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여드름은 청춘의 심벌이 아니라 전 연령대로 확대되고 있다.
화이트데이엔 화이트닝을 선물로?

올 화이트데이에 어디서나 살 수 있는 사탕을 선물했다가는 그 자리에서 퇴짜 맞을 각오를 해야 할 듯싶다. 한 여성 포털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화이트데이에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향수, 화장품, 옷 등의 선물과 사탕’이 꼽혔으며, ‘이벤트와 사탕’이 두 번째로 꼽혔다고 한다. 사탕은 기본이고 특별한 선물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이달 들어 손잡고 병원을 찾는 커플이 많아졌다. 치료를 받는 사람은 대개 여드름이 심한 여성들이고, 함께 온 남성들은 1시간 가까이 걸리는 치료시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대기실에서 기다린다. 화장품 회사들이 화이트데이를 겨냥해 다양한 화이트닝 선물세트를 내놓았다고 하더니 피부과 진료도 선물 목록에 오른 모양이다. 간혹 중년의 부부가 함께 와 아내가 여드름 치료를 받고 가는 경우도 있다.

여드름의 특성상 남성이나 여성 모두 20대 환자가 절반 이상에 달하지만 본원의 경우 여성 환자들은 30대, 40대, 심지어는 50대까지도 골고루 분포돼 있다. 여드름이 더 이상 청춘의 심벌이 아니라 전 연령대에 걸쳐 고루 나타나는 피부질환으로 변화되고 있는 탓이다.

이처럼 전 연령대에 걸쳐 여드름이 발생하는 것은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여드름 균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여드름은 사춘기부터 분비되기 시작하는 안드로겐이라는 호르몬이 피지선을 자극해 많은 피지가 생성된 후 이 피지들이 모공을 통해 모두 빠져나가지 못할 때 발생한다. 모공을 빠져나가지 못한 피지가 모낭 내의 죽은 세포와 뒤엉켜 모낭 입구를 막은 상태에서 얼굴에 증식하고 있는 세균(P.acnes)이 번식해 화농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 균은 모든 사람의 모낭에 살고 있고, 모낭에서 분비되는 피지를 먹고 자란다. 즉, 여드름의 원인균이다. 따라서 이 균이 자랄 수 없도록 해주면 여드름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다. 그러나 생명력이 지나치게 강해 필요하면 자신의 상태를 바꾸면서까지 피부 면역계의 공격을 피해 살아남는다. 여드름이 한 번 발생하면 순식간에 번지기도 하고, 치료 기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모두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해서 여드름이 발생하는 것을 마냥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손으로 직접 짜거나 해서 나중에 흉터로 남게 되면 100% 복원도 안 될 뿐더러 비용도 여드름 치료를 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드름은 발생하는 즉시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요즘엔 의료 기술이 발달돼 여드름 치료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다.

최근 가장 많이 시술되는 치료법으로는 광흡수제와 빛의 특수 파장이 반응하도록 함으로써 여드름 균을 죽이고 피지선의 분비를 줄여주는 PDT(photodynamic therapy), 여드름 압출과정 및 진정팩, 약물도포 등에 빛 치료를 추가한 ‘옴니룩스-블루’, ‘옴니룩스-레드’ 등이 있다.

다른 치료도 대부분 비슷하겠지만 여드름 치료는 특히 8~10회 정도의 시술을 감안해야 한다. PDT의 경우 주 1회씩 5회 정도 시술을 받으면 2개월 정도 효과가 지속되고, 추후 상태를 봐가며 월 1회 정도로 치료 간격을 늘려나가게 된다. 옴니룩스도 PDT와 시술 횟수는 비슷하나 여드름이 심하다면 주 2회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밖에도 여드름 치료법은 다양하게 나와 있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우려해야 할 것이 있다면 여드름에 대처하는 환자들의 자세다. 전문의에게 보이기보다는 여드름을 직접 짠다거나 세안을 자주 한다거나 하는 등의 자가 치료법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여드름 직접 짜기, 자주 세안하기, 땀 많이 흘리기, 여드름 전용 화장품 사용하기 등과 같은 잘못된 속설을 믿었다간 여드름 흉터와 자국만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홍남수 듀오피부과 원장 (피부과전문의·의학박사) /뉴시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