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국. 제주어로 '도채비고장'이라 불린다. (사진=송기남)
산수국. 제주어로 '도채비고장'이라 불린다. (사진=송기남)

제주말로 '도채비고장'이라 하면 표준어는 산수국을 말한다. 수국이나 산수국은 꽃이 국화처럼 무더기로 모여서 핀다. 하지만 국화가 아니라 장미목 범의귀과 식물이다.

일반적으로 국화과 식물들은 그늘을 싫어하고 햇볕을 좋아한다. 그에 반해 범의귀과 식물인 산수국은 햇볕을 싫어한다. 물기가 촉촉한 땅과 촉촉한 공기가 흐르는 그늘진 곳을 좋아하는 식물이다. 흔히 원예용으로 가꾸는 대형 수국은 꽃모양이 인조화같은 인상을 준다. 반면, 산수국은 꽃이 자연적인 이미지를 풍긴다.

특히 산수국은 계절과 날씨의 변화를 직감할수있는 표본식물이기도 하다. 여름장마가 6월 초순에 시작되면 6월 초에 꽃이 피고 장마가 늦어지면 꽃도 늦게핀다. 그리고 장마가 끝나는 7월 하순 이후는 꽃들도 마무리를 해간다.

산수국. 제주어로 '도채비고장'이라 불린다. (사진=송기남)
산수국. 제주어로 '도채비고장'이라 불린다. (사진=송기남)

파랗게 꽃피는 산수국을 제주 사람들은 도채비고장이라 한다. 도채비는 '도깨비'의 제주말이고. '고장'은 꽃의 제주말이다. 산수국을 왜 도채비고장이라 하였을까? 6~7월에 그늘진 숲이 모두가 초록빛일때 유독 산수국만 은 파란 도깨비불처럼 눈에 확 띈다. 그리고 꽃이 수정된 후에는 색깔이 변하는데, 이 모습이 도채비가 조화를 부린듯 해 그러한 이름이 생긴것으로 보인다.

장마철 비에 젖은 숲에서 산수국 새파란길을 걷노라면 그 꽃길은 파란 물감에 젖은듯한 착각에 빠지게된다. 90퍼센트의 쪽빛물감과 10퍼센트의 보라색 물감으로 조화롭게 색을 내어 벌과 나비를 불러들여야만 수정이되고 씨앗을 맺을수가 있다. 나비와 벌들은 원체 어두운 곳으로 날아오지 않는다. 태양을 싫어하는 수국의 운명은 그늘에서 태어나, 그늘에서 생장해, 그늘에서 씨앗을 맺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수국은 꽃봉오로 태두리에 십자화 모양의 가짜꽃을 함께 피운다. 십자화 모양의 가짜꽃은 멀리있는 매개곤충들에게 꽃으로 착각하게 하여 불러들인다. 이렇게 가짜 꽃을 보고 찾아온 벌들은 꽃봉오리 가운데로 모여있는 좁쌀처럼 작은 진짜 꽃의 꿀향기를 따라간다. 그렇게 이동하면서 꽃들을 수정시킨다.

수정이 끝나면 가짜 꽃은 색이 변하면서 아래로 향하여 뒤짚어놓는다. '이제 꿀도 없고 나 수정이 되었으니 자꾸와서 나를 귀찮게 굴지 말라'는 표시인 셈이다. 인간의 기준으로는 식물의 생존과 번식 본능으로만 바라볼수도 있다. 식물의 기준으로는 생존번식과 감정표현 모두가 아닐까.

산수국. 제주어로 '도채비고장'이라 불린다. (사진=송기남)
산수국. 제주어로 '도채비고장'이라 불린다. (사진=송기남)

산수국은 물과 공기습도를 좋아하기 때문에 혼자서는 생존할 수도 번식할 수도 없다. 우거진 숲이 있어야만 한다. 키 큰 나무들이 뜨거운 태양으로부터 그늘 텐트를 쳐주고, 지하의 물기를 뿌리로 빨아올려 증산작용을 할 때, 그늘아래 촉촉한 공기를 먹으며 생존과 번식을 이어가게된다.

산수국은 어린순을 말려서 차로 우려 마실수가 있다. 생생하게 돋아나는 새이파리에는 밤이슬을 받아 당으로 변한 것을 맛보면 단맛이 나난다. 이것을 '감로' 라한다. 감로가 잘 내린날에는 이파리가 유난히 반들거리고 손으로 눌러보면 꿀물이 끈적이는 느낌이 있다.

산수국차는 변비에도 좋고 죽은 피가 도는 혈전을 개선하는데도 좋다. 그만큼 몸에 좋은 차이지만 한번에 많이 먹는것은 좋지 않다. 한번에 작은 찾잔으로 5잔 이내로 마시는것이 좋다.

이제 도채비고장이 흐드러지게 피는 6월 장마가 다가온다.

송기남.

송기남.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출생
제민일보 서귀포 지국장 역임
서귀포시 농민회 초대 부회장역임
전농 조천읍 농민회 회장 역임
제주 새별문학회 회원
제주 자연과 역사 생태해설사로 활동중
제주 자연 식물이야기 현재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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