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제주도지사(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오영훈 제주도지사(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말로는 도민의 자기결정권이 중요하다면서도 국토부의 선택에 따른 시나리오 별 대응 전략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자기결정권이라는 말만 앞에 내세울 뿐 정작 도민 자기결정권을 확보하고 행사하는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도민 자기결정권이라는 말이 오 지사의 혀끝에서 달랑거리고 있을 뿐이다.

오 지사는 지난 2일 새해 시무식에서 "공항 인프라 확충 문제에 있어서는 도민과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는 원칙,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통한 최종 결정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자기결정권은 오영훈 지사가 즐겨 쓰는 표현이다. 오 지사는 국회의원 시절에도, 지난해 치른 지방선거에 후보로 나왔을 때와 당선 후에도, 그리고 도지사 취임 100일을 맞아서도 도민 자기결정권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그러나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혀끝에서 한 치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취임 2년차인 현재에도, 제2공항 관련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확보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다.

당장 국토부가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가능성 검토 용역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의 대응 방안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반대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난 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해 제2공항 건설 반대의견을 제시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공론조사를 실시하겠다는 것인가? 그도 아니면 주민투표를 붙이겠다는 것인가?

기회가 될 때마다 오 지사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면담 요청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묻고 싶다. 원 장관과 면담을 갖기만 하면 도민의 자기결정권이 확보되는 것인가? 그렇게 면담이 이뤄지면 무엇을 요구하고,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것인가?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도민이 뽑은 도지사가 국토부에 끌려다니는 모습은 민망하고 바라보기 괴로운 일이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도민 자기결정권’이 도지사의 혀끝에만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도 그 사실을 뻔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장관이 만나주지 않는다고 투정만 부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오영훈 지사는 자기결정권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국토부의 선택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응 계획 수립을 지시해야 한다.

그와 같은 계획을 수립하지 않으면서 입에만 올리는 것은 도민 자기결정권 확보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도민을 기만하는 ‘혀끝정치’에 불과하다. 지금 모습은, 그저 하나의 '끌려다니는 혀'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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