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률 예측치보다 낮은 제주도의 '생활임금' 인상률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한 전국 지자체들이 2024년 생활임금을 산정하고 발표를 하고 있다.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에서는 대구시만 생활임금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 대구시도 올해 생활임금 조례가 발의된 상태다. 대구시 생활임금 조례가 통과되면 내년에는 모든 광역지자체가 생활임금을 시행하게 된다.

현재까지 부산시, 인천시, 광주시, 경기도, 제주도가 생활임금(시급)을 산정해 발표했다. 부산시는 1만1710원, 인천시는 1만400원, 광주시는 1만2760원, 경기도는 1만1890원이다. 제주도의 생활임금은 1만1423원이다. 현재까지 발표된 5개 광역지자체 중 뒤에서 두 번째로 낮은 금액이다. 올해 전라북도(1만1458원)와 전라남도(1만1445원)보다 낮은 수준이도 하다.

제주도의 내년 생활임금은 올해 생활임금보다 3.14% 오른 수준이다. 제주도는 내년 생활임금 인상률이 정부가 정하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2.5%)보다 높다고 평가했지만, 그래봐야 한국은행 이 예측하는 2024년 물가상승률(3.4%)보다 낮다.

생활임금, '공공 최저임금'으로 불려야...최저임금과 다른 점은?

'생활임금'은 뭘까. 최저임금은 알아도 '생활임금'이라는 표현은 생소하게 들릴 수 있다. 최저임금은 최저임금법에 따라 대한민국의 민관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생활임금은 정부가 정하는 최저임금과 달리 각 지자체가 조례에 따라 매년 정하는 임금 기준이다. 적용 대상도 지자체가 정한다. '제주도 생활임금 조례'는 생활임금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생활임금 보장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조

“생활임금”이란 근로자가 교육·문화·주거 등 각 분야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여 생활할 수 있도록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역적 특성 및 최저임금을 고려하여 결정하는 임금을 말한다. 

생활임금 적용 대상은 제주도의 예산이 투입된 사업 즉, 공공성을 가진 사업에 투입된 근로자들이다. 각각의 사업장들이 생활임금을 제대로 적용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까다롭지만, 지역 근로자의 임금 수준을 높여나갈 수 있는 제도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생활임금'이라는 단어는 아무래도 요상하다. '근로자가 교육·문화·주거 등 각 분야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여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으로 두고 있다. 이는 생활임금을 완전히 정의하지 못한다.적용 대상이 제주도의 공공 사업에 한정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다. '제주도 및 산하 기관 소속 근로자 및 각 기관에서 추진하는 사업 참여 기관 및 업체의 근로자'를 위하는 제도라고 목적 대상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명칭 역시, '생활임금'보다는 '공공 최저임금'이라고 부르는 쪽이 그 성격을 명확하게 보여줄 것이다.

현행법상 최저임금의 목적 들여다보니...'경제 발전에 이바지'

애초, 최저임금법에 명시된 최저임금의 목적 역시 요상하긴 마찬가지다.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을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적어도 '생활임금 조례'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추구하고는 있다. 반면, 현행 법상 최저임금의 목적은 그것이 아니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이 나라에 인간으로서의 존엄한 삶을 영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느라 노동자가 자기 자신과 가족의 존엄한 삶을 내려놓고 있지 않은가. 최저임금의 목적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면, 노동자와 그의 가족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존엄임금'을 별도로 마련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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