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연이어 대출금리를 내리고 있다.

저마다 소비심리를 풀고 가계(개인)의 이자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결단'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에 굴복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은행에 이어 우리·하나·기업은행도 금리 낮추기에 동참했다.

우리은행은 6일부터 신규 개인주택담보 대출 금리를 최고 1.05%포인트 인하할 방침이다. 우선 주택담보대출 영업점 판매마진율을 현재 0.5%에서 0.3%로 줄이고 가산금리 항목도 최대 0.45%포인트 정도 낮추기로 했다.

'소득증빙자료 미제출자 및 소득대비 부채비율 250% 초과자'에 붙인 가산금리(0.1~0.23%포인트)와 저신용등급인 'CSS 9~10등급 고객'에게 부과해온 0.2%포인트 가산금리, 500만원 이하 신용대출에 부과한 가산금리 0.5%포인트는 아예 폐지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앞으로도 금리인하는 물론 서민금융을 지원하기 위한 신상품 개발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6일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대 1.7%포인트 인하한다. 아울러 은행마진 부분을 0.2%포인트 정도 일괄적으로 낮춰 실질적인 이자경감 혜택이 서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대출 외 다른 거래에 대해서는 감면 가능한 부수거래 금리 폭을 확대, 지금보다 0.3%포인트(최고 1.2%→1.5%포인트)만큼 더 우대받을 수 있도록 한다.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이 높을 때 붙는 가산금리도 기한연장 고객에 대해선 전부 면제(신규는 0.2%포인트 인하)해주고, 근저당 설정비 가산금리는 신규 고객의 경우 면제(기한연장 고객은 변동없음)해 준다. 하나은행은 이밖에 경차 보유자 등 친환경 생활 고객들은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낮춘다고 밝혔다.

기업은행 역시 6일부터 신용기관의 보증을 받는 신규 중소기업대출에 대해 금리를 최고 1.0%포인트 내려주기로 했다.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기업은행의 전체 대출에서 가계대출 비중은 18%에 불과하고 시중은행과 달리 가산금리 제도를 활용하지 않아 이미 평균 금리수준이 낮다"면서 "금융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 지원을 위해 중기대출금리를 인하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윤 행장은 이어 "임원들이 임금을 반납하고 여러 경비를 절감하는 등 비용을 아껴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중기 대출금리 인하를 결정했다"며 "이번 조치는 일단 1단계로 필요하면 향후 금리를 더 인하하는 등 변화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이미 1일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1.0%포인트까지 인하했다. 신한은행도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고 0.8%포인트까지 내리고 500만원 이하 소액담보대출자에 부과되던 가산금리 1.5%포인트도 폐지했다.

은행들이 일괄적으로 대출금리 인하 움직임을 보인 이유는 금융당국과 여당이 공동 압박에 나섰기 때문이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4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현행 2.00%)를 낮춰 자금을 싸게 조달받고 있는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를 낮추지 못하는 것을 국민은 이해할 수 없으며 이는 아주 비정상적”이라며 노골적으로 은행권을 겨냥해 질책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에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면서 은행권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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