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16일 개정된 축산법에 따라 양돈농가들은 악취저감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시설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축산업 허가 취소도 가능하다. 정부는 축산법 개정 당시 1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현재 유예기간은 모두 지났다.

2022년 4월 기준, 악취저감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양돈농가는 10곳이었다. 이제는 모두 다 악취저감시설을 갖췄을까. 제주도 친환경축산정책과 관계자는 현재는 양돈농가 모두 악취저감시설을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어떤 시설을 어느 규모로 설치했을까. 그것은 알 수 없다.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도내 양돈장의 악취저감시설 설치 현황을 정기적으로 조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 4월 기준 제주도 양돈장 악취저감시설 현황.(사진=김재훈 기자)

제주도는 그 이후, 도내 양돈농가의 악취저감시설 설치 현황을 온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가 확보하고 있는 양돈장 악취저감시설 설치 현황 자료는 지난해 4월 자료다. 최신 자료가 1년이 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제대로 업데이트 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양돈농가가 악취저감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는 하지만, 행정 당국이 악취저감시설 실태를 파악하도록 하는 법적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악취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악취저감시설 설치 상황에 대한 파악은 빠르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태 파악이 늦어지는 만큼 악취저감시설 확대를 위한 대책 수립도 뒤따라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제주도 친환경축산정책과 관계자는 제주투데이와 전화통화에서 “(양돈농가의 악취저감 시설 설치 현황은) 의무적으로 조사하는 사항은 아니”라고 말했다.

법적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조사하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방법은 간단하다.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관련 조례 제·개정을 통해 악취저감시설 설치 상황을 보다 정기적으로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한편, 제주투데이는 도내 개별 양돈농가들의 악취저감시설 현황 자료를 요청했다. 어떤 농가가 모범적으로 악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하고 있을까. 반대의 경우도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축산정책과 관계자는 개인정보에 해당할 수 있어 공개에 고민이 된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제주악취관리센터를 운영하며 홈페이지에 악취조사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각 농장 별 악취 수준을 공개하고 있다. 악취가 '얼마나' 발생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뿐이다. 양돈농가의 악취 수준은 사육규모 대비 악취저감시설의 규모와 종류가 큰 영향을 미친다.

양돈 악취 피해 지역 주민들은 '왜' 악취가 심하게 발생하고 있는지, '어떻게' 악취 문제를 해소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있다. 악취가 '얼마나' 심한지는 이미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개별 양돈농가의 악취시설 설치 현황을 보면 '왜'에 대한 질문이 얼마간 해소된다. '어떻게' 악취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양돈농가 인근 주민들은 악취로 인한 심각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이기 때문일까. 악취 피해는 문제 해결이 잘 이뤄지지 않는 분야 중 하나다. 그렇기에 행정 당국이 보다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악취 피해를 줄여 주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

개별 양돈농가들의 악취저감시설 설치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주민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는 양돈농가의 의지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양돈농가와 지역 주민 간 상생을 위해서 도내 양돈 업계 역시 적극 고려해 볼 만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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