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현재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 '일자리'. 날로 심화하는 청년실업은 현대 사회가 직면한 주요한 문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청년 일자리 정책은 선거 기간 단골로 나오는 공약이다. 하지만 정책 간 연계성이 떨어지는 지원이 대부분이다. 더큰내일센터는 2019년부터 제주지역 청년 스스로가 취·창업의 주체가 돼 '선순환 생태계'를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투데이는 더큰내일센터 교육 프로그램을 수료한 취.창업 청년들이 '내일'을 설계하는 이야기를 3회에 걸쳐 연재, 제주지역 청년 일자리의 '내일'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지난 8일 제주시내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난 '어니스트마케팅' 소속 강진영 매니저. 그는 제주더큰내일센터 4기 출신이다.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 8일 제주시내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난 '어니스트마케팅' 소속 강진영 매니저. 그는 제주더큰내일센터 4기 출신이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갈량을 좋아해요. 중국 삼국시대 당시 방향을 제시하는 전략가로서 명성을 높인 인물이잖아요. 저는 '현대판' 제갈량이 되고 싶어요. 타인에게 적절한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사람이요."

지난 8일 제주시내 카페에서 제주투데이 취재진과 만난 '어니스트마케팅' 소속 강진영 매니저. 그는 데이터를 분석해 각 소비자에게 맞는 마케팅을 벌이는 '퍼포먼스 마케터'다.

그는 더큰내일센터 4기를 통해 마케터의 길에 들어섰다. 강 매니저는 센터에 있는 동안 '고민하지 않고 행동하는 법'을 익혔다고 강조했다. 입소 전과 달리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는 것.

"원체 목표가 생기면 어떻게든 달성하는 성격이에요. 그런데 여기에 자신감까지 생기니 무서울 게 없어졌어요." 이제 7개월차 병아리 마케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을 싣는 그의 모습은 마치 핏불테리어 같았다. 

강진영 어니스트마케팅 매니저. (사진=강진영)
강진영 어니스트마케팅 매니저. (사진=강진영)

'선한 영향력'. 세간에서는 MZ세대의 트렌드 정도로만 여긴다. 하지만 강 매니저는 이를 어린시절부터 삶의 동력으로 삼았다. 장래희망 칸에 줄곧 '경찰'을 적어온 이유도 타인을 돕는 일이 바탕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서울 소재 전문대 경찰행정학과에 들어갔다. 순조로웠다.

졸업 후 공채·특채 시험을 준비하던 때였다. 부모님이 새롭게 시작한 마트 운영이 공사 등으로 6개월이나 지연되면서 직원들이 대거 퇴거하게 된 것. 꿈은 잠시 접고 부모님을 도와드려야만 했다. 학생 티도 벗겨지지 않은 21살 때였다. 배달을 위해 다마스로 제주 곳곳을 누비고, 경리업무 등 마트의 모든 일을 3년간 도맡았다.

하지만 이 기간은 엉덩이를 의자에 붙일 근육이, 경찰이 되고자 하는 의지가 사라지기에 충분했다. 마트가 안정된 후 내 길을 찾고자 하니 답답함만 밀려왔다.

급한대로 도내 건설회사에 경리로 입사했다. 소위 '스펙'없는 20대 여성이 그나마 쉽게 직장을 구할 수 있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사한 지 몇달도 안돼 건설업 불황기로 회사가 흔들리면서 인원감축 대상이 됐다. 암울했다.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그 간 경력을 살려 회계사무실에 들어갔다. 아무런 지식이 없는 상태였지만 때문에 맡은 일은 잘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 덕에 혼자서 약 100곳의 거래처를 담당할 정도의 성과도 냈다. 

하지만 나를 살린 책임감은 스스로를 갉아먹기도 했다. 과로로 응급실에 실려가는 일이 적지 않았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도 휩싸였다. 인터넷에 떠도는 '미래에 사라질 직종'에는 회계 업무가 빠지지 않았다.

좋아하는 일이라면 억울하진 않았을 터이다. 정확한 수치를 다룬다는 점에서는 꽤 잘 맞았지만, 반복적인 업무라는 점에서 그를 지치게 했다. 

2년 간 입어왔던 맞지 않는 옷을 이제는 벗어던져야겠다고 다짐한 날, 퇴근길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더큰내일센터 모집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 것.

"이때 타이밍이 정말 좋았어요. 모집 마감 이틀 전이었거든요. 집에 들어가자마자 자기소개서 등 서류를 급하게 준비했죠.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인생의 변곡점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제주더큰내일센터 강진영 어니스트마케팅 매니저가 센터에서 프로젝트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강진영)
제주더큰내일센터 강진영 어니스트마케팅 매니저가 센터에서 프로젝트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강진영)

센터 프로그램은 경영과 마케팅, 재무, 농축산업 등 여러 주제로 프로젝트로 구성됐다. 그 중에서도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마케팅이었다.

처음에는 나와 상관없는 일 같았다. 마케팅을 예술의 한 분야로 착각했기 때문. 하지만 각 영역의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하는 '퍼포먼스 마케팅'은 달랐다. 명료한 것을 좋아하는 그에게 딱이었다. 수치로 객관적 성과가 나타나는 것, 나로 인해 회사의 매출이 바뀌는 것도 흥미로웠다. 그간 익혀온 회계 지식은 성장에 불을 지폈다. 이거였다.

"저는 상대가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면 의기소침해지는 경향이 있어서 쉽게 얘기를 못하는데, 센터에는 그런 분위기가 없어요. 언제나 두 팔 벌려 환영해주셨죠. 고민이 생기면 현업 멘토를 연결해주기도 하고, 1대 1로 컨설팅을 해주기도 했어요. 덕분에 업종을 구체화할 수 있었어요."

하루하루 열심히 임했다. 상금을 받는 것도, 커리어가 쌓이는 것도 아니었다. '센터에서 배운 것을 다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마음 뿐이었다. 실패도 여러번 경험했다.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를 하다 긴장감에 못이겨 종종 주저앉기도 했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애초에 '실패하자'고 다짐하면서 들어온 곳이었다.

작은 성공들도 이뤘다. SNS를 이용한 프로젝트에서 전체 팀 중에 팔로우 수로 1위를 하고 싶었다. 아직 초보인 그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목표가 생기니 무작정 돌진했다. 타 입소자들 뿐만 아니라 퇴사한 센터 직원들과 도의원까지 계정 팔로우를 부탁할 정도였다. 실제로 버튼을 누를 때까지 자리에서 떠나지 않을 정도로 집요하게 군 덕에 결국에는 목표를 달성했다.

센터에서 6개월간 기초·심화 교육 후 거친 기업 현장 실습에서도 성취를 맛봤다. 심리 기반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회사에서 실습을 했던 때였다.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정신적 피로감을 토로하던 동료들이 떠올랐다. 무작정 제안서를 들고 센터 문을 두드렸다. 마침 교육팀에서 심리 관련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었다. 기회였다. 그렇게 제안한 프로그램은 센터에서 실제로 운영되기도 했다.

"그동안 빨리 방향성을 찾아야될 것 같은 기분에 굉장히 불안했어요. 자책도 많이 했고요. 그런데 센터에서 작은 성취들을 이뤄내고 나니까 이러한 마음들이 사라지더라고요. 이제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도 다른 방법을 찾지 스스로를 깎아내리지는 않거든요."

지난 8일 제주시내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난 '어니스트마케팅' 소속 강진영 매니저. 그는 제주더큰내일센터 4기 출신이다. (사진=박지희 기자)

센터에서 '난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강 매니저. 그는 지금도 꾸준히 마케팅에 대한 지식과 툴을 익히면서 원하는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 관련 스터디 그룹을 꾸리고, 마케터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강연 프로그램을 열고 싶다고도 전했다.

"꾸준함과 데이터가 만나면 어떠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전략이 항상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안되는 것을 되게하겠다는 좌우명처럼 할 수 있는 것은 시도는 다 해볼 생각입니다. "

※이 기사는 제주경제통상진흥원의 협찬을 받아 제작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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