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 좋은 하루쯤사
산을 베고 눕고 싶다

아내와 맞잡은 손
우러러 산을 보면

나무는 비탈에 서도
비탈에 맞게 사네

 -김영흥 시집 ‘부재증명’에서

<지은이> 김영흥(1942~1997) : 북군 애월읍 고성리 출생.
 제주대학교 국문과 졸업.
 1990년 ‘시조문학’으로 등단.
 제주 시조문학회 창립회원이었으며 오현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 백혈병으로 인해 돌아가심.
 시집으로 ‘부재증명’외.


그는 이제 ‘산을 베고’누워 있다. 비탈에 서 있어도 ‘비탈에 맞게’사는 나무 이제 그는 한 그루 나무가 되어 살고 있다.
전생에 못다 산 그의 시목(詩木)의 가지가 해마다 이승의 친구들에 의해 피어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시인은 갔지만 시는 남아 인연줄이 되어 사람을 울리는구나 하고.
‘그리운 사람들은 내 안으로 사라졌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같은 문학회원인 오승철 시인은 ‘부재증명’의 시인, ‘물음표’의 시인을 회고 했다.
 글=김용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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