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제주도교육감(사진=제주도의회 제공)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사진=제주도의회 제공)

교육백년지대계. 교육은 백년 앞을 내다보는 큰 계획이라는 뜻이다. 교육의 중요성을 말할 때 쓴다. 백년지대계의 반대말은 권의지계(權宜之計)다. 그때 그때 편의적으로 만들어지는 계획을 뜻한다. 현 제주의 교육이 처한 상황은 어떤가. 후자에 가까워 보인다. 제주도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일관성 있는 교육 정책을 펼치고 있는가.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은 이석문 전 교육감이 도입한 IB(국제바칼로레아) 학교를 확대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더나아가 지금 IB교육을 중단할지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입 성과를 본 후 용역을 맡겨 IB교육 중단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발언은 제주도의회 교육행정질문 시간에 쏟아져 나왔다.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도 나왔다. 김광수 교육감은 지난 23일 열린 제주도의회 정례회 교육행정질문 시간에 IB교육이 좋은 제도라면 왜 서울시에서 도입하지 않고 있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서울시교육청이 도입하지 않았으니 좋은 제도가 아니라는 논리다.

김 교육감의 발언에 먼저 이런 의문이 든다. 서울시교육청이 미래 교육의 최전선인가,라는. 김 교육감은 제주도교육청이 서울시에 먼저 간 길을 따라만 가는 2류 교육청이라고 자인하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류’ 교육청 노릇을 할 것이라면 ‘1류’라 믿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을 제대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그런데 그마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IB교육 도입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6일, 올리 페카 헤이노넨(Olli-Pekka Heinonen) IB 본부 회장을 초빙해 강연을 개최했다. 조희문 서울교육감은 이 자리에서 서울의 교육 실정에 맞는 IB 시범학교 도입 구상을 밝혔다. 그는 “서울교육의 발걸음에 IB 프로그램이 여러 면에서 구체적인 방향과 실마리를 제시해 줄 것”이라며 “IB를 통해 코리아 바칼로레아(KB)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관련 기사☞[미래교육 IB포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IB 시범학교 도입해 한국형 바칼로레아(KB)로)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지난 23일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 참여한 교육감들과 함께 대구지역 IB 학교인 경북대 사범대학 부설초‧중‧고를 방문했다. 제주교육청과 함께 손발을 맞추면서 IB교육 도입을 추진해온 대구교육청이 일종의 선진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김 교육감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지금까지 김광수 제주교육감이 제시해온 IB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의 핵심은 IB교육 과정으로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좁다는 것이다. 그 문이 좁으면 더 열라고 외쳐야 한다. IB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있는 제주의 교육 수장이 해야 할 일이다.

제주도교육청은 전인적인 미래 교육을 위해 상상하고 한 발 먼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기관인지 묻고 싶다. 성적경쟁에 급급하지 않고 학생의 내면의 크기를 키우는 미래 교육을 선도하는 교육청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IB교육이 아니라면 어떤 교육 체계를 만들지 지도를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울교육청의 정책을 복사해서 붙여 넣는 것이 아니라 제주에서 한국의 교육을 바꿔내는 것, 그것이 교육 자치의 진정한 취지에 부합하는 길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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