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클럽 '낮과 밤'에서 공연이 열렸다. (사진=락하두)
지난 23일 클럽 '낮과 밤'에서 공연이 열렸다. (사진=락하두)

아침저녁으로 느껴지는 제법 쌀쌀한 바람은 조만간 맞이할 가을이 보내는 시그널일까? 옷장에서 꺼내 보는 긴팔 옷들과 가벼운 외투들이 어색하지 않은 요즘이다.

해마다 뜨거움을 갱신하는 여름이었다. 여름아! 이젠 태양 가득한 그 심술 내려놓고 가을에게 계절을 양보하렴.

올해 내가 찾아다녔던 공연 무대들은 절정의 여름과 비슷했다. 주로 밴드들의 라이브 무대가 다수였기 때문이다. 

한쪽으로만 쏠린 편애하는 성향은 균형을 무너뜨린다. 자연의 이치가 그렇다. 태양에 장시간 노출되면 피부는 검게 타버리고, 매운 음식을 많이 먹으면 미각과 위장은 심각한 내상을 입는다. 

진한 커피에 우유를 넣은 달달한 라떼 한 잔 같이 편안하고 차분한 감성의 무대가 필요했다. 지난 23일 늦은 저녁, 클럽 '낮과 밤'에서 이같은 공연 소식을 접했다.

지난 23일 클럽 '낮과 밤'.  (사진=락하두)
지난 23일 클럽 '낮과 밤'.  (사진=락하두)

임아름, 문승환, 민지오, 리조 4인의 솔로 뮤지션들이 펼치는 공연이었다. 이름에서부터 익숙함과 반가움, 그리고 낯섦의 감정이 교차한다.

우선 문승환은 모던록 밴드 ‘파초선’의 리더이기에 익숙하다. 임아름과 리조에게는 반가운 감정이 앞선다.

임아름은 2014년 월정리의 작은 카페에서 공연하는 모습에 대한 기억, 그리고 리조는 2015년 여름 인디공연장에서 랩을 하는 모습에 대한 기억이 존재한다. 8~9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 만나는 그들의 모습이 궁금했다.

그리고, 마지막 낯섦은 민지오라는 미지의 뮤지션의 무대다. 이처럼 여러 기대를 품고 그들의 무대를 지켜봤다.

지난 23일 클럽 '낮과 밤'에서 가수 임아름이 노래하고 있다. (사진=락하두)
지난 23일 클럽 '낮과 밤'에서 가수 임아름이 노래하고 있다. (사진=락하두)
지난 23일 클럽 '낮과 밤'에서 가수 임아름이 노래하고 있다.  (사진=락하두)
지난 23일 클럽 '낮과 밤'에서 가수 임아름이 노래하고 있다.  (사진=락하두)
지난 23일 클럽 '낮과 밤'에서 가수 임아름이 노래하고 있다. (사진=락하두)
지난 23일 클럽 '낮과 밤'에서 가수 임아름이 노래하고 있다. (사진=락하두)

첫 번째, 임아름의 무대. 임아름은 2014년 6월 월정리의 작은 카페 무대에서 봤던 프로젝트 밴드 ‘가이네’의 메인 보컬이었다.

9여년의 시간이 지나 올해 다시 무대에서 보게 됐다. 작사, 작곡, 그리고 보컬을 겸하는 싱어송라이터로 돌아온 그녀는 서정의 색깔과 깊이가 짙고 깊었다(공연영상 link).

지난 23일 클럽 '낮과 밤'에서 가수 민지오가 노래하고 있다. (사진=락하두)
지난 23일 클럽 '낮과 밤'에서 가수 민지오가 노래하고 있다. (사진=락하두)
지난 23일 클럽 '낮과 밤'에서 가수 민지오가 노래하고 있다. (사진=락하두)
지난 23일 클럽 '낮과 밤'에서 가수 민지오가 노래하고 있다. (사진=락하두)
지난 23일 클럽 '낮과 밤'에서 가수 민지오가 노래하고 있다. (사진=락하두)
지난 23일 클럽 '낮과 밤'에서 가수 민지오가 노래하고 있다. (사진=락하두)

그리고 이어진 민지오의 무대. 자신의 키만한 어쿠스틱기타를 걸어 매고 씩씩하고 강단있게 무대에 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녀 또한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하다. 민지오라는 이름은 본명의 성과 이름의 순서를 바꾼 것이라 한다.

20대 초반 약관의 나이에 자신이 만든 노래로 대중과 소통하는 민지오. 그녀의 노래는 통통 튀기도 했고, 또 어떤 곡에선 감성의 선을 넘나든다.

젊음이라는 무한한 장점에 작사, 작곡의 능력까지 겸비한 민지오의 등장은 절로 삼촌 미소를 짓게 했다(link).

지난 23일 클럽 '낮과 밤'에서 가수 문승환이 노래하고 있다. (사진=락하두)
지난 23일 클럽 '낮과 밤'에서 가수 문승환이 노래하고 있다. (사진=락하두)
지난 23일 클럽 '낮과 밤'에서 가수 문승환이 노래하고 있다. (사진=락하두)
지난 23일 클럽 '낮과 밤'에서 가수 문승환이 노래하고 있다. (사진=락하두)
지난 23일 클럽 '낮과 밤'에서 가수 문승환이 노래하고 있다. (사진=락하두)
지난 23일 클럽 '낮과 밤'에서 가수 문승환이 노래하고 있다. (사진=락하두)

밴드가 아닌 솔로로 만나는 문승환의 무대. 록밴드 ‘파초선’의 리더 문승환은 이날 록밴드 보컬만의 샤우팅과 스크래치를 뻬고 담백하게 노래했다.

분명 밴드에서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록커였다. 반면, 솔로에서의 무대는 정반대의 순수한 청년이다. 이번 그의 무대는 관객들의 선입견을 무너뜨리게 했다(link).

지난 23일 클럽 '낮과 밤'에서 래퍼 리조가 공연하고 있다. (사진=락하두)
지난 23일 클럽 '낮과 밤'에서 래퍼 리조가 공연하고 있다. (사진=락하두)
지난 23일 클럽 '낮과 밤'에서 래퍼 리조가 공연하고 있다. (사진=락하두)
지난 23일 클럽 '낮과 밤'에서 래퍼 리조가 공연하고 있다. (사진=락하두)

그리고 마지막은 래퍼 리조다. 2015년 인디공연장에서 만난 리조는 안경 쓴 미소년이었다.

그런데 올해 다시 만난 그는 180도 다른 이미지였다. 마치 미국의 프로레슬링 단체의 무대인 'WWE'의 출연진을 연상시키는 마초 캐릭터가 되어 나타난 것이다.

나는 심히 당황했다. 도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비록 그의 역사를 알 수는 없지만 성장 스토리가 분명 있었을 것으로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리조는 관객들에게 약속된 제스쳐를 이끌어 냈다. 또 맵고, 날카로운 그의 랩은 관객들을 환호하게 했다.

그의 공연은 앞 무대의 달콤함 3연타를 청량함과 매콤함으로 달래는 균형추 같았다(link).

가수 임아름(왼쪽), 리조, 민지오, 문승환. (사진=락하두)
가수 임아름(왼쪽), 리조, 민지오, 문승환. (사진=락하두)

음악용어 중에 '이지 리스닝'이라는 단어가 있다. 1960년대 중반 빌보드지의 기자 클로드 홀(Claude Hall)이 뉴욕의 한 라디오 방송에서 지칭한 이름이기도 하다. 

과하지 않고 차분한 편곡과 연주, 보컬 진행의 곡들로 청취자로 하여금 편안한 음악감상의 시간을 갖게 하는 것. 이번 공연이 딱 그랬다.

왁자지껄한 밴드들의 무대가 아닌 솔로 뮤지션의 무대로 꾸며졌고, 건반, 어쿠스틱기타, 디스토션을 배제한 일렉기타의 구성됐다. 

이날 무대에서는 제주 인디음악의 확장된 다양성을 확인했다. 내가 기억하는 90년대 도내 인디음악은 대체로 밴드의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현재 제주 인디씬은 다르다. 밴드와 크로스 오버, 재즈, 힙합, 솔로 싱어송라이터 등 다양한 장르가 존재한다. 각 뮤지션들만의 개성과 특징들도 명확하다. 

오는 가을엔 어떤 새로운 음악과 무대가 기다리고 있을까.

Rock음악을 하두 좋아해서 

락하두라 스스로를 자칭하는 

평범한  중년의 제주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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