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의 계절, 가을이다. 제주도는 사실상 수확의 계절이 따로 없지만 그래도 전통적인 수확의 계절은 뭐니 뭐니 해도 가을이다. 월동무를 비롯해 당근, 감자 등이 주 작물인 이곳의 풍경은 한참 파종기를 지나 수확을 향해 작물이 폭풍 성장하는 시기이다. 벼농사를 짓지 않으니 황금빛 들녘도 없고, 귤 외에는 과일도 딱히 없으니 벼농사, 사과농사, 배농사 짓는 곳과는 사뭇 다른 풍경일 테지만 그래도 수확의 계절인 것만은 분명하다. 

여성농민회는 수확의 계절 가을을 맞아 2023 추수한마당 축제 ‘여성농민 우리들의 토종씨앗’을 연다. 행사는 11월 4일 오후 1시부터 제주농어업인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봄에 씨앗을 뿌리고 여름 내내 풀을 뽑아주며 관리한 작물들이 잘 자라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주니, 이 기쁨을 한자리에 모여 축하하는 축제이다. 다양한 축제가 열리는 가을이고. 마을마다 지방마다 특색을 갖춰 열리는 축제이지만 여성농민회가 준비한 축제는 특별하다. 토종 씨앗을 심고 가꾸어 수확한 작물을 먹어보고 즐기는 토종축제이기 때문이다. 

와흘증식포 수확물. (사진=권선숙)
와흘증식포 수확물. (사진=권선숙)

봄이면 모종을 나누고 씨앗을 나누는 토종 발대식을 연다. 토종에 대해 공부하는 강연 자리도 마련해 토종작물을 어떻게 농사지어 가꿀지에 대한 공부도 한다. 각자 받아둔 씨앗이나 모종을 자신들의 텃밭에 정성스레 심고 가꾸어 가을에 수확물을 자랑하고 맛보며 함께하는 자리를 갖는 것이다. 올해는 콩 농사가 잘 됐는지, 태풍으로 인한 작두콩 피해는 없었는지 등 작물의 자람세를 같이 이야기하며 하나씩 또 배운다. 올해는 사과참외가 잘 되어서 맛도 좋고 씨앗도 많이 받았다고 이야기꽃을 피우고 씨앗을 나눠 주기도 한다. 

해마다 가을이면 토종씨앗과 토종작물을 가지고 축제를 열어 토종에 관심이 있는 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여성농민 회원들이 준비하고 행사장을 찾은 도민들도 함께 즐긴다. 올해는 토종콩으로 만든 두부를 맛볼 수 있고, 메밀 빙떡을 맛볼 기회도 있다. 제주의 대표 토종콩인 푸른독새기콩은 무얼 해도 맛있는 아주 기특한 콩이다. 두부는 단연 고소하고 맛있지만 된장을 담아도 맛있고, 청국장을 만들어도 그 맛이 일품이다. 이 콩으로 만든 두부를 맛보고 즐길 수 있다니 도민 여러분들이 많이 찾아와 그 맛을 즐기셨으면 좋겠다. 쌀쌀해진 날씨에 따뜻하게 구운 메밀 빙떡도 맛볼 수 있으니 관심가져볼 만하다.

여성농민회가 재배한 증식포생산작물. (사진=김연주)
와흘증식포 수확물. (사진=권선숙)

토종 파 중에 달래와 쪽파의 중간 어디쯤에 있는 달래파라는 작물이 있는데 이번 축제에는 토종 달래파로 만든 파전도 맛볼 수 있다. 그 외에도 토종작물을 그려서 만드는 엽서도 있고 언니네텃밭의 수준 높은 꾸러미를 체험해 볼 수도 있다. 꾸러미 구성을 직접 보고 구매도 가능하다. 토종씨앗이나 작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확인해 보는 ‘맞춰라 토종씨앗’ 코너도 마련돼 있다. 일 년 동안 심고 가꾸었던 토종작물이 모습이 실제로 어떠한지 직접 눈으로 보고 즐길 수 있다. 다양한 토종작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니만큼 시간 내어 둘러보시길 권한다. 

일 년 동안 토종씨앗을 심어 가꾸고 증식하여 여러 농민들에게 토종씨앗을 보급하는 토종 증식포 사업을 여러 해 이어오고 있다. 올해도 6군데의 증식포를 운영하여 찰옥수수, 푸른독새기콩, 물고구마, 던덕깨, 메밀, 사과참외, 여러 가지 동부류, 쥐이빨옥수수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토종작물을 심고 거두었다. 긴 장마에 녹아내리기도 하고 풀에 치여 사라지기도 했지만 땅의 사람 여성농민은 그 어려운 환경에서도 토종씨앗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 도민 여러분들이 토종씨앗에 더 관심을 가지고 농사도 지어 토종씨앗이 더 멀리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연주.
김연주.

전업농이 된 지 5년 차. 농민으로 살면서 느끼는 일상을 가볍게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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