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림로의 벌목된 삼나무들(사진=제주투데이DB)
비자림로의 벌목된 삼나무들(사진=제주투데이DB)

제주도내 시민단체가 비자림로 확·포장공사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제기한 행정소송의 항소심이 시작됐다. 원고 측은 생태 분야 전문가들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행정부는 20일 오후 제주녹색당과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사람들' 등 관계자 10명이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도로구역 결정 무효 확인' 항소심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 원고 측은 2명의 증인신문을 신청했다. 2019년 1차 비자림로 생태조사에 참여한 식물사회학자 김종원 박사(전 계명대 교수)와 환경영향평가 전문가로 알려져 있는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다.

앞서 1심에서는 원고 측의 요청으로 증인신문이 이뤄진 바 있다. 당시 2019년과 2020년 비자림로 추가 환경조사 당시 조류 분야에 참여했던 나일 무어스 박사(새와 생명의 터 대표)와 이강운 박사(홀로세생태연구소 소장)이 직접 증인으로 나섰다.

원고 측인 이학준 변호사는 "이 사건의 생태계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중요성은 전문적인 주제"라며 "해당 분야 전문가가 직접 법정에 나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이해당사자들이 질문하며 깊이 아는 과정이 필요하다. 서면보다 구술로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고 신청 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피고인 제주도 측은 "현재 비자림로 확포장공사 환경영향 저감대책을 충실히 이행 중"이라며 "적절한 증인신문이 아니기에 서면으로도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정에서 증언을 듣는 것 자체는 의미 있지만, 서증으로 제출돼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1심에서의 쟁점 성격 등을 고려하더라도 항소심에서의 2명의 증인을 채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여러 법률적 판단 뿐만 아니라 고려 요소가 여럿 있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11월 15일 오후 2시 50분 재판을 속행할 계획이다.

한편, 비자림로 공사는 제주도가 242억원을 투입,  2016년부터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대천교차로에서 금백조로 입구까지 2.94㎞ 구간을 너비 19.5m의 왕복 4차선으로 확장하는 사업이다.

당초 2018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2016년부터 87필지 13만4033㎡를 편입해 공사를 시작했지만 삼나무 900여 그루가 잘려 나가면서 환경파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원고 측은 "위법한 환경영향평가로 승인된 공사이기에 무효돼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제주도 측은 "이후 추가 협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행정행위 자체를 무효화 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1심 재판부는 9명의 원고 청구를 각하했다. 비자림로 공사가 이뤄지는 환경영향평가 대상 지역 내 거주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공사구역 내 주소지를 둔 나머지 1명에 대한 청구 역시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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