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연 씨.
꿈이란 수면 중에 일어나는 일련의 시각적 심상을 말하는 것인데, 때론 청각·미각·후각·운동감각에 관여하는 것도 있다고 한다.

보통 꿈이라고 할 때는 수면 중에 꿈꾼 체험이 깨어난 후에도 회상이 가능한 회상몽을 말한다. 수면상태에 들어가면 뇌의 활동상태가 각성 시의 것과 달라지는데, 이때 일어나는 표상의 과정을 ‘꿈의식’이라고 하며, 깨어난 후에 회상되는 것을 ‘꿈의 내용’이라고 한다.

깨어났을 때 기억에 남는 꿈은 수면이 깊지 않을 때 꾸는 꿈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어떤 깊이의 수면상태에서도 꿈은 꿀 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수면의 깊이에 따라 꿈의 내용이 각성 시의 의식 내용과 거리가 생기고 잠에서 깬 후 정돈된 꿈으로 회상하기 어려운 것이 되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서 재벌 및 큰 인물의 태몽이나 좋은 꿈을 꾸고 복권을 샀는데 당첨됐다는 등의 꿈 이야기는 비과학적이지만 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도 그럴 것이 과학이 만능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꿈을 잘 꾸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데 요즘은 왠지 이런저런 꿈을 자주 꾼다.
며칠 전 내가 꾼 꿈의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마음이 울적하기에 혼자 술집에 갔다. 소주 한 병을 시켜서 쓸쓸히 먹고 있는데, 옆 자리에서 모 기초자치단체의 공무원 몇 명이 술잔을 기울이며 나누는 대화가 나의 쓸쓸함을 덜어주었다.

대화의 내용인즉, A : 나는 언제나 근속승진 밖엔 못했고 아무리 대규모 승진인사가 있어도 승진 배수 안에도 못 들고, 매년 두 번씩 근평을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알아주질 않네.

B : 승진에 연연할 것 없네. 지위가 높으면 큰 도둑이고 지위가 낮으면 작은 도둑인 세상이요, 사명감은 얼어 죽어 황천 간지 오래인데 뭘 그렇게 승진에 목을 매는가? 일 열심히 한다고 평가를 잘 받고 승진하는 것이 아니네. 근평을 잘 받기 위한, 승진을 위한 로비를 해야지 승진이 된다네. 로비의 방법은 선물, 돈, 빽, 향응, 아부 등 다양하다네.

A : 승진을 못하면 못했지 로비는 성격상 안 맞아 못하겠고, 가난은 참을 수 있지만 부끄러움은 참을 수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네. 군자가 샛길을 몰라서 대로로 가는 것이 아니란 것을 잘 알면서도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든다네.

C : 이 사람아 만약 눈이 하나인 사람들만 사는 나라가 있다면 그 나라에선 눈이 둘이면 병신이라네. 그래서 白雪이 滿乾坤할 제 獨也靑靑하기 어렵다고 하지 않았던가.

D : 공무원조직을 다른 말로 하면 ‘부도나지 않는 기업’이라네. 열심히 일한 것이 술 한 잔만 못한 데도 유지가 되는 것을 보면 ‘부도나지 않는 기업’이 틀림없지. 만약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을 그렇게 운영한다면 부도나지 않을 기업이 없지.

A : 그러면 개선책은 없겠는가?

B :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대부분 9급 공무원으로 임용돼 6급 공무원으로 퇴직을 하는데 가끔 7급으로 퇴직을 하여, 공무원 승진인사를 잘 모르는 국민들로부터 조소의 대상이 되는 것을 볼 때 안타깝기 그지없네. 승진 희망자 중 정년 10년 미만의 7급 공무원을 대상으로 승진은 시키되 보수는 동결토록 한다면 인건비 절약효과도 있고 승진제도의 문제점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네.

B의 말이 끝나자, 왜 이런 세상에 살아야 하나. 먼 훗날 다시 태어난다면 승진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고 하며 A의 통곡은 시작됐고, 나도 한참을 같이 울다가 깨고 보니 꿈이었다.

참으로 기이한 꿈이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어 이 글을 쓴다. <김병연. 시인.수필가>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