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락하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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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나 드럼, 피아노와 같은 악기를 배우는 사연과 이유가 있다. 부모의 권유에 의해, 또는 즐겨 듣는 음악을 직접 연주해 보고 싶은 사람들. 이들이 악기를 배우는 보편적인 방식은 음악학원에 등록하거나, 서점에서 관련 서적을 사서 독학으로 악기 연주를 공부하는 사례일 것이다.

내 경우는 독학으로 악기공부를 했던 케이스다. 서점에서 좋아한 밴드의 밴드스코어 책을 구매하고 방구석에 쪼그려 앉아 공부를 했었다. 하지만 독학 공부의 한계인지 아니면 재능의 부족인지 연주 레벨이 높은 곡들은 그 단계를 넘기지 못했다.

밴드 음악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내 경험을 공감하지 않을까? 그러나 사교육이든 독학이든 밴드들 동경해서 악기를 잡아 연주해보려고 하는 새싹들의 꿈을 좌절시키게 만드는 극악무도한 밴드들이 여럿 있다. 그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미스터 빅'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진=락하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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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빅'은 1988년 미국에서 결성된 하드록 밴드다. '미스터 빅'이라는 과감하고도 용감무쌍한 밴드 이름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밴드 멤버들의 면면을 보면 수긍이 간다.

흑인 감성의 소울을 품은 허스키 보이스에 고음역대를 사뿐히 넘나드는 보컬 에릭 마틴. 18세의 나이에 LA 기타 전쟁 콘테스트에서 우승을 해버린 탈인간계의 속주 기타리스트 폴 길버트. 장력이 센 베이스 기타를 태핑주법과 속주로 찢어버리는 괴물 록 베이시스트 빌리 시언. 탁월한 리듬감으로 정확한 비트로 밴드를 든든히 지원하는 드러머 팻 토피까지. 말 그대로 매력적인 보컬과 넘사벽 연주력의 세션 조합으로 만들어진 미친 팀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밴드 스코어 악보를 보고 있으면 경외감과 더불어 태산 같은 짜증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혹 공연장에서 '미스터 빅'의 타이틀을 커버하는 밴드가 등장하면 관객들은 커버팀의 보컬과 세션 능력에 대해 그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진=락하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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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23년 5월 마지막 불금의 밤에 신제주 레드 제플린 공연장에 '미스터 빅'의 타이틀을 커버하는 밴드가 나타났다. 밴드의 이름은 '빅 대디'. 지난 5월 26일 금요을 밤 9시, 이들의 공연이 있었다. ‘미스터 빅’ 커버라니. 나는 이 대담한 밴드의 공연을 보기 위해 공연장으로 향했다.

조금 늦은 시간에 도착한 레드 제플린. 재기발랄한 자자곡을 연주하는 '빌리지 브라더스'의 오프닝이 있었는데, 그의 모습을 사진과 영상을 담지 못해 아쉽다. 오프닝 무대가 끝나고 드디어 '빅 대디'가 등장한다. 일렉기타 2대의 트윈 기타, 베이스, 드럼, 그리고 잘생긴 보컬, 이렇게 5인조의 밴드 멤버 구성이다.

의외로 긴장감 없이 여유로운 멘트로 관객들과 첫 대면의 인사를 나누고 연주를 시작했다. 레퍼토리는 '미스터 빅'만이 아니었다. '본 조비','저니', 'YB의 들국화 커버곡', '이문세의 붉은 노을' 등등 내 중고등학교 시절 록 키드의 사춘기 감성을 휘몰아 놓았던 추억의 레파토리들이 분수처럼 쏟아진다. '빅 대디'는 관객들을 타임머신에 태우고 90년대 록음악의 황금기의 시간으로 여행케 하는 ‘마티 맥플라이(※영화 빽 투 더 퓨쳐의 주인공)’인 것인가?

(사진=락하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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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대디'는 '미스터 빅'을 메인으로 내세울 만큼의 상당한 연주력을 자랑했다. 개인적으로 이날 ‘빅 대디’가 플레이한 ‘Daddy, Brother, Lover, Little Boy’가 클라이맥스라고 생각한다.

지인을 통해 나중에 들은 바로는, 이 팀에는 현역에서 활동했던 가수의 기타 세션으로 공중파 무대 경험이 있는 멤버도 있고 오랜 기간 음향 엔지니어로 활동하는 베이시스트, 국제학교에서 근무하는 드러머 등 저마다 흥미로운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놀랐던 것은 '에메랄드 캐슬' 2기의 보컬이었던 김선형님이 '빅 대디'의 보컬 프론트맨이라는 사실이다.

(사진=락하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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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 캐슬'의 3집 타이틀 곡인 'FIRE'를 듣고 내 두 귀를 의심했던 기억이 있다.

'어? 내가 알고 있는 '에메랄드 캐슬'이 맞나?'

'FIRE'는 이전까지의 ‘에메랄드 캐슬’이 선보인 곡들과는 결이 다른 메탈 성향과 초고음 샤우팅을 뿜어내는 보컬의 피치가 파격적인 곡이었다. 그 곡의 주인공은 바로 보컬 김선형님이었다. 그 주인공이 지금 내 눈앞에서 'FIRE'를 노래하고 있다니.

세션들의 열정의 연주와 보컬의 사이다 같은 시원한 샤우팅으로 라이브 무대를 끌고 간 이날의 공연은 앵콜송 2곡과 함께 막을 내렸다. 이날 공연이 있던 5월의 마지막 금요일 밤공기는 찼다. '빅 대디' 의 록사운드로 인해 뜨겁게 대펴졌으니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잊고 있었던 학창시절 록 키드의 추억 한 스푼을 소환시켜 주기도 했고. ‘빅 대디’는 자작곡 작업도 하고 있다고 하니 기대해 본다.

Rock음악을 하두 좋아해서 

락하두라 스스로를 자칭하는 

평범한  중년의 제주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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