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님께

국가 교육정책을 총괄하시는 어려운 직책을 맡아 산적한 교육과제들을 순조롭게 풀어 가시는 장관님께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저희 제주 교육가족들은 국가 교육정책 수행에 앞장서는 한편 지역적으로 특성화된 교육을 실시하기 위하여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언론보도를 통하여, 지난 8월 4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발표한 '2007년 개정 교육과정(교육인적자원부 고시 제2007-79호)에 따른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에서 제주4.3사건 관련 내용이 누락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에 따른 도민과 교육가족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판단하여 이렇게 장관님께 건의의 말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익히 알려져 있듯, 제주4.3사건은 대한민국 정권 수립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으로서 우리 현대사의 큰 비극입니다. 1999년 12월 16일 여야 합의로 제정된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가 채택되었으며, 이 보고서는 "정부는 이 불행한 사건을 기억하고 교훈으로 삼아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재연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03년 10월 대통령이 제주를 방문, 4.3사건으로 빚어진 민간인 희생에 대하여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을 인정하고 제주도민들과 유족들에게 사과한 데 이어, 2006년에는 '제58주년 4.3희생자위령제'에 직접 참석, 재차 사과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국가를 대표하여 국가수반이 제주도민들에게 직접 사과함으로써 제주도민들은 명예 회복과 심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큰 힘과 용기를 얻었으며, 그것은 정권 교체와 무관하고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주4.3사건은 제주만의 역사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역사이며, 세계의 역사이기도 하기 때문에, 제주도민들은 4.3이라는 혹독한 시련을 통하여 더욱 평화의 소중함을 느끼고 갈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의 불행했던 역사를 거울삼아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려는 소망을 교훈으로 남기고자 학교현장에서 4.3을 교육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으며, 오랫동안 교육당국에 그것을 요구해 왔습니다.

제주도민들은 4.3의 불행을 보복이나 새로운 갈등이 아닌 용서와 화해, 상생의 정신을 발휘하여 평화와 인권의 역사로 승화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그러한 노력의 결과 정부로부터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받았습니다.

평화의 섬 선언문에서 "제주4.3의 비극을 화해와 상생으로 승화한다"고 밝히고 있는 것처럼, 평화와 인권을 소중히 여기는 민주시민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자라나는 후세들에게 과거 역사를 올바르게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제주역사의 최대 비극인 제주4.3이 학교 현장에서 객관적으로 교육될 수 있도록 개정 교과서의 내용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무쪼록 이번에 발표한 '2007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에 반드시 제주4.3사건을 포함시켜서 기술하여 주시고, 기술의 기준도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에 따라 주실 것을 간곡히 건의 드립니다.

그리하여 60년 넘게 제주도민들의 가슴에 한이 되어온 제주4.3사건이 엄정하고도 객관적으로 교수.학습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여 주시기를 거듭 요청 드리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2009. 8.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양성언

<강정태 기자 / 저작권자ⓒ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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