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
하늘 전체를 위세 떨치는 초록빛 베일
장대같이 내리던 굵은 빗줄기는 힘을 잃어가고 연이어 찾아온 습한 폭염
자연스레 산바람이 있는 계곡의 숲을 찾게 된다.
이방인을 반겨주는 새들의 청아한 노랫소리와 물의 화음,
생명을 끌어안은 섬의 물줄기,
계곡의 물은 제주의 기운을 모아 사방으로 흘러 보낸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어두운 숲 속,
계곡 따라 오르는 길에
젖은 낙엽 위로 노란 입술을 내밀고 유혹하는 하얀 요정 '버어먼초'
나무 그늘 밑 습한 곳에서 잘 자라는 부생식물은
광합성을 하지 못하여 부엽토에서 양분을 얻어가는 식물이다.
투명한 종이인형처럼 속살이 보일 듯하다.
덥고 습한 여름철...
푹신 거리는 젖은 낙엽 밟으며 걷는 어두운 숲길
소나기가 한차례 지나가고 후덥지근한 날씨와 함께 찾아온 푹푹 찌는 더위
젖은 나뭇잎에서 나는 진한 여름향기를 맡는 동안
꽃보다 더 화려하고 아름다운 버섯들의 여름 향연이 펼쳐진다.
여름 숲 속은 버섯들의 천국
여름 숲의 요정처럼 무리 지어 아름다운 빛깔로 유혹한다.
자연의 선물 '버섯'
버섯은 숲의 청소부로 생태계의 분해자, 공생자, 기생자로
죽은 나무나 동물의 사체, 떨어진 나뭇잎 등에서 서식, 번식하면서
식물의 주요 성분인 셀룰로오스와 리그닌을 분해한다.
식물의 꽃이 피었다 열매를 맺고 사라지듯,
버섯도 1년 중 대부분을 땅속의 균사체로 지내다가 자손을 번식시키기 위해
자실체를 형성해 포자를 번식시킨다.
종류와 사는 곳도 다양해 어둡고 축축한 곳이라면 어디든 돋아난다.
버섯의 종류에 따라 조건의 범위, 한계가 서로 다르다.
여름 장마철에는 광대버섯, 그물버섯, 먼지버섯, 알버섯, 우산버섯 등이 발생하고
가을에는 국수버섯, 굴뚝버섯, 송이버섯, 수염버섯, 싸리버섯 등이,
늦가을에서 겨울에 걸쳐서는 느타리버섯, 밤버섯, 팽나무버섯 등이 발생한다.
식용버섯이라고 확인되는 것 이외에는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출처: 버섯-나무위키]
그늘을 만들어주는 하늘을 가린 울창한 숲이 주는 상쾌한 공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썩은 나무와 땅을 비집고 올라오는 시선을 강탈했던
꽃보다 더 화려했던 여름 숲의 요정 '버섯'
일상이 낭만, 여름 숲은 자연의 냄새에 동화되어 간다.
버섯 오동정이 있으면 바른 동정 부탁드립니다.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