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 은행들이 잇달아 대출금리를 내리고 있다. 국민은행에 이어 신한, 하나, 우리, 외환은행도 주택담보 대출금리 인하에 동참했으며 최근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대출금리 인하를 발표했다.

은행들은 저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가계(개인)와 중소기업의 이자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인하조치를 취했다고 밝혔지만 정부와 여당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에 굴복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대출 조건 등을 꼼꼼히 따져 보면 실제 혜택은 발표보다 턱없이 쪼그라 들어 "은행들이 정부 압력에 굴복해 마지 못한 상황에서 생색내기용으로 금리를 내린 만큼 소비심리 회복 등의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은행들 줄지어 인하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리인하의 스타트를 끊은 국민은행은 신규 주택담보대출 고객의 판매마진율을 0.3%포인트 인하해 일괄 적용하고 소득 대비 대출금이 많은 고객에게 부가해온 가산금리(0.3%포인트)를 전면 폐지했다.

신한은행은 0.0~0.6%까지 우대해주던 감면금리를 0.3~0.9%로 0.3%씩 일괄적으로 확대했다. 대출신청 고객이 소득이 없을 경우 가산되던 0.2%의 가산금리와 담보 종류에 따른 가산금리 0.3%, 소액대출에 대한 가산금리 1.5%는 폐지했다.

하나은행은 전체 주택담보대출 고객을 대상으로 은행 마진부분을 0.2%포인트 내리고 대출 외 다른 거래를 할 경우에는 기존보다 0.3%포인트 더 인하했다.

서민 대상으로는 추가적으로 근저당 설정비를 은행이 부담할 때 추가되는 설정비 가산금리 0.2%를 면제하고 LTV(주택담보인정비율) 비율이 높을 경우 붙는 가산금리 1.2%도 면제하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주택담보대출 영업점 판매마진율을 0.2%포인트 축소하고 가산금리 항목은 최대 0.45%포인트 폐지하기로 했으며 담보대출 우대금리 항목도 최대 0.4%포인트 확대하기로 했다. 이밖에 서민 대상 500만원 이하 신용대출에 부과하던 가산금리 0.5%포인트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외환은행도 신규대출자 및 기존대출자 중 만기연장 고객을 대상으로 3개월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최저금리에 적용되는 가산금리를 0.2%포인트 인하했으며 기업은행은 기업들의 보증서 담보대출 및 어음할인 요율을 최대 1.0%포인트 인하하고 대출 연체시 부과하는 연체대출 금리도 최대 3%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최대 1.7%포인트 인하? 사실 '눈속임'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대출금리 인하를 발표하고 있지만 실제로 발표된 만큼 혜택을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의 경우 우대금리를 0.3%포인트 내렸지만 이는 신용카드를 새로 만들거나 공과금 이체, 급여 이체 등을 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또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서민'을 위한다는 취지에서 500만원 이하 소액대출의 가산금리 1.5%, 0.5%를 각각 없앴지만 실제 500만원 이하를 대출받기 위해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국민은행도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고 1% 내렸지만, 모든 고객들이 적용받을 수 있는 우대 금리는 판매마진을 줄여 적용하는 0.3%포인트 정도다. 설정비 은행부담 가산금리도 0.2%포인트 면제했는데 이는 전용면적 60㎡ 이하의 소형주택만 해당된다.

하나은행은 '부수거래 감면금리'를 0.3%포인트 올렸지만 이는 다자녀 가정 등 일부 고객만 받을 수 있다.

더욱이 대부분 은행의 대출금리 인하는 신규 대출자로 제한돼 있어 기존에 고금리로 대출을 받은 고객은 거의 혜택을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 최근 시중은행들이 신규대출 자체를 꺼리고 있는 상황에서 내놓은 대출금리 인하는 결국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솔직히 부동산 시장도 죽어있는 상황에서 신규 대출 수요가 얼마나 되겠느냐"며 "은행들도 적극적으로 대출하진 않을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그나마 "각 은행들이 과대해 발표한 부분은 있지만 안내린 것보다는 분명 낫다"고 평가한 뒤 "담보로 잡힐 주택이라도 있는 서민이라면 이번 기회에 이용해 볼 만 하다"고 말했다.

◇은행들, 정부 압박 못이겨 '울며 겨자먹기'

은행들이 일괄적으로 대출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사실상' 금융당국과 여당이 공동 압박에 나섰기 때문이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4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현행 2.00%)를 낮춰 자금을 싸게 조달받고 있는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를 낮추지 못하는 것을 국민은 이해할 수 없으며 이는 아주 비정상적"이라며 노골적으로 은행권을 겨냥해 질책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에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면서 은행권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등 떠밀려 인하한다'는 비난을 의식한 듯 일부 은행장들은 "정부의 압박에 못이겨 급조한 게 아닌, 계속 생각해오고 있던 부분"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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