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대표적인 쟁점법안인 언론관련법이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을 통해 본격적인 검토 작업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정부가 뉴스통신진흥법 개정안을 5일 입법 예고함에 따라 통신시장의 독과점과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및 이에 따른 각종 폐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날 한시조항 삭제를 주요 골자로 하는 뉴스통신진흥법 개정안을 정부 입법안으로 마련, 입법예고했다.

뉴스통신진흥법은 이른바 국가기간뉴스통신사와 뉴스통신진흥회에 대한 설치법으로서 관련 규정의 시한이 오는 8월로 종료됨에 따라 이를 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합뉴스는 지난해 국정감사 제출자료에서 뉴스통신진흥법의 한시조항 문제에 대해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제도의 지속적 유지 필요성을 강조하며 법개정 연장 문제를 제기했다.

2003년 5월 29일 제정된 뉴스통신진흥법의 핵심적 내용이 연합뉴스에 대한 지원인 만큼 입법고시안은 이에 대한 지원 연장을 의미한다.

◇정보주권 수호 목적 달리 시장 독과점에 정보왜곡 심화

그러나 정치권과 언론계는 이 법의 제정과정과 법안의 문제점 등을 고려할 때 개정이 아니라 폐지가 돼야할 법률이라는 지적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뉴스통신진흥법은 국민들의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거대 공룡인 외국의 뉴스 통신사와 경쟁하며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뉴스 통신사의 진흥에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뉴스통신진흥법 제정 취지가 정보 주권을 지키고 외국의 거대 통신사와 경쟁할 수 있는 국가 기간통신사를 육성하기 위한 것이지만, 연합뉴스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언론계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또 통신시장의 독점에 따른 심각한 모럴 해저드 및 정보왜곡으로 통신시장의 해외개방시 국내통신시장의 붕괴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통신시장의 전반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외국의 통신사와 경쟁하라는 입법 배경과 달리 국내 통신시장의 독점적 지위만 강화해 시장의 불균형만 커졌으며, 좋은 기사를 국내외 언론에 제공하기보다는 제몸집 키우기와 다양한 사회 각계의 정보를 도리어 차단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년간 2000억원이 넘는 혈세를 특정 언론사에 지원한 위헌적 법률이라는 태생적 한계와 시장 원리를 역행하는 악법은 즉시 폐기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가기간통신사라는 지위를 강조하면서 홈페이지 배너 광고나 무가지 신문과의 무분별한 전재계약, KTX 뉴스사업에 이은 KTX 2단계 사업확장, A'REX 시설물 설치 등 국내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해외취재망의 경우 2008년 9월 현재 33개국 43지역에 56명(특파원 42명, 통신원 14명)의 취재인력이 파견 근무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2007년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는 고질적인 외신 의존 문제를 그대로 노정시켰다. 특파원의 독자적인 취재는 고사하고 확인되지 않은 외신 보도를 여과없이 전달해 오보가 양산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연합뉴스는 또 2002년 12월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뉴스계약을 체결 북한 뉴스에 대한 국내 배포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부여 받았다.

그러나 최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에서 보듯 우리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접근권이 현격히 떨어지는 등 외신 의존형 뉴스 보도 행태를 여전히 드러냈다.

특혜성 지원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대형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속보까지 CNN, AP, AFP 등 외신에 의존해 인용보도하는 관행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언론계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특파원들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했고 해당국 정부의 발표하는 내용을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비판이 연합뉴스 내부에서 터져 나오기도 했다.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연합뉴스가 국가기간통신사로서 국민에게 필요한 정보서비스를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그런 부분에 대한 시정 없이 매년 지원을 요구하는 식으로 가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연합뉴스는 그간 미디어비평 차원에서 감시의 영역을 벗어나 있었고 객관적 평가도 받지 않았다"며 "연합뉴스의 역할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시스가 지난해 언론전문가를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도 뉴스통신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이 많았다.

여론조사 기관인 한길리서치가 지난해 8월 28일부터 9월 2일까지 6일간 언론전문가 200명 (현직 언론인 100명 ·교수·유관기관 연구원 70명·언론관련 시민단체간부·정치인 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언론현황 여론조사에 따르면 특정 통신사의 통신시장 독점을 시정하는 방법으로 63.8%가 '다른 통신사 등 통신사 지원을 통한 경쟁구조 유도'를 꼽았다.

통신시장의 사실상 독점구조에 따른 문제점으로는 '다른 통신사의 성장 저해'와 '독점적 지위에 의한 일방적 계약 등의 문제'를 지적한 응답자가 각각 24.3%, 23.0%였고,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전재료 부과'를 문제로 지적한 의견도 22.1%였다.

6년 한시법인 뉴스통신진흥법의 시한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연합뉴스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뉴스통신의 균형 발전을 위한 냉정한 평가와 진단이 필요하며 불균형 구조를 심화시키는 반시장적인 현행 뉴스통신법의 올바른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등 각계에서 법안 문제점 지적 잇따라

뉴스통신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제정된 이 법은 그 혜택이 특정 통신사인 연합뉴스에만 한정된다는 문제점 때문에 제정 당시부터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연합뉴스가 '국가기간통신사' 규정됨으로써 정부의 직접적 재정지원과 뉴스 전재계약, 사업 위탁 등 간접적 지원은 해마다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문체부 장관이 정부를 대표해 뉴스정보 구독계약 체결을 일괄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정부가 특정 언론사의 영업본부 역할을 자처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전망이다.

애초 이 법은 명칭부터 '연합뉴스사법'으로 출발했다. 2001년 정진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 명칭은 '연합뉴스사 및 연합뉴스위원회법'이었다.

그러나 국회의 입법과정에서 정부기관도 아닌 특정 회사를 위한 지원법을 만드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뉴스통신진흥법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상법상 주식회사인 연합뉴스를 직접 지원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뉴스통신진흥회를 만들어 연합뉴스 지분을 소유하도록 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최종 검토단계인 법사위 심사과정에서는 소유구조 지분에 대한 지적과 연합뉴스사를 국가기간통신사로 지정한 부분에 대한 법률적 문제가 제기됐다.

당시 연합뉴스사의 지분은 KBS MBC가 74.5%, 국내 신문사가 25.5%를 가지고 있었으나, 뉴스통신진흥회가 최대지분을 소유하도록 조정됐다.

MBC와 KBS가 1983년 언론사 통폐합 과정에서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연합뉴스 지분을 뉴스통신진흥회로 넘기는 형식이었다.

한나라당 고흥길의원은 2003년 4월 28일 국회 법사위에서 "민간기업인 MBC의 지분을 일방적으로 넘기는 식으로 법을 만들면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진흥회가 최대주주가 되었을 때 한해서만 효력을 갖도록 했다.

그러나 민주당 천정배 의원은 이 자리에서 "연합뉴스 뿐 아니라 또 다른 통신사(뉴시스)가 있는데 연합뉴스사를 유독 국가기간통신사로 규정한 이유가 뭐냐"며 "주식회사 형태의 두 통신사를 차별 취급하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 의원은 또 "국가가 '이러이러한 요건을 갖춘 뉴스통신사를 국가기간통신사로 본다'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데 연합뉴스를 먼저 국가기간통신사로 지정해놓고 인적 물적 기반을 갖추라는 식은 곤란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논란 끝에 제정된 뉴스통신진흥법은 6년간의 한시법으로 규정됐다. 이 법의 부칙에는 연합뉴스사(3장)와 뉴스통신진흥회에 대한 규정(4장)은 2003년부터 2009년까지 한정된다고 적시돼있다.

고흥길 의원은 이 법안의 제안 설명에서 6년 한시법으로 만든 이유에 대해 "대개 사장의 임기는 3년인데 사장이 두 번 정도 바뀌면 (회사의)기강이 잡히는 법"이라며 "그 때는 이 법이 폐지돼도 자립갱생이 가능하다는 취지에서 6년 한시법으로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 의원은 또 "6년 후에는 사회가 많이 변화할 것이고 또 방송통신 융합이라는 차원에서 연합뉴스 같은 매체가 필요할지 어떨지도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시간이 흘러 6년이 지났고 고흥길 의원은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연합뉴스의 경쟁사이자 민영 뉴스통신사인 뉴시스는 그동안 각종 보고서 및 의견서를 통해 이 법이 헌법에 명기된 평등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뉴스통신 시장의 공정경쟁을 저해하고 있는 만큼 즉시 폐지되거나 전면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 <뉴시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