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안이 12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야당 의원만의 투표로 치러진 이날의 사건은 의회민주주의라는 우리 시대의 가치가 과연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게 한다.


야당이 밝힌 탄핵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대통령이 방송기자클럽과의 회견에서 말한 열린 우리당 지지발언과 계속된 측근 비리로 인한 도덕성 문제이다.
야당이 밝힌 탄핵사유가 과연 헌법이 정한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할 만한 중대사안인지에 대한 논의는 지금 시점에서는 적절치 않다.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이에 대한 논의는 이미 시효가 지난 일이 되버렸다.


하지만 이날 물리적 힘의 우위에서 치러진 탄핵안 가결을 지켜보면서 국민은 지금 침통하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보냈던 이들이나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들도 모두 마찬가지 일 것이다. 어쩌다가 우리 정치가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슬픔을 너머 분노마저 느낀다.
나라의 장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그리고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지, 대한민국 호는 이제 거센 풍랑의 한 가운데 서 있는 꼴이다.


우리 국민들은 알고 있다. 이런 일을 자초한 것이 대통령이라는 야당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그보다 탄핵안 강행이 오는 4월 있을 총선에서의 기선 제압을 위한 정치적 승부수라는 것이 보다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야당이 밝힌 탄핵 사유 중 하나가 대통령의 선거 개입에 대한 반발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탄핵을 강행하기 앞서 국민을 생각하고, 나라의 장래를 생각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치가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 것이다.


혼란하고 심란하다. 탄핵까지 불러온 한국 정치의 대화부재가 안타깝고 대통령과 야당의 대응에 화가 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국회 다수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힘의 우위를 앞세워 탄핵안을 강행처리한 것은 백번 생각해도 옳지 않은 일이다.
나라를 생각한다면, 민생을 생각한다면 야당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을 강행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다수당의 물리력으로 그 권한을 정지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야당에게 묻고 싶다.


또한 과거 권력자들이 국회를 총칼로 위협하고 광주의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했음에도 탄핵안의 "탄"자도 꺼내지 않은, 아니 그 권력이 비호 아래 있었던 이들이 지금 탄핵안을 강행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인지. 집권 초기부터 그토록 흔들어대더니 이제 속이 후련하냐고. 이제 국정불안에 대한 책임은 과연 누가 질 것이냐고.

야당은 옳지 않다. 대화와 타협을 버리고 탄핵안을 강행한 야당은 정치의 기본 룰을 이미 저버렸다. 그리고 국민들은 이제 정치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버릴 것이다.
이에 대한 책임은 탄핵안을 강행한 이들이 직접 져야 할 것이다. 이런 무거운 짐을 과연 그들이 질 수 있을 것인가.
총선 승리만이 목적인 그들이 과연....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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