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리 해녀가 제주 월정리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에 반대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제주난개발저항지역연대 제공)
월정리 해녀가 제주 월정리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에 반대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제주난개발저항지역연대 제공)

"제주 해녀를 보려거든 박물관으로 가시오."

머지 않은 장래에 이 같은 문구가 상식으로 통용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싶다.

제주도의 해녀들이 '박제'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제주 지역 해녀들의 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2000년 3613명이던 해녀 수는 지난해 2849명으로 줄었다.  해녀 고령화로 인해 이 추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해녀 고령화로 인해 50세 미만의 '젊은' 해녀 비율은 3.4%에 불과하다.  2020년 1285명(20%)이던 50세 미만 해녀 수는 현재 93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신규해녀는 23명인데, 그 10배에 달하는 238명의 해녀가 은퇴했다.

해녀 현황 (표=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전문위원실)
해녀 현황 (표=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전문위원실)

해녀가 사라져가고 있다.

신규 해녀 양성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지 오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호형 제주도의원은 지난 21일 해양수산국 업무보고 시 "제주해녀인구가 3000명대가 붕괴되어 신규해녀양성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그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신규 해녀를 양성한다 해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산물이 사라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농산물이 자라지 않는 사막에서 신규 농부를 양성하겠다는 격이다.

#미역도 사라져가는 제주바다...'소라는 5년' 시한부 진단도

물속에 "물건(수산물)이 없져게." 해녀들의 말이다.

기후변화와 환경훼손으로 인해 바다 생태계는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마라도, 가파도에서는 그 흔하디 흔했던 미역 조차 채취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해조류가 사라지면 해조류를 먹이원으로 삼는 생물들도 사라진다. 제주바다에서 소라가 사라지기까지 앞으로 5년이 남았다는 해양 전문가의 암울한 진단도 나온다.

해조류 서식을 방해하는 갯녹음현상도 제주 전지역에서 확인되고 있다. 제주 전역의 '바다숲'이 사막화 되어가고 있다. 제주도는 해안에서 유실된 모래로 뒤덮여버린 바닷속에 바위나 콘크리트 시설물 등을 집어넣어 해초 등의 서식지를 조성하는 사업, 수산 자원 종자 방류 사업 등을 벌이고 있지만 일시적이다. 바다 생태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 공사를 반대하며 제주도청 앞에서 집회를 연 월정리 해녀들.(사진=박소희 기자)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 공사를 반대하며 제주도청 앞에서 집회를 연 월정리 해녀들.(사진=박소희 기자)

제주하수처리장 증설공사를 막으려 바다가 아니라 아스팔트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월정리 해녀들의 분노를 기억해야 한다. 바다 환경 보호 정책과 해녀 지원 정책을 묶어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바다 생태계가 해녀들의 삶터이기 때문이다.

#제주도 해녀 관련 부서, 박물관 운영·관리에 치중

제주도의 조직 체계를 봐도 해녀 직접 지원 사업보다 박물관 사업이나 해녀문화를 알리는 홍보 사업에 인력이 치중되어 있다. 제주도가 '조직'적으로 해녀를 제주관광의 홍보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셈이다.

제주도 해양수산국 해녀문화유산과는 18명 중 3분의 2에 달하는 11명이 해녀박물관 운영 관리 전담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 남은 8명도 해녀들을 위한 실질적인 업무를 보는 것은 아니다. 해녀의전당 건립, 해녀문화유산 정책 기획 조정 등 '문화' 정책 사업 비중이 높다.

직접적인 해녀 지원 사업보다 박물관 운영, 관리에 더 많은 인원이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주객이 전도됐다.

제주시는 해양수산과에 3명 그나마 해녀복 및 잠수 장비 지원, 해녀수당 지급 등 실무적인 업무를 담당한다. 서귀포시 해양수산과는 5명이 맡고 있다.

#231억 들여 짓는 '해녀의 전당'...거창한 목표의 사업은 누구의 배를 불릴까

제주도는 '해녀의 전당'을 건립한다는 구상이다. 국비 포함 231억원을 들여서. 제주도는 올해 타당성 기본계획 수립에 나선다. 막대한 사업비를 들이는 만큼 규모도 상당하다.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4000㎡에 달한다.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녀의 전당' 건립 목적으로 제주해녀문화를 보전하고 전승을 든다. 제주도는 '해녀의 전당'이 해녀의 지속적인 양성과 가치 확산, 국제 교류 등의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어떤 사업을 펼칠지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거창한 '가치 확산'이니, '국제 교류 거점' 역할이니 하는 것들이, 실제 해녀들의 삶에 어떤 도움이 될지 알 수 없다. 대외적인 홍보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할 만하다.

수산물이 살아갈 수 있는 바다 환경을 보전하는 것이 해녀와 해녀문화 보전에게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을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가령, 제주 공직자 문화 보전을 위해 '공직자의 전당'이나 '공직자 박물관'을 세운들, 현직 공직자에게는 대체 무슨 도움이 될까. '해녀문화' 전승보다 바다 환경 보전과 오늘도 빈손으로 물밖으로 나서는 해녀들을 위한 직접적인 지원 사업 계획을 우선적으로 수립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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