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볍씨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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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초, 육지에서 다니던 볍씨학교 본교를 졸업하고 제주도에 있는 학사로 내려왔다. 제주도라는 낯선 환경과 활동, 밭일, 달리기 등 모든 것이 처음엔 어색하고 힘들었다. 그중에서 가장 특별했던 하나가 있다. 바로 ‘템페 사업’이다. 

템페란 콩을 발효시킨 인도네시아의 전통 식품이다. 식물성임에도 불구하고, 단백질 함유량이 많아 최근에는 비건인들 사이에서 뜨고 있는 음식이다. 선배들은 그 템페를 가지고서 현재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위기, 공장식 축산 문제에 직접적인 ‘환경 운동과 실천’이라는 비전을 가지고서 템페 사업을 하고 있었다.

템페? 처음 들어보는 음식이고 크게 와닿지는 않았지만, 템페를 판매하고 홍보하면서 활동하는 선배들은 대단해 보였다.(적어도 후배의 시선으로는) 호기심을 유발하는 데에는 충분했다. 그렇게 1년은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같이 장터도 나가고 템페도 만들었다. 점점 이 활동을 나와 가깝게 만들어 보려고 했다. 기존에, 학사에서 하는 일, 공부와는 달리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겪는 새로운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2년 차가 됐다. 선배들은 육지로 떠났다. 템페 사업만이 내 앞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어쩌면 이건 1년 차 때와는 다른 경험을 해볼 기회이지 않을까?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올해부터 도맡게 되었다. 

(사진=볍씨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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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여러 생각들이 있었다. 하지만 기본에서부터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첫번째는 상품을 많이 판매하는 것이다. 선배들이 지난 몇 년간 해오던 것이 있었기에 템페사업은 협동조합이자 ‘예비사회적기업’으로 등록되어 있었고 제조 시설도 어느 정도 갖춘 상태였다. 여기서 나의 과제는 두가지였다. 안정적인 제조 안정화와 마케팅으로 판로를 넓히는 것.

템페는 발효식품이다. 제조 과정 중에서 발효가 가장 까다롭다. 온도와 습도 시간 등 다양한 변수에서 적합한 환경을 찾아야만 품질이 높아진다. 그러나 나는 처음이었고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였다. 직접 탐구하고 노하우를 습득해야만 했다. 수도 없이 많은 템페를 만들었고 정말 많이 실패했다. 그러나 꾸준히 기록하면서 실력을 터득했다. 그 기록은 빅데이터가 되어 알맞은 제조 방식을 도입할 수 있었다. 

협동조합은 일반기업과는 다른 구조다. 가장 큰 특징은 조합원 모두에게 권리가 있고 의무가 있으며 사업 내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함께 생각을 나누면서 의견을 모아 해결해나갔다. 이것 또한 색다른 경험이었다. 앞으로의 경제 구조, 제도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두 번째는 판로를 넓히는 것이다. 올해는 제조 안정화에 정말 큰 노력과 시간을 쏟아부어 많은 활동들을 하지 못했지만, 마케팅 하려면 나만의 브랜드가 있어야 했다. 나는 그동안 환경에 대해 큰 책임 의식이 없었다. 그러나 템페사업의 비전은 공장식 축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곧, 템페 사업의 브랜드였고 이것을 홍보해야 했다.

꾸준히 배워나가고 접하다 보니 현재 기후위기에 심각성을 진심으로 느꼈다. 내 의식도 점차 바뀌었다. 올해 ‘제주시 농촌 신활력 센터’에서 주관하는 ‘액션그룹’ 지원사업에 신청하게 되었는데 제주에 있는 밭작물을 6차 산업과 결합하여 활성화하는 것이 사업계획이었다. 이 사업에서 다양한 교육도 받고 여러분들을 만났다. 이분들은 우리의 이야기에 신기한 반응을 보이셨다. 청소년들이 제주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고, 친환경적인 삶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 단순히 생소함을 넘어서서 새로운 변화라고 생각되셨을 것이다. 

(사진=볍씨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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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t for Tomorrow.” 우리의 사업 키워드다. 말 그대로 내일을 위한, 환경을 위한 먹거리를 실천하면서 우리의 미래를 지킨다는 것이다. 지금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 위기의 시대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후위기 문제에 대해 책임이 있고 책임져야 할 나는 청소년으로서 그 책임에 대한 비전이 있어야 하고 행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올해 템페 사업을 하면서 배울 수 있었다. 직접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으면 살아가고 있고 자연과 더 가까이 살아가면서 건강한 먹거리에 중요성과 소중함을 알게 됐다. 이 소중함, 건강한 식문화를 함께 실천하는 것. 내가 템페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이유다.

액션그룹에서 제주 메밀로 사업을 하시는 분을 만났던 적이 있다. 그분은 “상품으로 자리 잡으면 거대 자본이 들어오면서 사업에 양상이 많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어쩌면 대한민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청소년들도 입시 위주에 교육에서는 안정적이고 좋은 돈벌이 자리에 앉는 것이 목표다. 지금 우리가 실천해야 할 환경운동에서 정 반대되는 자본주의의 폐혜라고 느껴진다. 

올해 초부터 사업에 관해서 어떻게 확장해나갈지 상상을 했다. 상상은 점차 생각으로, 생각은 계획이 되어 실행으로까지 연결되는 경험을 했다. 중요한 것은 나의 비전과 상상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상상에 대해 두려움 없이 도전해본다면 항상 길은 열려잇었다. 이것이 내가 가장 크게 배운 것이다. 앞으로도 가져가야 할 삶의 태도라고 느낀다. 자신만의 배움과 성장을 얻고 자신의 가치관으로 삼아 사회에 뛰어 들어가는 것, 그곳에서 자기다움을 뽐내는 것이 지금 청소년들이 사회를 위해 해야 할 의무이자 진정한 교육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볍씨학교에 다니고 있는 17살 배재우입니다. 볍씨학교를 다니면서 수많은 경험과 배움을 얻었고 저 자신을 삶의 주체로 이끌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노력 중 하나인, ‘템페’ 사업에 대해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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