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농업 사수' 'FTA 저지'

▲ 9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열린 전국 농민대회 참가자들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다. <사진=월간 말 제공>

[현장=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국회 비준저지 전국농민대회가 열린 9일 서울 여의도 문화공원에는 농민들의 성난 농심(農心)이 가득했다.

여의도 공원 주위에는 새벽부터 전국 곳곳에서 상경한 1만 5000여명의 농민들이 타고온 버스가 둘러 싸고 있었다. 경찰은 국회를 버스로 막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일전(?)을 준비할 태세였다.

차가운 겨울 바람을 헤치고 여의도에 모인 농민들의 얼굴에는 한-칠레 FTA 동의안 국회 통과를 저지하겠다는 결의가 넘쳐났다.

오후 2시 전국농민연대 주최로 열린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국회 비준저지를 위한 전국농민대회'에서는 농민들은 "FTA 통과는 농업을 죽음의 길로 몰아가는 것"이라며 성토했다. 특히 농민들은 찬성 FTA  찬성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4.15총선에 응징할 것을 다짐했다.

대회 시작 전부터 공원에 모여들기 시작한 농민들은 "FTA 통과는 민족의 생명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국회의 비준안 통과를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결의를 보였다.

"갑오 농민혁명 정신으로 투쟁 결의"
 
"FTA 찬성 의원 이번 총선에 심판"

 

 

전북 고창에서 올라왔다는 김요용씨는 "미국 S 회사의 배추종자를 심었다가 고창 지역 60여농가가 피해를 봤다"며 "미국 회사의 불량 종자로 농민들이 피해를 본 농민들이 4년 동안 싸워 온 것처럼 농민들이 힘을 모아 FTA 통과를 저지하자"고 말했다.

이날 농민대회에는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 민주노동당 천영세 부대표, 전국 민중연대 정광훈 의장 등 각계 시민사회 단체 인사들이 농민들과의 연대 투쟁을 약속하며 집회에 참가했다.

▲ 전국 농민대회 참가자들의 국회 진입을 막기 위해 경찰이 시위 중인 농민들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월간 말 제공>
전국 농민연대 송남수 상임대표는 대회사를 통해 "오늘 FTA를 비준하는 것은 이 땅의 농업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생명산업인 농업을 포기하자는 농업포기론자, 농업경시론자들과 싸워 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송 대표는 "갑오동학농민혁명의 후예답게 투쟁하여 반드시 승리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도 연대사에서 "생명산업인 농업을 지키기 위해 농민과 노동자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FTA 비준안 저지에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FTA 비준안 찬반을 4.15총선의 주요 이슈로 부각할 것을 천명했다. 그는 "생명을 살리는 데 농촌과 도시의원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애국자와 매국노만 있을 뿐"이라며 "FTA 찬성 의원들을 총선 때 심판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경식 전농의장도 "식량을 팔아 국익에 보태겠다는 국회의원을 4월 총선에서 심판하자"면서 "FTA비준안이 처리되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도시에 있는 자녀와 시민단체와 함께 자주정치를 할 수 있는 진보세력과 개혁정치세력과 연대해 민주농업을 사수하겠다"고 주장했다.

제주에서 강원까지,
FTA 비준안 저지에 하나된 농심

 

 

이날 농민대회에는 전국농민회 총연맹 제주도 연맹(의장 이태권)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회장 김미랑) 소속 회원 100여명도 참가해 FTA 비준 저지에 대한 결의를 다졌다.

▲ 9일 열린 전국 농민대회에서 농민들이 경찰의 최루액에 맞서 격렬하게 싸우고 있다. <사진=월간 말 제공>
이날 상경투쟁에 나선 제주의 농민들은 출발에 앞서 제주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을 맺지못하면 극제통상무대에서 외톨이가 된다는 것은 억지논리"라며 "정치권은 국민을 우롱하고 농민을 기만하며 기회만 되면 국회비준처리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농업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으며 민족농업을 지켜야 할 농대 교수들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비준을 촉구하는 것은 학자적 양심을 저버리는 일이었다"며 FTA 비준 저지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여성농민회 제주도연합 김미랑 회장도 "자유무역협정 비준을 반드시 저지하겠다"며 "목소리가 터지도록 싸워서 승리하자"고 역설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목숨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한-칠레 FTA를 막을 것"이라며 "농민들만의 희생을 강요하는 굴욕적인 FTA 지원대책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성난 농심에 여의도는 아수라장
경찰  물대포, 최루액 난사, 농민들 집회 저지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되던 농민대회는 4시 20분경, 농민들이 여의도 국민은행 앞 파병반대 집회대오와 결합하면서 경찰과 극심한 몸싸움 양상으로 치달았다.

경찰의 진압에 의해 무대 옆으로 밀린 농민들은 돌과 대나무를 들고 경찰의 진압에 저항했다. 돌과 최루액이 교차되면서 부상자도 속출했다.

특히 경찰의 강제진압에 맞서기 위해 일부 농민들이 여의도에 불을 지르면서 경찰과 농민들과의 대립은 점차 격해졌다.

 경찰은 국회 앞과 한나라당 사, 국민은행 앞을 전경버스로 봉쇄하고 농민들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경찰은 농민들의 국회진입을 막기 위해 87개 중대 9000여명을 병력을 동원했다.
농민들과 경찰의 대립이 격해지면서 부상자도 속출했다. 특히 FTA 비준안의 국회 통과가 유력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농민들의 저항도 거세졌다.

한편 이 과정에서 2명의 농민이 한나라 당사 앞 지하철 공사현장 인근 15m 높이의 크레인에서 농성을 하기도 했다.                                                    

▲ 9일 여의도 공원에서 열린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비준 저지 전국 농민대회에서 농민들이 경찰의 진입을 막기 위해 세워놓은 바리케이드를 불태우면서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사진=월간 말 제공>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을 즉각 중단하라!

우리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국회비준을 결사 반대한다.

정부와 언론은 농민들의 생존권 투쟁을 집단적 이기주의로 매도하고 일방적으로 농민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

도대체 우리에게 얼마나 더 참으라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지금까지 우리 농민들은 피땀으로 농토를 일구어 온 나라 백성을 먹여살려왔다.지난 40년간 급속한 산업화의 과정에서 차별을 받으며 온갖 구박 속에도 꿋꿋하게 땅을 일궈내며 살아왔다.

그러나 지난 UR 협상 이후 우리가 청춘을 바쳐 일하며 거둔 것은, 눈덩이처럼 늘어가는 농가부채와 좌절, 서러움과 절망뿐이다.

우리는 오늘 여의도에서 목숨을 걸고라도 반드시 한-칠레 FTA를 막을 것이다.

처음부터 잘못된 협정, 체결되면 농민의 피해가 너무도 뻔한 협정, 이에 따른 변변한 대책하나 없이 무조건 농민들만의 희생을 강요하는 굴욕적인  FTA지원대책을 우리는 결코 인정할 수 없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은 처음부터 잘못된 협정이다.

협상 대상국으로 칠레를 잘못 선정하여 놓고 농업과 농촌에 대한 특별한 대책도 없이 밀어붙이는 식으로 일을 처리하여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의원직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한-칠레 FTA를 막아내야 한다.

사람이면 누구든 밥을 먹고 사는데 국민들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식량주권 산업, 생명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데 있어 농촌의원 도시의원이 따로 있을 수 없다.

16대 국회의원들은 의원직을 걸고 반드시 한-칠레 FTA를 막아야 한다.

만약 비준동의안에 찬성하는 의원이 있다면 우리는 그들을 반드시 낙선시키고 말 것이다. 또한 언론이 있지도 않은 농촌당을 만들어 농민과 국회의원들을 협박하여 한-칠레 FTA체결을 강요하고 있지만 자신의 소신에 따라 행동하는 국회의원들에게 우리는 이에 응당한 보답을 할 것이다.

아무런 대책없이 농민들만의 희생을 강요하는 굴욕적인 한-칠레  FTA를 우리는 결코 인정할 수 없다. 만약 노무현정부가 우리의 경고를 계속 무시하고 농민들에게 모욕만을 안겨준다면 우리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심판을 물을 것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혀둔다.

2004년 2월 9일
한-칠레 FTA 국회 비준 저지 전국농민대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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