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팔꽃, 둥근잎유홍초, 유홍초! 모두 메꽃과에 속합니다.
9월 중순경 아침, 학교 가는 길가의 풀밭에 주홍빛 작은 별같이 이름모르는 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분꽃처럼 생겼지만 아침에 활짝 피고 덩굴을 뻗는 것을 보니 분꽃은 아니고, 덩굴성이고 나팔꽃을 축소시켜 놓은 듯하니 메꽃과에 속한 듯 하였지요.

자세히 들여다보니 꽃은 연붉은색이고 암술과 수술은 흰색이어서 기막힌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잎은 심장(하트) 모양으로 갈라지지 않고 원을 이루고 있었고, 왼쪽으로 주변의 풀과 나무, 돌담을 타고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 둥근잎유홍초가 감귤나무까지 올라 갔네요.
그 후로 아침이면 학교 가는 길에 작은 사랑의 나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참 즐거웠습니다.

'이름이 무엇일까?' 무척 궁금하여 '식물관찰도감(윤주복지음;진선출판사)'을 차근차근 살펴 갔지요. 216쪽에 나팔꽃과 함께 있는데, '둥근잎유홍초'였습니다.

둥근잎유홍초는 열대아메리카 원산으로서, 화단에 심어 가꾸는 한해살이덩굴풀로 들에서 저절로 자라기도 하는 귀화식물입니다. 하트 모양의 잎은 줄기에 서로 어긋나며 덩굴성, 8-9월에 잎겨드랑이에서 자란 긴 꽃대 끝에 주홍색 깔대기 모양의 꽃이 핍니다.

그런데, 유홍초보다 잎이 갈라지지 않으므로 둥근잎유홍초라고 한다고 해서, 또 궁금증이 생겼지요.

▲ 다들 열매맺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두송이는 활짝 피어서 가을을 맞이하고 있지요.
그럼, 유홍초는 어떤 꽃일까?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바로 그 꽃! 추석날 전날 이모네 집에 들렀는데, 돌아오는 길에 이모네 집 뜰 돌담에 피어 있던 주홍빛 고운 꽃! 하도 고와서 사진 촬영을 했었는데, 바로 그 꽃이었습니다.

잎은 마치 코스모스 잎처럼 가늘게 갈라졌고 꽃이 각을 이루는 것이 둥근잎유홍초와 달랐습니다. 덩굴성이어서 쭉쭉 초목이나 돌담을 감고 올라가면서 작은 나팔 소리를 불어 주는 것은 꼭 닮았습니다.

'둥근잎유홍초'와 '유홍초'는 귀엽고 사랑스런 아이들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게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추석 다음날 또다시 '둥근잎유홍초'를 서귀포 소정방폭포 가까운 풀밭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뜨거운 여름날, 온통 풀밭을 하늘의 별처럼 수놓았던 둥근잎유홍초는 서너송이가 남아 은빛 강아지풀이랑 분홍빛 개여뀌랑 정답게 어울려 가을을 맞고 있었고. 새끼 손툽만한 열매를 맺었습니다. 아마도 내년 여름에 이곳에 오면 초록빛 풀밭에서 초롱초롱 빛나는 작은 둥근잎유홍초를 볼 수 있을 거예요.

온세상에 연붉은빛 작은 나팔로 초록빛 둥근 사랑을 심어주는 둥근잎유홍초를 바라보며 작지만 힘찬 사랑의 울림을 우리 가슴에 담아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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