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꽃일까?"
잎은 하나도 없고 50센티미터 쯤 길쭉한 꽃줄기에 꽃만 피어 있었지요. 문득 언젠가 신문에서 '상사화는 잎이 말라 죽은 자리에서 꽃줄기가 나와 꽃이 핀다'는 내용의 기사와 사진을 본 기억이 났습니다.
'그럼, 혹시 이 꽃이 상사화?'
식물도감을 찾았는데, 상사화가 아니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꽃일까? 인터넷 검색? 상사화로 해 보자?'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하게 되었는데 내가 본 꽃은 '꽃무릇'이었고, 상사화하고는 달랐습니다.상사화와 꽃무릇은 꽃과 잎이 함께 하지 못한다는 것은 같지만 상사화는 봄에 잎이 난 뒤 여름에 꽃이 피고, 꽃무릇은 초가을 꽃이 핀 뒤 잎이 납니다.
들판에 가득히 피어나는 봄꽃과는 달리 꽃무릇은 큰 나무 그늘에 잎 하나 달리지 않은 줄기에 빠알간 둥근 꽃으로 피어 납니다. 꽃무릇은 꽃술이 꽃잎보다 두 배 정도 길고 마치 자그마한 새장을 떠오르게 하는데, 마치 수호천사처럼 꽃을 지켜주려는 듯 합니다.
불가에선 꽃무릇은 '석산'이라고 부르는데, 뿌리에 방부 효과가 있어 탱화를 그릴 때 찧어 바르면 좀이 슬지 않는다고 해서 갈이 길렀습니다. 전남 함평 용천사, 영광 불갑사, 전북 고창 선운사는 대표적인 꽃무릇 군락지이고, '꽃무릇 큰잔치', '상사화 꽃길 등반대회'등 행사를 엽니다.잎은 꽃을 볼 수 없고, 꽃은 잎을 볼 수 없는 꽃무릇! 서로 그리워하면서도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연을 지닌 꽃무릇!
견우와 직녀도 일년에 한번은 만난다는데, 평생 단 한번도 만나지 못하는 눈물 짓는 꽃을 고운 나비가 대신 찾아와서 위로해 주는 것일까요?
날로 푸르게 높아가는 가을 하늘에 돌아가신 아버지와 홀로 남아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어머니가 두 송이 꽃구름으로 피어 납니다.
허덕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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