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마른 낙엽이 바삭거리는 숲 속으로 가면

수런수런 들려오는 노루귀들의 속삭임........

- 바람꽃이 먼저 세상으로 나갔단다..우리도 가자.. -

 

겨우내 꽁꽁언땅 풀리길 기다렸는데,

복수초와 바람꽃에 선두를 놓치고 말았어요.

하지만 이젠 노루귀들의 세상.

 

작고 가녀리다고 얕보지 말아야 해요.

미나리아재비과, 독초이며 약초여서

진통, 중독, 장치료등 민간에서는 한약재로 사용하지요.

 

피는 듯 지고마는 바람꽃과 달리

봄이 익어갈 숲속을 환히 비출 노루귀의 청초함은 아는 이 만이 아는 일.

작은 귀 쫑긋 세우고 노루귀가 고개 내밀기 시작하면,

숲속은 그들의 도란거림이 넘쳐나게 된답니다.

 

카멜레온처럼 자기적응 능력이 뛰어나서

제주도처럼 바람많고 척박한 곳에서는 작은 몸을 가진  새끼노루귀로,

울릉도처럼 비옥하고 습기가 많은 곳에서는 몸체가 큰 섬노루귀로,

내륙지방에선 자생지마다 꽃색을 달리하며 화려함을 자랑합니다.

 

노루귀가 터를 잡은 오름에 가면

발을 어디에 디뎌야 할지 난감할 정도로 총총 모여사는 노루귀들,

꽃대를 한 껏 밀어올려 꽃이 피는 건,

종자번식을 위해 가능한 멀리 씨앗을 날리기 위한 자기보호의 본능이지만,

오름을 찾은 나그네에겐 마치 자신을 오매불망 기다리다 목이 길어진 듯...

반가움의 환희를 지르게 되지요.

 

귀를 기울여 보세요.

마른 낙엽을 헤치며 도란도란 피어나는 노루귀들의 몸놀림,

겨우내 머물던 숲의 정적을 깨우고, 봄을 불러들이는

노루귀들의 수런거림.

 

들리나요?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