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낭소리' 한 장면. <뉴시스>
독립 다큐멘터리 ‘워낭소리’ 관련 뉴스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수익금 배분 문제, 불법영상 유포, 관광 상품화 시비 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워낭소리’는 제작비 2억원을 들여 관객 200만명을 넘어섰다. 60억원 이상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독립영화 사상 최고 관객수, 제작비 대비 최고 수익률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상업영화, 할리우드 대작들 틈에서도 정상을 지켰다.

‘워낭소리’의 흥행 원동력은 감동적이라는 입소문 덕이었다. 초기 7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워낭소리’는 관객들의 호평 속에 상영관을 늘려갔다.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인 싹수가 감지되자 TV 9시 뉴스를 비롯, 각종 미디어가 대서특필했다.

입소문 마케팅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후부터는 정치, 사회적 이슈들로 주목받았다. 대통령이 ‘워낭소리’를 관람했다는 사실은 정치적인 목적성 여부로 또 다른 화제를 낳았다. 대통령까지 ‘워낭소리’를 본 덕 혹은 탓은 다방면으로 영화 홍보를 거들었다.

주인공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매스컴의 집중 조명에 힘들어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평범한 사생활까지 침해받는 지경이라면서 자제를 요구했다.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러닝 개런티는 얼마나 돌아가는지도 관심사였다. ‘워낭소리’ 인기의 방증이기도 했다.

‘워낭소리’ 흥행은 독립영화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비주류 독립영화가 논의의 중심으로 들어섰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제2의 워낭소리도 없다”는 독립영화 감독들의 조직적 움직임도 포착됐다. ‘워낭소리’ 이슈는 만성 위기에 시달린 비주류 독립영화들에게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독립영화로서 엄청난 관객몰이를 하면서 수익금 배분 문제도 궁금증을 불렀다. 상업영화처럼 명확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터라 논란은 확산되기만 했다. 제작자가 자의적으로 수익금을 나눠주는 식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제작자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를 명확히 밝혔고,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래도 이슈는 끊이지 않았다. 전북도청이 ‘워낭소리’ 촬영장소를 관광지로 개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또 다시 논란으로 번졌다. 주인공 노부부의 사생활을 관광상품화하려 한다면서 돈과 상술의 논리를 공격했다.

이어 불법 영상이 유포됐다는 뉴스까지 나왔다. 제작자인 고영재 PD가 일선 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워낭소리’의 영상 유포 사실은 급속 확산됐다. 미국, 일본 등지로 수출길이 막혔다는 한탄의 목소리마저 새어나왔다.

그 사이 ‘워낭소리’ 이슈는 본질과 멀어져만 갔다. 콘텐츠 자체에 대한 뉴스는 초반에 그쳤다. 7개 스크린에서 출발해 200개 이상으로 확대됐다는 결과론적 데이터 만으로 재미를 가늠했다. 입소문 덕분에 많은 관객을 불러 모았다는 주관적 잣대는 진리로 굳어졌다.

‘워낭소리’에 대한 혹평은 없다시피 했다. 저예산 독립영화를 상업영화와 같은 선상에서 평가하는 미디어는 없었다. 미국 최대의 독립영화 축전인 선댄스영화제 경쟁부문까지 진출한 ‘워낭소리’는 수상에 실패했지만, ‘명품 다큐멘터리’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하지만 200만명 이상 관객을 모은 ‘워낭소리’를 마냥 독립영화 카테고리 안에서 평가할 수는 없다. 보통 상업영화였다면 노이즈 마케팅, 상술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던 일들이 ‘워낭소리’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워낭소리’에 대한 평가는 양분된다. 좀처럼 보지 못한 감동적 다큐멘터리라는 호평도 있지만, TV다큐멘터리 ‘인간극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절하도 엄연하다. 소와 인간의 따뜻한 우정을 그리고 있다는 의견 뒤에는 늙은 소를 부리는 인간의 욕심이 느껴진다는 관람평이 존재한다.

그래도 ‘워낭소리’에는 무시할 수 없는 독립영화의 힘과 기적이 들어있다. ‘워낭소리’의 100만명은 일반 상업영화의 1000만명이나 다름없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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