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진주의료원 폐쇄, 2015년 메르스 사태 등을 겪으면서 공공의료 필요성과 확충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특히, 공공의료 기반 확충은 COVID-19 대확산을 계기로 그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의료민영화의 첫걸음이 될 영리병원 불씨가 제주도를 넘어 강원도까지 번지는 상황. 이에 제주투데이와 의료연대본부 제주지부는 지역 차원에서 의료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 방향성과 대안을 10차례에 걸쳐 모색한다. <편집자주>

제주권역재활병원 소속 김창환 물리치료사.
제주권역재활병원 소속 김창환 물리치료사.

저는 서귀포시에 위치한 제주권역재활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물리치료사 김창환입니다. 병원이 개원한지 10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 병원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 재활병원은 진료 과가 재활의학과 단일로 편성돼있습니다. 우리 병원을 내원하시고, 재활을 필요로 하시는 분들은 다양합니다. 단순 근골격계에 질환이 있는 분들도 계시지만, 대부분 뇌졸중과 같은 신경학적인 질환으로 내과적 치료를 함께 병행해야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분들이 입원을 해서 치료를 받다가도 다른 질병이 발생하면 어쩔 수 없이 다른 병원으로 외진을 가게 되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흔한 감기조차 우리 병원 안에서 해결을 하지 못하고 병원 밖을 나가 진료를 보고 약 처방을 받아와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환자들은 집중적인 재활치료를 받을 수가 없는 실정입니다. 몇 해 전부터 병원 내에 내과나 내과적 치료를 병행 할 수 있는 과를 신설해야 한다고 직원 및 환자분들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큰 병을 이겨내신 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다른 과와 협진이 어렵고, 개인병원에서는 수용할 수 없는 능력이 많아 진료가 어려운 환자들이 많은 병원에서 다른 병원을 가라고 환자를 내몬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내 유일한 재활전문 공공병원’은 처음 입사한 저에게 큰 자부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입사를 하고 생활을 하다 보니 ‘공공병원’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습니다. 아니, 처음부터 공공병원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공공기관이라는 가면을 썼을 뿐. 이곳은 도내 공공병원 중 유일하게 연봉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최저임금에 맞춰져 있습니다. 복지 수준은 반찬 가짓수처럼 줄어드는 중입니다.

이 때문인지 동료가 입사를 하고 몇 시간 만에 그만두는 사례도 종종 발생했습니다. 이는 각 부서에 남아있는 동료들의 업무 과중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일들은 지금도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제주권역재활병원.
제주권역재활병원.

치료사들은 여러 가지 근골격계질환 발생에 쉽게 노출되는 직종입니다. 업무특성상 행동반경이 넓기 때문인데요. 환자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재활치료를 하고 있는 치료사들에게 병원에서는 따뜻한 말 한마디는 커녕, 경영 상 어려움을 얘기하며 구내식당의 반찬 가짓수를 줄이는가 하면, 직원들이 아파도 엄격한 조건을 들이밀며 규정에 있는 병가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게 하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아픈 치료사가 아픈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입니다.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병원 측에서는 환자수가 적은 이유를 해결하지 않고 있습니다. 치료사들에게 치료건수를 더 늘리라고 압박을 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우리 병원 수익 대부분은 치료사들의 치료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기계도 노예도 아닙니다. 그리고 의료는 상품이 아닙니다.

처음 입사할 때의 마음을 기억합니다. 공공병원에 근무하는 직원의 일원으로써 환자의 치료에 집중하고 보다 많은 환자분들이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 받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신경 써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수익을 얘기하며 환자가 마땅히 받아야 할 치료와 서비스를 놓치고 있습니다. 치료사가 부족하여 더 많은 치료를 받지 못하고 계십니다. 재활이 필요한 중요한 시기를 놓친다면 그건 바로 환자분, 우리 도민에게 피해로 이어질 뿐입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이웃, 우리 가족, 우리들 주변에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다면 부디 제주권역재활병원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가 꼭 필요로 하는 이곳이, 도민들의 재활을 책임질 수 있는 공공재활병원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제주도정와 관련기관은 관심을 갖고 책임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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