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와 오름을 따라 걷는 소원 비는 마을 '송당마을' 

자연과 신화가 어우러진 18개의 오름이 밀집된 오름 마을로 유명한 송당리는 

마을 내의 아부오름, 괭이모루, 당오름을 활용해 

사람과 말, 자연이 함께 어우러지는 10km 구간의 친환경 에코힐링 '마로'  

제주 목축문화의 본고장인 구좌읍 송당리에 새로운 개념의 마로(馬路)가 조성되었다.

송당리는 제주도 중산간에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마을로 

국내 목축문화의 보물로 인정받고 있는 마을이다.

[아부오름(앞오름)]
[아부오름(앞오름)]

새털구름이 가득 찬 한층 높아진 파란 하늘 

걷기 좋은 살랑이는 작은 바람 

하지만, 비좁고 덜컹거리는 아직까지 공사 중인 비자림로...

마을로 들어서자 저마다의 특색 있는 다양한 모습의 오름들은 

어머니의 품 속 같은 포근함으로 감싼다.

마을 형성의 모태가 되는 오름, 

가을이 내려앉은 아부오름을 시작으로 마로따라 

아름다움 속에 담겨있는 의미를 찾아 놀멍 쉬멍 고르멍 가을을 느껴본다.

[수크령]
[수크령]

구좌읍 송당리 마을 남쪽에 자리 잡은 아부오름은 

표고 301m(비고 51m)로 송당마을과 당오름 남쪽에 있어서 '앞오름'이라 하며, 

산모양이 움푹 파여 있어 마치 가정에서 어른이 믿음직하게 앉아 있는 

모습과 같다 하여 '아부오름'이라고도 한다.

오름 정상에 함지박과 같은 둥그런 굼부리가 파여 있다.

굼부리 안 비탈에는 스코리아층이 있고 오름 대부분은 풀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인공으로 심은 삼나무, 그 사이로 상수리나무, 보리수나무 등이 있다.

[정상]
[정상]

아부오름은 화산체의 비고가 낮아 오르기 쉽고, 

대형 분화구의 화구륜을 따라 돌면서 

한라산과 오름지대의 경관을 즐길 수 있는 오름이다.

이재수의 난, 연풍연가 등 제주도를 소재로 한 영화의 촬영장소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당잔대]
[당잔대]
[산박하]
[산박하]
[이질풀]
[이질풀]
[고사리삼]
[고사리삼]

양옆으로 훌쩍 자라 버린 소나무, 

동화 속에나 나올 듯한 그림 같은 숲길을 걷다 숲을 벗어나면 

하늘에 닿을 듯 사방이 탁 트인 능선 

가을 들판은 은빛 억새에게 눈길을 빼앗기지만 

소나무와 어우러진 오름 능선을 따라 군락을 이룬 가을의 왕자 '수크령' 

작게 부는 바람과 속삭이듯 가을 향연이 펼쳐진다.

[수크령]
[수크령]

한라산 치맛자락을 타고 내려온 오름 군락 

평화로운 풍경, 동화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마을 주변으로 크고 작은 오름들로 이어지는 오름의 조화로움, 

가족처럼 느껴지지만 안돌과 밧돌 사이를 두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체오름,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동부지역의 오름군락은 

오름의 멋을 충분히 느끼기에 제대로다.

[수크령]
[수크령]

수크령은 화본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사나운 이리의 꼬리를 닮았다고 해서 '낭미초(狼尾草)', 길갱이라 부르기도 한다.

너무 억세어서 소도 뜯어먹지 않는다는 수크령의 당당함, 

잡초에 가깝다는 생각이 드는 수크령의 위풍당당한 모습에 눈길이 간다.

강아지풀보다 키와 이삭이 훨씬 큰 수크령은 

양지바른 들이나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습지나 척박한 바닷가 근처에서도 잘 자란다.

수크령의 꽃말은 가을의 향연이다.

[높은오름과 백약이오름]
[높은오름과 백약이오름]
[둥그런 굼부리]
[둥그런 굼부리]

송당리 지경은 구좌읍의 등성마루를 이루고 있어 

마을 주변으로 당오름 등 크고 작은 18개의 아름다운 오름들과 

각각의 봉우리가 보여주는 색다른 풍경 

천혜의 목장지를 가진 마을로 오름과 오름 사이에 

광활한 초원지대를 형성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분화구 바닥 가장자리를 따라 삼나무가 띠 모양으로 조림되어 있지만 

원형의 굼부리는 훌쩍 자란 소나무로 시야를 가려 아쉽기만 하다.

[전망대]
[전망대]
[마로 안내판]
[마로 안내판]

오름을 내려와 송당리 '마로'따라 걷기로 했지만 

인적이 없는 방치된 길은 풀이 무성하게 자라 걷기를 포기하고, 

당오름 주차장에서 '마로'를 걷기로 하고 차로 이동한다.

[팜파스 그라스]
[팜파스 그라스]
[본향교]
[본향교]
[송당 본향당과 당오름 입구에 세워진 백주또 자녀들 석상]
[송당 본향당과 당오름 입구에 세워진 백주또 자녀들 석상]

1만 8천여 신들의 어머니 금백조 신화가 있는 

소원 비는 마을 송당 본향당의 당신은 백주또 여신이다.

백주또는 남편 소로소천국과 결혼하여 아들 열여덟, 딸 스물여덟을 낳았는데 

이 자손들이 제주도 전 지역의 마을로 흩어져 당신으로 좌정 

그래서 송당 본향당을 제주도 각 마을 당의 조상으로 여기며 

'불휘공(태초의 뿌리)'이라고 부른다.

석상들은 웃손당 본향 백주또할망(여신)과 알손당 당신 소로소천국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열여덟과 딸 스물여덟을 표현한 것이다.

[당오름]
[당오름]

구좌읍 송당리에 위치한 당오름은 

표고 27m(비고 69m)로 오름 북서쪽 기슭에 송당 본향당이 있다는 데서 '당오름'이라 한다.

전체적으로 나직하고 둥그스름한 산체를 이룬 당오름은 

오름 남동쪽은 머리에 해당하고 서북쪽은 비교적 완만한 사면을 이룬다.

북쪽 사면은 얕게 패어 내려서 북서쪽으로 침식된 말굽형 화구를 지닌 

화산체를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오름의 빼어난 산세와 풍광을 탐방객에게 제공하고자 

길이 1.36km의 산책로를 조성하였다.

[당오름 정상길]
[당오름 정상길]
[당오름 정상]
[당오름 정상]
[당오름 둘레길]
[당오름 둘레길]

당오름 정상을 오르고 둘레길 따라 마로로 진행한다.

[송당리 '마로' 종합안내도]
[송당리 '마로' 종합안내도]

당오름 둘레길에는 가을이 내려앉았다.

사방에 떨어진 밤송이...

벌어진 밤송이는 살짝만 건드려도 알갱이가 빠져나오고 

신발로 한참을 밤송이 까는 귀한 추억 담고 간다.

[밤송이]
[밤송이]
[독활(땅두릅)]
[독활(땅두릅)]
[도둑놈의 갈고리]
[도둑놈의 갈고리]
[짚신나물]
[짚신나물]
[서양금혼초]
[서양금혼초]
[고추나물]
[고추나물]
[이삭여뀌]
[이삭여뀌]
[고마리]
[고마리]
[물봉선]
[물봉선]
[송장풀]
[송장풀]
[왜승마]
[왜승마]

마로는 계속 이어지지만 잠시 괭이모루로 방향으로 틀었다.

괭이모루는 송당리에 있는 기생화산으로 

해발 253.2m로 '괭이머르', '갱이머르'라고도 불린다.

오름의 정상부에는 북동쪽으로 벌어진 커다란 말굽형 분화구가 위치하고 

남북사면에는 길게 늘어진 등성이가 있다.

괭이모루의 북서쪽 방향에는 제주 신당의 원조인 송당 본향당이 있는 당오름, 

왼쪽으로 1km 떨어진 곳에는 서수모루, 오른쪽 북동쪽에는 

대물동산이 위치하고 있다.

[괭이모루 마로숲길]
[괭이모루 마로숲길]

괭이모루 난대림 군락지에는 

밤나무, 비자나무, 편백나무, 삼나무, 소나무, 굴거리나무, 

아왜나무, 백량금 등이 자라고 있다.

[비자나무]
[비자나무]
[편백나무]
[편백나무]
[백량금]
[백량금]
[괭이모루 산책로]
[괭이모루 산책로]
[삼나무 길]
[삼나무 길]
[당오름 산책로]
[당오름 산책로]
[소원나무 길]
[소원나무 길]
[송당 본향당]
[송당 본향당]

신들의 본향, 오름의 천국으로 불러온 마을 '송당리' 

구좌읍의 중산간 마을로 약 900여 년 전에 설촌 되었다.

도내 많은 신당 중에서도 드물게 마을 4대 당제가 남아있는 

제주도 무형문화재 제5호인 본향당(금백조신당) 당굿이 계승되고 있는 

본향당 문화와 민속이 살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당오름 주차장]
[당오름 주차장]

10월의 어느 멋진 날, 

가을로 달려가는 아름다운 제주의 모든 풍광에 

지나가던 구름도 잠시 쉬어가고 

가을빛에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되는 가을바람 따라

억새와 수크령이 춤추는 사방의 오름은 가을, 가장 아름다운 길이 열린다.

고은희
고은희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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