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재훈 기자)
(사진=김재훈 기자)

일제가 중국 난징에서 자행한 난징대학살 86주기를 맞아 당시 일제의 비행장 및 군사시설들이 남아 있는 알뜨르비행장에서 추모식이 열렸다. 추모식은 2014년부터 알뜨르비행장 격납고 앞에서 열려 왔다. 어느덧 10회 째에 이르렀다. 강정친구들, 강정평화네트워크, 대정여성농민회 등 13개 단체가 모인 ‘86주년 난징 대학살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번 추모식을 열면서 알뜨르 일대 경관 및 유적의 보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추모식의 슬로건은 '알뜨르 보존, 학살의 기억에서 평화의 시작으로'이다.

알뜨르비행장 부지에 추진되고 있는 제주평화대공원 조성 사업이 오히려 알뜨르의 경관을 훼손하며 지역 난개발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겼다. 이 같은 걱정을 단순한 노파심이라고 보기 어렵다. '평화'라는 메시지에 집중하지 않고 '공원'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도저도 아닌 공간이 되기 쉽다. 오히려 이런저런 인공 시설들이 일대의 밭 풍경과 대비돼 위화감만 키울 수도 있다.

시설에 대한 고민 이전에 '평화'가 무엇인지, 어떻게 말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행정 당국이, 평화 담론을 이끄는 시민사회와 소통없이 사업을 일방 추진하는 경우, 자칫 제주평화대공원이 평화의 개념을 축소 혹은 왜곡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모슬봉(사진=김재훈 기자)
모슬봉(사진=김재훈 기자)

가령, 대정읍에는 해병대와 공군 레이더 기지가 위치하고 있다. 최근 모슬봉의 레이더 시설은 최근 더 확충되었다. 시설을 확충해 나가고 있는 군 기지 바로 옆에 '평화대공원'이 들어서게 되는 상황이다. 그와 같은 지리적 여건 속에서 평화대공원은 어떤 평화를 말할 수 있을까. 평화대공원을 짓는다면서, 군 시설은 늘어가는 모습에 대정 주민들은 분통을 터트리기도 한다.

송악산을사랑하는사람들의 김정임 대표는 이날 추모식을 여는말에서 "모슬봉을 유심히 살펴주길 바란다. 늘 걱정을 안고 살아간다. 전쟁의 중심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것이 너무 가슴이 미어지고 슬프다. 정신적으로 지금도 피해를 보고 있는 지역 주민들... 저것을 막아내지 못한 분노가 인다. 이제 더이상 모슬봉에 군사 기지 시설을 짓지 않을 수 있도록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임 송악산을사랑하는사람들 대표(사진=김재훈 기자)
김정임 송악산을사랑하는사람들 대표(사진=김재훈 기자)

제주평화대공원 조성 사업은 이 같은 목소리들을 담아내야만 한다. 행정 당국은 시민사회, 학계 등과 평화대공원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테이블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단순 용역으로 떼워서는 아무래도 곤란하다. '제주대공원'이 아니라, '제주평화대공원'이라는 점을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여타 개발 사업을 추진하며 종종 그래왔듯, 주민 상생방안이랍시고 몇몇 주민들이나 자생단체에 이권을 챙겨주는 방안을 제시하며 추진 동력을 얻으려 해서도 안 된다. 서두르다가 그르치기 쉬운 사업이다. 평화대공원 조성사업은 시민사회와 함께 충분히 소통하고 민주적 절차를 밟으며 추진되어야 한다. 그와 같은 과정을 평화대공원 조성 사업의 초석으로 깔아야 한다.

(사진=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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