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이 기자회견을 열어 오영훈 지사와 김경학 의장을 상대로 1차산업 비중 감축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13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이 기자회견을 열어 오영훈 지사와 김경학 의장을 상대로 1차산업 비중 감축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최근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이 제주지역 1차산업 비중을 감축해야 한다고 밝힌 데 대해 제주 농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13일 오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은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차산업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건 농업에 대한 망언”이라며 “오영훈 지사와 김경학 의장은 이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오 지사와 김 의장의 발언은 우리나라의 농민과 농업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며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무지의 소치”라며 “우리나라의 농민들이, 우리 제주 농민들이 왜 나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방증”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농업은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공익적 차원으로 생각해야 하지만 오 지사는 제주농업을 단지 관광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악세사리로 생각하고 있다”며 “당선된 지 100일밖에 안 된 도지사가 자신의 농업 공약을 이행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농업의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비판했다. 

또 “‘친환경농업은 희망고문’이라는 김경학 의장의 발언은 더 심각하다”며 “자연과 더불어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피땀 흘려 노력하는 대한민국의 전 친환경 농가에 대한 모욕적 발언”이라고 힐난했다. 

아울러 “기후위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전 세계는 가장 우선적으로 식량자원을 확보하는 데 혈안이 되어있다”며 “식량자급률이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높은 나라들도 자국의 식량 수출을 잠그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제주도가 농업의 비중을 줄여야 하느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농업 현실에 식량주권은 어디 있고 국민의 미래를 위한 먹거리 생산 계획은 어디 있는지 묻고 싶다”며 “오영훈 지사와 김경학 의원이 농민·농촌·농업을 무시한다면 우리 농민들은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제주 농민단체들은 △오영훈 지사·김경학 의장 즉각 사과 △제주에 맞는 작부체계 수립 △농자재 가격폭등 대책 마련 △오영훈 농업 선거 공약 즉시 이행 등을 요구했다. 

한편 앞서 오영훈 지사는 지난 6일 취임 100일 기념 도민보고회에서 “제주 1차산업의 지역 내 총생산 비중을 현 10.9%에서 8%까지 낮춰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같은 날 김경학 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오 지사의 발언이 현실적이고 용기 있는 발언”이라며 “1차산업 관계자는 서운할 수 있겠지만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1차산업이 10%를 넘는 건 과도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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