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준호 감독(오른쪽). <뉴시스>
“스스로 납득할 만한 영화를 한 번도 찍어본 적이 없다.”

봉준호(40) 감독은 스스로에게 냉정하다. ‘살인의 추억’, ‘괴물’ 등 길이길이 남을 명작들을 남겼지만 “정작 나 자신이 납득할 만한 영화를 만들지 못했다”고 겸양을 보인다.

봉 감독은 27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영화 만들고 해외 영화제나 시사회에서 불가피하게 자기 영화를 봐야할 때, 다시 찍고 싶은 장면이 많다. 그런 장면이 단 하나도 없을, 모든 장면에 후회가 남지 않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을 지 의문스럽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영화 ‘마더’(제작 바른손·배급 CJ엔터테인먼트)에 희망을 걸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최적의 장소를 카메라에 담고 공을 들인 영화다. 작품 자체의 완성도에서도 현재까지는 흡족하기만 하다.

그 중심에 ‘마더’의 타이틀롤 김혜자(68)가 서있다.

봉 감독은 “김혜자 선생님은 이 영화의 출발점과 같았다. 이 시나리오를 썼는데 김혜자 선생님이 못한다고 했으면 그대로 무산됐으리라고 생각한다”면서 “마더의 주인공 엄마가 어떤 인물이어야 하고 어떤 느낌이어야 하는지를 2인3각 경기하듯 전력질주했다”고 만족을 표했다.

아들로 등장하는 원빈(32)에 대해서는 “이런 엄마 역할이 가능하게끔 다이너마이트에 불을 붙이게 해줬다”고 평했다. “원빈을 실제로 만났을 때 답답하리만큼 순수해 보였고, 당장 나가서 챙겨줘야 할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면서 영화 속 ‘도준’에 곧장 이입했다.

봉 감독은 김혜자와 원빈의 눈빛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김혜자 선생님 눈을 좋아하는데, 두 사람의 눈이 비슷했다. 맑은 소의 눈 같기도 하다”는 관찰담이다. 그 순수해 보이는 눈빛을 봉 감독은 카메라로 옮겨 담았다. 하지만 잔잔해 보이는 표제와 달리 ‘마더’는 ‘19세 미만 관람 불가’ 영화다. 잔인하고 선정적인 묘사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봉 감독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 결정을 100% 수용하고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15세 이상 관람 가로 넣어보긴 했지만, 정당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스토리상 과도하지 않고 적절한 수준에서 섹스와 폭력에 대한 묘사가 있다”고 부연했다.

‘마더’는 살인사건 범인으로 몰린 아들 도준의 결백을 밝혀내기 위해 세상과 사투하는 엄마의 애끓는 모정을 담았다. 5월28일 개봉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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