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지방자치단체별 출산지원정책 예·결산 구성. (표=보건복지부 '2022년도 지방자치단체 출산지원정책 사례집')
2022년 지방자치단체별 출산지원정책 예·결산 구성. (표=보건복지부 '2022년도 지방자치단체 출산지원정책 사례집')

2023년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대한민국 망했네요, 와!”라며 미국의 조앤 윌리엄스 교수를 놀라게 한 지난 2022년 합계출산율 0.78명보다 더 낮아졌다. 이에 다가오는 4·10 총선을 앞두고 지자체, 여야를 막론하고 저출생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각 지자체는 기존에도 첫만남이용권(아동 출생일로부터 1년 이내 사용 가능한 200만원 이상 현금 지원), 부모급여, 난임 수술비 지원, 육아휴직 급여 인상 등의 정책을 시행하며 출산을 장려했다. 대부분 현금 지급식 지원 대책이다. 실제로 지난 2022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년도 지방자치단체 출산 지원 정책 사례집’에 따르면 약 70%가 현금성 지원 정책으로 집계됐다.

저출생 문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줄곧 주요한 사회문제로 주목받아왔다. 지난 2005년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족되기도 했다. 또한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는 2006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약 280조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출생률은 2017년(1.24명)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상황. 현재까지 고수해 온 파편화 된 현금 지급식 정책이 저출산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파편화된 현금 지급 정책...이대로 괜찮나?

한국지방세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지자체 출산지원정책의 효과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 연구에서는 “출산장려금 지급보다 인프라 및 서비스의 확대가 출산율 제고에 더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도출된 바 있다. 

“출산장려금 100만원 지급시 합계출산율은 0.03명 증가하고 아동1인당 인프라 예산액 100만원 상승시 합계출산율은 0.098명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돼 동일한 예산을 투입할 경우 “인프라 예산액의 증가가 출산율 제고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제주 또한 출생아 수가 계속해서 줄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지역의 합계출산율은 2012년도 1.6명을 기록하고 계속해서 줄어들어 2022년에는 0.92명으로 역대 최저 합계출산율을 보였다. 지자체 차원에서 제주도는 어떤 정책으로 저출생 현상에 대응하고 있을까. 

제주도에서 실시하고 있는 출산 장려 사업은 18개이다. 이 중 출산지원금, 육아지원금, 첫만남이용권 등 현금성 지원 사업은 14개로 약 78%이다. 산후조리 한약 지원, 농어가 도우미 지원 등 비현금성 지원 사업은 약 22%를 차지한다. 제주 또한 현금 지급 및 대출이자 지원 등이 중심이 된 여타 지자체의 현금 지급식 출산 장려책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금 지원 사업들이 파편화 되어 있어 제대로 파악하기조차 쉽지 않다.

청년들이 바라는 지원 정책은?...프랑스는 "부모 출산휴가 6개월로"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하 여가원)은 지난 2020년 8월 제주지역 2030 미혼 청년의 결혼·출산 의향과 청년들이 원하는 정책 대응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제주 청년들이 뽑은 가장 필요한 지원 정책은 ‘출산 전후 휴가 보장’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가족친화제도(출산전후휴가, 육아휴직, 유연근무제 등)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조직 분위기 조성’ 및 ‘신혼부부 주택 지원 확대’, 네 번째 ‘안전한 자녀 양육 환경 조성’, 다섯 번째로는 ‘신뢰할 수 있는 어린이집의 확충’이 뒤를 이었다. 

프랑스 정부는 최대 16주였던 출산휴가를 부모 모두 6개월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제주도의 경우는 어떨까. 임신한 여성근로자에게 출산 전후 90일 휴가를 보장하고 있다. 남성은 10일. 제주는 중소기업 근로자의 배우자가 출산할 경우 휴가를 쓰면 출산휴가 급여를 지원하고 있다. 출산휴가 10일 중 5일분을 지원(최대 40만원 지원)하는 것이 것이 전부다. 프랑스의 정책과 차이가 크다.

2022년 지방공무원 육아휴직 대상자 및 사용자 현황. (표=용혜인 의원실)
2022년 지방공무원 육아휴직 대상자 및 사용자 현황. (표=용혜인 의원실)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육아휴직’은 과연 잘 이루어지고 있을까. 제주도 공무원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2022년 기준 평균 28.1%다. 육아휴직 대상자 10명 중 약 3명만이 육아휴직 제도를 이용하며 저조한 사용률을 보인다. 여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40.2%, 남성은 17.1%로 남성의 육아휴직률이 두 배 이상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육아휴직률의 남녀 차이는 여성이 주양육자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결과로 이어진다. 여가원이 발표한 ‘2023 통계로 보는 제주 여성 가족의 삶’ 연구에서는 “여성의 고용률 최고점은 25~29세와 50~54세인 반면 남성은 40~44세와 30~34세에 집중되어 있어 노동시장에서 출산·육아 등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출산 이후에도 일터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란 두려움은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망설이게 되는 주된 이유다. 여가원의 정여진 선임연구원은 저출생 대응을 위한 정책 방향으로 “독박육아 사회적 고립 최소화 방안과 돌봄의 사회화와 민주화 지향, 청년 중심의 성인지적 인구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육아와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돌봄의 사회화' 필요

이처럼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 위한 ‘돌봄의 사회화’는 저출생 현상 대응의 필수 과제이다. 현재 제주도가 실시하고 있는 돌봄 정책으론 지역연계 아동돌봄센터 운영과 수놀음 돌봄공동체 육성 지원 등이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마을 공동돌봄 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례안'에 대해 설명하는 김경미 의원. (사진=제주도의회 홈페이지)

도 자체에서 운영 및 육성하고 있는 돌봄공동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재하는 돌봄 공백을 해소하고자 김경미 도의원을 비롯한 10명의 제주도의원들은 ‘제주특별자치도 마을 공동돌봄 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했다. 

해당 조례안은 ‘마을 주민들이 돌봄과 양육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수행하며 서로를 돌보는 마을 공동돌봄 환경 조성을 위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 12월 제423회 임시회에서 조례안이 통과되면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지난 7일 오영훈 도정이 해당 조례안에 재의를 요구했다. 

제주도는 ‘과도한 재정부담으로 예산집행 불가’, ‘도지사의 역할이 구체적·광범위하게 명시돼 지방자치단체장의 고유권한 침해 우려’, ‘마을 경계획정 어려움’, ‘관리감독 사각지대 우려’ 등을 이유로 제시하며 조례안을 거부했다. 이는 오영훈 도지사가 취임한 이래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다.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분위기 조성, 돌봄의 사회화를 통한 일과 가정 병행 가능 환경 마련. 저출생 대응에 필수적인 두 과제를 제주도가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추후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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