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연구소, 제주4·3도민연대, 제주민예총,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범국민위원회는 지난 6월 15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민원실에 태영호 국회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장을 제출한 바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연구소, 제주4·3도민연대, 제주민예총,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범국민위원회는 지난 6월 15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민원실에 태영호 국회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장을 제출한 바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4·3왜곡 발언으로 도민사회에 생채기를 남긴 태영호 국회의원(국민의힘·서울 강남갑) 측이 법정에서 "자신의 발언은 허위사실도, 명예훼손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재판부를 향해 왜곡 표현에 대한 공적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주지방법원 민사3단독(유성욱 판사)은 12일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과 양성홍 행불인유족회 회장, 오영종 유족, 제주4·3희생자유족회 등이 태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손해배상 청구액은 모두 3000만100원이다. 태 의원이 여러 차례에 걸쳐 제주4·3을 왜곡한 망언을 쏟아낸 것에 대한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태 의원은 지난 2월 제주4·3평화공원 참배 이후 "4·3은 명백히 북한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왜곡한 바 있다. 4·3 단체 등은 사과를 요구했지만, 그는 보도자료, 기자회견 등을 통해 똑같은 주장을 고수했다.

이날 재판에서 모두진술에 나선 원고 측 양성주 제주4.3희생자유족회 부회장은 "4·3유족들에게 ‘빨갱이’이라는 용어는 곧 죽음의 단어"라며 "본인의 가족이 아무런 이유 없이 죽임을 당해도 ‘빨갱이’라는 호칭이 더해지면 항의는커녕 그 가족을 멀리해야 목숨을 보존할 수 있는 세월을 살아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고 아직도 희생자 신고를 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공산폭동론, 북한연계설, 김일성지시설 등 보수인사 또는 단체들의 왜곡은 단순한 표현의 자유로만 받아들일 수 없다. 또다른 폭력"이라고 강조했다.

또 "4.3평화공원을 폭도공원이라고 화형식을 진행하고, 4.3유족을 빨갱이라 해도 아무런 제재를 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어렵게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있는 희생자와 유족들이 왜 폭력을 감내해야 하냐"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왜곡과 선동으로 제주4·3 희생자와 유족, 관련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에 대해 공적인 제재가 필요함을 보여 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반면, 피고 측은 "태 의원은 발언은 허위사실도 아니며, 명예훼손도 아니"라며 "명예를 훼손당한 피해자도 원고 측으로 특정할 수 없다"고 배상 의무가 없다고 반박했다.

원고 측은 태 의원의 발언이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는 증거를, 피고 측은 허위사실에 따른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증거를 정리해 제출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오는 12월 중으로 재판을 속행할 예정이다.

한편, 현행 4·3특별법 제13조(희생자 및 유족의 권익 보호)에 따르면 ‘누구든지 공공연하게 희생자나 유족을 비방할 목적으로 제주4‧3사건의 진상조사 결과 및 제주4‧3사건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희생자, 유족 또는 유족회 등 제주4‧3사건 관련 단체의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4·3의 발단은 1947년 3월1일 기념행사가 열리던 날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해 도민 6명이 목숨을 잃은 ‘3·1발포사건’이다.

미군정과 경찰이 유족에 대한 사과 또는 진상조사도 없이 사건을 무마하고 넘어가려 하자 도민사회가 반발해 열흘 뒤 전도(全島)적인 총파업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러한 흐름은 이듬해 ‘4·3 무장봉기’가 발발한 배경이 됐다. 

대한민국 정부가 채택한 공식보고서인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는 “1947년 3월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4·3을 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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