천, 숲 따라 걷는 오라올레 

방선문 가는 숲길은 전설과 옛이야기를 품은 도심 속 산책로이다.

오라동을 가로지르는 제주시에서 가장 긴 하천인 '한천'은 용연을 지나 바다로 간다.

시내 중심을 흐르는 한천 따라 형성된 계곡을 걷다 보면 

제주의 멋과 맛, 그리고 영구춘화로 알려진 방선문은 덤으로 만나게 된다.

[메타세쿼이야]
[메타세쿼이야]
[KBS제주]
[KBS제주]

제주시민복지타운 광장에 주차를 하고 

고지교를 출발하여 

연북 3교~한라도서관~제주아트센터~한북교~정실오거리~

제주교도소~방선문으로 이어지는 약 5km의 숲길은 올레를 형성하고 있다.

푹푹 찌는 더위지만 도심 속 그늘진 길이니 무조건 걸어 볼일이다.

[설문대 할망 족두리바위(족감석)]
[설문대 할망 족두리바위(족감석)]

고지냇 도에 있는 설문대 할망 족두리(일명: 족두리 모자)는 

2007년 9월 16일 태풍 나리의 피해로 약 20m가량 고지내 다리까지 유실된 것을 

2008년 10월 8일 현재의 위치로 원래 위치 가까이 옮겨 놓았다.

[오라올레, 방선문 가는 숲길]
[오라올레, 방선문 가는 숲길]

숲길로 들어서자 

오라동 주민과 설문대할망전설을 시작으로 

족두리바위, 오백장군과 영실기암, 육지에 다리를 놓으려 했던 설문대할망, 

설문대할망과 제주의 탄생 등 전설과 옛이야기에 시선이 멈춘다.

[고지 1교]
[고지 1교]
[창꼼소]
[창꼼소]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소(沼)를 둘러싸고 있고, 

그 바위에 마치 어두운 방에 빛이 들어오도록 창을 뚫어놓은 것 같은 구멍이 있다 하여 

'창꼼소'라 불리고 있으며, 예전에는 마을 주민들이 어린 시절에 

이 바위 구멍을 드나들며 물놀이를 즐기던 장소라고 한다.

지금은 안전상의 이유로 계곡 밑으로 출입을 막고 있다.

건천계곡의 기암괴석, 물이 고인 소를 바라보며 걷는 오라 올레길에는 

족감석, 항소, 창꼼소, 다람쥐궤, 판관소, 애기소, 깅이소, 

한라도서관, 제주아트센터, 거북바위, 가카원이 등을 만날 수 있지만 

나무가 우거져 계곡의 절경들을 가려 아쉽기만 하다.

[대흥란]
[대흥란]
[일본목련]
[일본목련]

하늘 전체를 위세 떨치는 초록빛 베일, 

발아래로 펼쳐지는 초록빛 풍경과 계곡의 웅장한 바위, 

좁은 오솔길 중간중간 놓인 쉼터, 

아름드리나무가 초록터널을 만들어 대낮인데도 그늘이 있어 여유롭다.

[신선과 선녀]
[신선과 선녀]
[다람쥐 궤]
[다람쥐 궤]

궤는 흔히 깎아지른 절벽과 바위가 뒤엉켜 

동굴처럼 형성된 곳을 일컫는데 

예전에는 박쥐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었다고 하여 '다람쥐궤'라 불리고 있으며, 

이곳은 항상 서늘한 기운을 느낄 수 있어서 인근 마을 주민들이 

한여름의 더위를 피하기 위한 장소로 이용하였다고 한다.

[판관소]
[판관소]

옛날에 한천 숲길을 따라 방선문으로 향하던 판관 일행이 

이 물로 목을 축이고 병풍처럼 생긴 판관 바위 아래서 시 한수를 읊으며 

목민관의 자세를 가다듬었다고 하여 '판관소'라 불리게 되었다.

판관소는 한천을 대표하는 크고 넓은 소(沼)로 

이곳의 물은 아무리 심한 가뭄이 들어도 여간해 마르지 않아 

멀리 떨어진 연미마을에서도 물을 길어 오던 곳이다.

쉼터에는 이끼와 풀들이 싹을 틔워 자라고 있다.

[연북 3교]
[연북 3교]

위험해 보이는 부서진 난간 

왕래가 많다 보니 빠른 시일 내에 보수가 필요하다.

[연북로 나가는 길]
[연북로 나가는 길]
[애기소]
[애기소]

옛날 제주목에 애개라는 기생과 신관 목사가 

이곳에서 참꽃처럼 붉은 사랑을 나누었다고 한다.

조정의 부름을 받아 목사가 한양으로 떠나고 

홀로 남은 애개는 기약 없는 기다림과 그리움에 지쳐 둘만의 추억이 서린 

이곳에서 몸을 던져 죽었다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지는 연유로 

'애개소'라 불리다가 언제부턴가 '애기소'로 불리고 있다.

[깅이소]
[깅이소]

깅이소는 예전에 오라리 마을 아이들이 깅이잡이 하던 곳으로 

깅이(참게)가 특히 소 근처 바위틈에 많이 서식하여 '깅이소'라 불린다.

방선문 가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는 한라도서관 

옛날 풍류를 누리며 책을 읽었다는 선비들의 터이다.

한라산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오라동에 2006년에 문을 열었다.

[이나무]
[이나무]

제주아트센터에는 열매가 아름다운 이나무가 가던 길을 붙잡는다.

푹푹 찌는 찜통더위에도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숲 속은 시원함, 그 자체이다.

하늘을 가린 연둣빛으로 뒤덮은 올레가 이어지다 골이 깊은 계곡이 나타나길 여러 번 

울창한 숲길을 따라가다 보면 계곡의 숨겨진 비경 깎아지른 절벽과 

병풍으로 둘러쳐진 기암괴석을 만들어내는 웅장함에 시간이 멈춰버린다.

기암절벽을 이루는 한천은 평소에는 건천이지만 물이 고여있는 물엉덩이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어디서부터 흘러왔는지 계속되는 흙탕물이 자꾸 눈에 거슬린다.

[한천 한북교]
[한천 한북교]
[자귀나무]
[자귀나무]
[애기도라지]
[애기도라지]
[세발버섯]
[세발버섯]
[거북바위]
[거북바위]

한북교를 지나 거북바위 앞에 섰다.

인간 세상을 동경하던 용왕의 외아들이 

거북이 모습으로 용연을 거쳐 올라와 방선문과 영구춘화 경치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물줄기가 줄어드는 걸 알고 바다로 향하였지만 

중간에 물줄기가 끊어져 이곳에 바위로 굳어졌다고 전해 온다.

비가 많이 와 물이 넘칠 때에는 거북바위가 물 위에 뜬 것처럼 보인다.

가카원이는 한자로 각하천이라 하는데 

"더위에 지친 몸을 차가운 샘에 담그니 문득 깨달음이 있구나?" 

라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정금나무]
[정금나무]
[굴피나무]
[굴피나무]
[말오줌때]
[말오줌때]
[예덕나무]
[예덕나무]
[방선문 가는 길]
[방선문 가는 길]

황하의 황톳빛을 방불케 하는 흙탕물로 넘쳐나는 계곡 

장맛비에 엄청난 토사유실로 피해가 발생했다.

환경파괴라는 인재일까?

[한천]
[한천]

제주도의 하천은 지형적 영향으로 한라산을 중심으로 

남사면을 타고 서귀포시로 흐르는 천미천, 효돈천, 창고천 등과 

북사면을 타고 제주시로 흐르는 한천, 병문천, 산지천, 광령천(무수천) 등이 있다.

제주가 만든 용암계곡 무수천은 무수천 8경과 

바다와 한라산 계곡물이 만나 사계절 시원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월대천을 만들었다면 

가장 긴 하천으로 '한내'라고도 불리는 한천은 

영주 10경 중 영구춘화의 방선문과 용연야범의 용연을 만들었다.

[한천]
[한천]

넘치는 계곡을 겨우 넘어왔더니 

방선문 가는 도로는 공사로 폐쇄되어 진입이 어렵다.

맞은편 농장 사장님의 배려덕에 농장을 가로질러 방선문 주차장에 도착하니 

'방선문 내 암반 균열발생으로 낙석의 우려가 있어 출입을 통제' 

한다는 안타까운 현실에 급실망이다.

[방선문]
[방선문]

방선문은 '신선이 사는 곳으로 들어가는 문' 

'신선이 사는 영산, 즉 한라산으로 오르는 곳'이라는 의미가 있는 명소이다.

방선문은 자연적으로 생긴 둥근 문 모양의 바위를 말하는데, 

그 주변 계곡을 가리키기도 한다.

'구멍이 뚫려서 들린 바위를 뜻하는 제주 방언 '들렁귀'라고도 불린다.

방선문 계곡은 제주도 하천의 하나인 한천 중류에 있고, 

방선문을 영구라고도 불렀는데 봄에 암벽사이로 철쭉이 필 때 

아름다운 절경을 이루어 영구춘화의 장소로 알려져 있다.

거대하고 특이한 암석 등의 독특한 지형지질학적 특성과 주변의 식생, 

그리고 수계가 잘 조화된 경관지여서 옛날부터 시인 묵객들이 즐겨 찾았던 곳이다.

이들이 새겨 놓은 230여 개가 넘는 마애명(磨崖名)들이 곳곳에 남아 있어 

역사가 있는 문화적 명소임을 보여주고 있다.

방선문은 현재 국가명승지 제92호로 지정되었다.

[방선문]
[방선문]

방선문은 비가 내린 후 상류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작고 큰 폭포를 이루며 흘러내리는 풍경이 장관이다.

오라동 자연문화유산보전회는 

매년 5월이면 계곡 주변으로 피어나는 철쭉이 아름다워 

방선문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자귀나무]
[자귀나무]

녹음이 짙은 숲길, 마음을 비우고 걸어보자..

눈으로, 코로, 입으로, 장맛비에 푹푹 찌는 더위지만 여름 향기를 맡아보자..

조용히, 그리고 크게 숨을 쉬어보자.

아름다운 길은 늘 내 앞에 열려있음을 느끼게 된다.

고은희
고은희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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