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설이 느슨하면 솔바람 나래친다
아낙네 치맛자락
휘감도는 걸거름엔
오늘도 물젓는 소리
짚신소리 그 소리

바당곳디 살림살이 손을 풀면 지척인데
정으로 다듬어진 비릿한 삶의 터전
갯바람
향기로 남는 날 부르는 숨비소리
-신승행 시집
 ‘섬바다 숨비소리' 중

[지은이] 신승행(1941~   ) 제주 출생. 제주대 국문학과, 경희대 교육대학원 졸업. 계간 <현대시조> 신인문학상 시조당선으로 등단. 시집 <섬바다 숨비소리>외. 현재 제주산업정보대 교수.

숨비소리란 해녀(잠녀)가 바닷속에 들었다 나와 멈췄던 숨을 밖으로 토해내는 소리를 가르킨다. 휘파람 소리같이 들리지만 그것은 참았던 숨을 내쉬는 폐와 심장의 소리이다. 이른바 목숨(생명)소리이다. 삶의 터전인 험난한 바닷속, 잠녀들은 생명을 내던지듯 자신들의 체력과의 싸움에서 생활을 이겨나가는 것이다. 그녀들은 바로 우리 어머니이고 아내들이다. 제주섬 바다는 어머니들의 삶과 애환의 고향이다.
글=김용길 시인
그림= 김혜숙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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