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만발한 시기다. 꽃이 피어있는 것을 보면 다 아름답게 보이지만 식물학자들에 따르면 봄에 꽃을 피우는 식물들은 대개 길어진 낮의 길이와 높아진 기온으로 개화 시기를 알아차리고 핀다고 한다.

한편 국화나 벼 등 가을에 꽃이 피는 식물은 낮의 길이가 짧아지는 것을 기다려서 꽃을 피운다는 것이다.

꽃이야말로 식물에게 있어 아주 중요한 생존 수단이기 때문이다.
꽃에는 또 자화 수분과 타화 수분을 하는 꽃이 있는데, 자화 수분을 하는 식물은 꽃만 피면 새나 곤충의 도움 없이도 자기 스스로 수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타화 수분을 하는 꽃은 암술과 수술 사이를 오가며 중매쟁이 역할을 해주는 새나 곤충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이들 중매쟁이를 유혹하기 위해서는 꽃이 크고 예쁘며 좋은 향기를 지녀야 한다. 이렇듯 식물들이 살아가는 내력을 보면 사람들의 사는 것과 마찬가지로 눈물겨운 바가 있다.

지난 주말(16~18일)에 제주도학생회관에서 제4회 대한민국 새우란명품대전이 열렸다. 한국 난연합회와 광주, 경기, 부산 등 국내 17개 난 협회가 공동 주최하고, 제주도와 제주도교육청, 제주시와 남.북제주, 제주민예총과 일부 방송국까지 어마어마한 단체들이 후원을 해서 열린 그런 전시회였다.

필자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그 전시회를 가보았는데, 갈 때마다 꽃은 아름답지만 마음은 편치를 못했다. 이번에 출품한 ‘작품’들도 대단한 정성을 기울여서 피운 참으로 아름다운 꽃들임에도 불구하고...
구경을 하고 나오면서 낯이 익은 관계자 한 사람을 붙들고 물어보았다.

“이 꽃들을 어디서 구해서 꽃을 피운 것입니까?” 그의 대답은 이번에 출품한 400분 중 10%는 바이오 재배를 한 것이지만 나머지 90%는 “산에서 캐다가 기른 것”이라는 대답이었다.

그러면 욕들을 각오를 하고 말하지만 이 출품자들이 자연을 훼손하고, 자연으로부터 도채를 했다는 말이 아닌가. 그들은 “난을 길러서 자연으로 되돌린다는 목적으로 해마다 전시회를 한다”고 명분만은 그럴 듯 하지만 스스로 속임수를 쓰고 있다. 이 협회의 학술고문을 맡고 있는 제주대학 소인섭 교수에게 전화로 자문을 구했다. 그는 우리 나라의 난 인구가 300만 명이라고 했다.

그리고 전국적인 행사를 할 때는 문화공보부장관이 나와 축사도 하는데 “사실상 남획을 조장할 수 있는 일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물론 학자인 그는 이것들을 교잡시켜 신품종을 배양하고,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기쁨도 갖고 있을 터이다.

그러나 그는 제주 한란이 반출이 금지된 상태에서도 대구 같은 대도시에서 버젓이 제주한란 전시회를 연다고 불합리성을 말했다. 아무래도 지금은 전국적으로 그 열기가 지나친 것 같다.

필자도 한 20년 전에 친구가 준 한란 분 하나를 가지고 잘 키워서 한란 전시회에서 대상까지 받은 바 있지만 난 하는 사람들의 집념은 대단하다.

‘명품’을 한 촉 얻기 위해서는 어디라도 간다. 비로소 고백하지만 나도 그 무렵에 친구들과 한라산 교목지대로 가서 보춘화와 새우란을 몇 포기 캐온 적이 있다. 그리고 그때 그 남획의 현장을 목격했던 것이다. 그 충격이 아마도 그 얼마 후에 나로 하여 키우던 모든 난을 흩어버리게 했을 것이다.

난 하는 분들에게 말하지만 난을 키우는 것보다 난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훨씬 더 홀가분한 일임을 경험자로서 들려드린다.

꽃은 혼자 가꾸고 보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보는 것이 훨씬 더 아름답다. 여럿이 함께 본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 여러분이 모토처럼 자연으로 돌려보내서 자연스럽게 자라고 꽃 피게 하라는 뜻이다. 국내 난 인구에 큰 변화가 있기를 바래서 욕들을 각오로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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