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석의 「묵시」
싱그러운 4월의 미술관 마당은 기하학적인 추상조각과 토끼풀이 무더기로 꽃을 피우며 이질적인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었다.
『人間』이라고 쓰여진 현수막 아래서 잠시 숨을 고른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비어있어 조용한 전시실 앞에서 기획전에 대한 설명을 읽어본다.
‘미술사에 있어서 인간은 동양, 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주제였다.....’

처음 마주친 그림은 「묵시」고통에 뒤엉킨 브론즈상 같은 인물이 화면 아래쪽으로 녹아 내리고 그의 등 위에는 수인 번호 같은 바코드가 찍혀있다.
회랑을 돌면서 마주치는 반가운 이름들.
서귀포 출신 화가 고영우님의 「흔들리는 존재 - 너의 어둠」과 현충언님의 「記憶祭」.
얼마 전 타계하신 한명섭님의 「기다림」.
미술교사이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김연실님의 「여색」, 문행섭님의 「잠재의식」, 오승익님의 「Image - 여자」
한국 화단에 우뚝 서 있어 낮 익은 장리석님, 양인옥님, 박각숙님, 이학숙님 등의 작품들이 저마다의 독특한 언어로 말을 걸어온다. 
전시실 오른쪽은 서양화가 전시되어있는데 몇 점의 누드화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인간 심연의 깊이를 가늠하게 하는 그림들이다.

▲ 박노수의 「高士」
회랑을 돌아 왼편으로 들어서면 심란했던 마음이 자연에 안기듯 편안해져 온다.
“아름다움은 단순하고 간결한 것이다. 점 하나로 천가지, 만가지 의미를 담을 수 있어야 한다. 그 점 하나를 찾아 끝까지 가는 것이다."라는 박노수님의 「高士」.
서귀포에 터를 잡고 작품활동을 하시는 이왈종님의 「생활 속에 중도」, 거침없는 붓놀림을 느낄 수 있는 송영방님의「말탄 사람」, 김종국님이 해학적 풍속화, 섬세하게 그려진 정용성님의 인물 연작 등이 묵향을 뿜으며 말을 걸어온다.


가정의 달  5월.
아름다운 서귀포 삼매봉에 자리잡은 기당미술관으로 가족나들이를 해보면 어떨까.
유채, 수채, 파스텔, 크레파스, 아크릴, 콩테, 수묵,  브론즈 등 다양한 재료로 표현된 작품을 보며 아이들과 함께 미술공부를 해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나는 미술에 문외한이라서 볼 줄 모른다”고 하시는 분들이면 더욱 권하고 싶다.
그림 속 인물들이 저마다의 언어로 당신에게 말을 걸어 올테니.

▲ 송영방의 「말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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