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현재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 '일자리'. 날로 심화하는 청년실업은 현대 사회가 직면한 주요한 문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청년 일자리 정책은 선거 기간 단골로 나오는 공약이다. 하지만 정책 간 연계성이 떨어지는 지원이 대부분이다. 더큰내일센터는 2019년부터 제주지역 청년 스스로가 취·창업의 주체가 돼 '선순환 생태계'를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투데이는 더큰내일센터 교육 프로그램을 수료한 취.창업 청년들이 '내일'을 설계하는 이야기를 3회에 걸쳐 연재, 제주지역 청년 일자리의 '내일'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 12일 진노아 팜팩토리 대표가 제주시 영평동 소재 스마트팜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상추를 들여다 보는 진 대표. (사진=박지희 기자)

다양한 식탁문화를 위해 : 진노아 팜팩토리 대표

"창업은 어려워요. 과정을 거칠수록 어려움의 밀도도 높아져서 많은 좌절도 겪죠. 하지만 오뚜기처럼 일어나면 제가 더 단단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껴요. 결국 위기는 성장의 발판이더라고요."

지난 12일 오후 제주시 영평동 소재 스마트팜 농장. 취재진과 만난 진노아 팜팩토리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스마트팜 내부를 정리하는 데 한창이었다. 현재 규모보다 5배 가량 넓은 서부지역으로 농장을 옮길 채비 중인 것이다.

그는 바삐 짐을 나르며 "창업 초기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협업을 통해 스마트팜을 운영해오다, 현재 독립적 생산체계를 갖추고 사업을 확장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표정은 담담했지만, 눈빛과 목소리에서는 단단한 힘이 느껴졌다.

팜팩토리는 계절에 상관없이 작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지역내 농산물의 계절별 수급 불안정 및 농산물을 활용한 상품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이 과정을 통해 출시된 제품은 도내 제스코마트와 하나로마트 등 50개 유통채널에 납품되고 있다.

그는 더큰내일센터 3기 수료를 통해 지난해 5월 팜팩토리의 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몇 년 전 무턱대고 창업전선에 뛰어든 게 서막이었다. 애초부터 큰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저 농업·무역 관련 시장에서 가능성을 발견해 재미로 시작한 일이었다. 상상을 구현해 얻은 희열은 다음, 그 다음 도전의 발판이 됐다.

제주시 영평동 소재 팜팩토리 식물공장(왼쪽)과 팜팩토리에서 출시한 샐러드 제품. (사진=진노아)
제주시 영평동 소재 팜팩토리 식물공장(왼쪽)과 팜팩토리에서 출시한 샐러드 제품. (사진=진노아)

그가 일본에서 농산물 무역업체를 4년 동안 운영하던 중이었다. 그러다 2019년 코로나19 사태가 일었다. 한일무역갈등까지 불거지면서 어쩔 수 없이 고향인 제주에 돌아와야 했다.

하지만 제주에서도 재밌는 일을 꾸미고 싶었다. 그동안 시행착오를 통해 쌓아온 노련함과 유통과 상품개발을 접목한 새로운 시도 말이다.

그렇게 청년지원사업을 알아보다 더큰내일센터에 입소했다. 매월 지급되는 150만원의 훈련수당과 창업 관련 사업 및 네트워크는 경력자에게도 큰 도움이 됐다. 

창업 1년만에 1억원대의 연매출을 이루고, 매월 매출액의 30%대로 성장하고 있는 팜팩토리다. 하지만 진 대표는 아직 부족하다고 말한다. 제주도내 신선 농산물의 물류리스크나 농업종사자 고령화 등 해결하고 싶은 문제도 많다.

다음해에는 도내 신규 청년 농업인 유입을 위해 농업 컨텐츠화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해 70억원대의 매출로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7명의 청년동료들과 함께 배워가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청년농업인 유입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농업도 재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제주한달살이'에 농업을 적용하는 등 색다른 형태로요. 뜻이 같은 팀원이 있다면 어려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즐거울 겁니다. 분명히요."

제주흑돼지 부산물로 단백질 함량이 높은 소세지를 만드는 '핏플'의 구성원. 서성용 대표(맨위)가 만세를 하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서성용)
제주흑돼지 부산물로 단백질 함량이 높은 소세지를 만드는 '핏플'의 구성원. 서성용 대표(맨위)가 만세를 하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서성용)

공감과 배려, 진정성을 담아  : 서성용 핏플 대표

"사업은 겉보기엔 장밋빛처럼 보이지만 녹록치 않고 힘든 과정이에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불안감도 있고요. 하지만 지금 흘리는 땀이, 고민하느라 잠을 설치는 밤들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고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창업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요."

체중감량이나 근육증량을 위해 먹는 닭가슴살은 퍽퍽하고, 때로는 비리기까지 하다. 이런 상황까지 다다랐을 때는 먹는 행위 자체가 고역으로 다가온다.

이는 더큰내일센터 4기를 통해 핏플을 창업한 서성용 대표의 경험담이기도 하다. 주식회사 핏플은 제주흑돼지 부산물로 단백질 함량이 높고, 먹기 간편한 소세지를 만들고 있다.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도를 높인 끝에 와디즈 펀딩에서 목표 금액의 약 1만8000%(9100만원)를 달성하기도 했다.

"저는 체중을 50kg이상 감량한 경험이 있어요. 그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강도 높은 운동이 아니라, 닭가슴살을 먹는 일이더라고요. 안그래도 맛없는데 1년동안 매일같이 먹으려고하니 나중엔 눈물까지 났죠. 비슷한 고통을 겪은 다이어터, 피트니스 매니아 분들의 식생활이 조금이라도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아이템을 선정했어요."

제주흑돼지 부산물로 단백질 함량이 높은 소세지를 만드는 '핏플'. (사진=더큰내일센터 제공)
제주흑돼지 부산물로 단백질 함량이 높은 소세지를 만드는 '핏플'. (사진=더큰내일센터 제공)

좋은 아이템이라는 확신이 섰다. 그러나 주변인들의 의심의 눈초리는 무시할 수 없었다. '그게 되겠냐'는 취지의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답답했다. 그러던 중 관점에 변화가 일었다. '고객'을 강조하는 센터의 창업 교육을 들으면서다. 아이템 선정 시작부터 성장, 성숙 단계에 이르기까지 모두 고객을 중심으로 전개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그가 '하고 싶은 일'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이들도 사랑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일'로 바뀌는 계기가 됐다. 그러려면 타인과 활발히 소통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더 나은 소통이 일의 진행과 결과를 순조롭게 만든다는 것을 배웠다. 좋은 소통의 중심에는 상대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고 보듬는 '배려'가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결국 비판은 나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발전을 위한 디딤돌이었던 것이다.

서 대표는 앞으로도 제주의 여러 원물로 한 다양한 식단관리 제품을 만들 계획이다. 제품을 통한 고객의 행복은 그의 최우선 가치다. 꾸준히 전진하며 3년 내에 제주를 대표하는 식단관리 브랜드로 도약하는 게 목표다. 

"누군가는 비즈니스를 치밀하고 냉정한 것으로 이야기 하지만, 저는 그 안에 배려를 담으면 더욱 훌륭한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창업을 통해 '배려'를 배우며 조금은 더 성숙해진 것 같아요. 앞으로도 진정성 있는 사업을 하는 창업가로 성장하고 싶어요."

젊은 세대의 일상에 메밀의 가치를 전달하고 소비를 확대시켜 메밀문화와 농가를 보호하는 메밀전문 브랜드 '메밀리' 김서주 대표. (사진=김서주)
젊은 세대의 일상에 메밀의 가치를 전달하고 소비를 확대시켜 메밀문화와 농가를 보호하는 메밀전문 브랜드 '메밀리' 김서주 대표. (사진=김서주)

좋아하는 것을 깨닫는 일 : 김서주 메밀리 대표

"본질에 집중하고 싶어요. 메밀제과로 시작했기에 이 분야에서 성과를 낼 예정이고, 식품을 만드는 만큼 고객들에게 맛있는 음식과 서비스를 전해고 싶습니다."

메밀리는 젊은 세대의 일상에 메밀의 가치를 전달하고 소비를 확대시켜 메밀문화와 농가를 보호하는 메밀전문 브랜드다. 더큰내일센터 3기를 수료한 김서주 대표가 메밀의 가치를 알리겠다는 목표로 세웠다. 실제로 스마트스토어 및 매장 등에서 메밀차와 메밀디저트를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주로 국수나 묵으로 흔히 쓰이는 메밀. 밀가루가 주를 이루는 디저트 시장에서는 생소한 재료다. 실제로 김 대표는 "디저트로 새로 기획·개발하는 등 처음부터 모든 것을 헤쳐나가야 했기에 창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다. 메밀이 좋았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닮은 메밀에 저절로 마음이 갔다. 만개한 메밀꽃은 경관작물로, 빨갛게 익었은 열매는 밥상에 오르는 곡물로, 탈곡한 후 남은 껍데기는 베게 속으로.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이곳저곳 쓰이는 메밀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같았다.

김 대표를 여기까지 끌고 온 마음에 센터의 교육은 시너지 효과를 냈다. 매주 프로젝트를 통해 각 팀이 기업의 역할을 담당하고, 수행한 경험은 창업을 준비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됐다. 스스로의 역량을 파악하고, 겸손한 태도를 갖게 됐다. 그리고, 그가 메밀을 정말 많이 좋아하다는 사실도 다시금 깨닫게 해줬다.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요?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의 역량과 한계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 수차례 올 텐데요. 그럴 때 포기하지 마시고 초심을 되내이면서 굳건히 업을 잘 수행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메밀리'가 생산한 '제주메밀차'. 
'메밀리'가 생산한 '제주메밀차'. 

한편, 더큰내일센터는 청년 혁신인재 양성 및 취창업 통합 지원플랫폼이다. 2019년 10월 1기 교육을 시작으로 현재 7기 교육까지 운영 중이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창업팀은 49개사, 초기사업비 및 투자유치 약 19억원, 청년창업사관학교 등 외부기관 공모사업 선정은 90건이다. 수료생 중 취.창업률과 도외 청년 정착률은 각각 약 75%에 달한다.

창업을 위해 센터에 입소한 청년은 6개월간의 기본공통교육 후 3개월 동안 추가창업교육 및 전문가멘토링 등을 거치게 된다. 

※이 기사는 제주경제통상진흥원의 협찬을 받아 제작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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