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난개발과 환경 오염 이슈에 대해 더이상 깜짝 놀라지 않는다. 관련 이슈는 "또 그 얘기?" 라는 말과 함께 옆으로 밀린다. 경각심이 마비되고 있다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제주투데이는 [헐! 제주] 코너를 통해 제주의 다양한 환경 문제를 예민하게 바라보고자 한다. [헐! 제주]에 싣는 기고는 '생태적지혜'와 '프레시안'에 함께 게재된다.<편집자 주>

신수연 씨는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에서 활동한다. 바다의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하고, 정책 변화를 모색한다. 사진은 수중 조사 중인 신수연 씨.(사진 제공=파란)
신수연 씨는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에서 활동한다. 바다의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하고, 정책 변화를 모색한다. 사진은 수중 조사 중인 신수연 씨.(사진 제공=파란)

지도를 반 바퀴 돌려보자! 제주도, 특히 제주 바다는 태평양을 향한 ‘맨 앞’으로 한반도에서 쿠로시오 난류가 가장 먼저 닿고 수온 변화가 가파른 곳이다. 탁 트인 푸른 바다 경관을 찾던 우리의 시선을 제주의 해안과 물속으로 옮겨보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의 징후들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두 달 전, ‘기후 위기의 맨 앞, 제주 바다의 증인들’이라는 타이틀로 기상학자, 언론사 기자, 생활사 연구자, 어촌계장과 해녀, 해양생태학자, 생태예술가가 제주 바다의 현재를 증언하는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제주 바다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바다사막화, 갯녹음

가장 여러 차례 언급된 위기의 징후는 바다 사막화, 즉 ‘갯녹음 현상’이다. 다큐멘터리 ‘할망바당(할머니 해녀들이 주로 물질하는 수심 5미터 내외의 얕은 바다)’ 제작팀의 김용원 KCTV 기자는 미역, 톳, 모자반 등 해조류가 사라지고 하얀 석회조류만 남은 갯녹음 현상이 확산되어 해녀 공동체 역시 소멸 위기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바닷물이 빠지면 펼쳐지는 조간대 해역부터 수심 7미터의 얕은 조하대 바다는 제주도 내 어촌계 100여 곳이 물질하고 조업하고 관리하는 마을 어장인데, 갯녹음 현상으로 제주 마을 어장 1만 4천여 헥타르 가운데 36%인 5천여 헥타르의 바다가 하얗게 변했다. 2019년 기준 해조류 생산량은 1,800여 톤으로 30년 동안 92%나 급감했고, 특히 얕은 바다에서 자라던 우뭇가사리나 톳 수확량은 10년 전과 비교해 80% 가까이 줄어들었다. 해조류가 사라지면서 이를 먹이로 하는 소라 생산량도 지난 10년 사이 32.5%가 줄어드는 등 해양 생태계가 연쇄적으로 무너지고 있다.

산방산 아래 사계 해안에 드러난 갯녹음 모습_(사진=파란 제공)
산방산 아래 사계 해안에 드러난 갯녹음 모습_(사진=파란 제공)

가파도 어촌계장이자 해녀인 유용예 님 역시 낭떠러지같이 급격한 바닷속 변화에 대해 증언했다. 모슬포에서 배로 10~15분이면 도착하는 나지막한 지형의 가파도에는 130명의 주민들이 사는데, 어업인은 78명(해녀 46명)이다. 해녀들이 물질하다가 발에 감길까 걱정할 정도로 무성했던 미역이 지금은 거짓말처럼 싹 사라졌단다.

2019년, 가파도 서쪽 지역을 제외하고 미역이 자라지 않았고, 2020년에는 전역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2018년을 기점으로 모자반이 사라지고, 가파도 어디서나 자라던 톳이 2020년부터는 채취할 수 없을 정도로 짧은 상태에서 자라질 못한다. 미역, 톳, 모자반이 사라지자 연쇄적으로 성게, 소라, 전복, 어류까지 먹이 활동이 어려워지며 가파도의 바다 생태계와 해녀들의 삶이 흔들린다. 가파도 해녀들 46명은 아직 남아있는 뿔소라 채집에만 의존하여, 경쟁하는 상황이다. 마라도에서 가파도로, 서귀포 모슬포로, 그리고 제주 전역으로 확산된 바다 사막화, 갯녹음 현상의 주요 원인은 수온 상승과 연안 오염으로 지목된다.

하나의 생물종이 사라지면 그 종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 균형을 이루던 관계된 종도 사라진다는 점에서 멸종은 파급력이 크다. 해조류는 여러 해양 생물의 먹이원이자 은신처, 산란장 역할을 하기에 산호 군락과 더불어 바다 생태계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광합성을 통해 바닷속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만드는 역할을 해서 최근에는 탄소흡수원으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갯녹음 원인에 대한 규제와 복원 대책이 필요할 텐데 현실은 어떠할까.

제주의 연안 오염원인 과도한 농약과 화학비료, 가축 분뇨, 양식장 배출수, 넘치는 오폐수, 해안 매립 및 개발사업에 대한 지적은 반복되지만, 규제와 복원 대책은 갈 길이 멀다. 갯녹음 대책으로 수심 15m에서 20m 사이 바다에서 인공어초 및 바다숲 조성 사업이 시행 중이지만, 그 효과에 대한 논란이 있으며, 정작 갯녹음 현상이 가장 심각한 수심 7미터까지의 얕은 바다에는 복원을 위한 정책이 부재한 상황이다.

해결의 실마리, 보호구역

수질, 염분, 퇴적층, 광량, 해류 등 바닷속 생태계 변화 원인을 구체적으로 헤아리는 것은 사실 무척이나 복잡하다. 원인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그에 맞는 적절한 전환 대책을 수립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기상학과 해양학, 생물학 같은 자연과학 분야의 연구는 물론이고 정책과 재정, 산업과 문화 등에 대한 분석, 논의도 함께여야 한다. 기후생태 위기 속 적응과 전환이라는 복잡한 과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아보자.

2021년 6월, IPBES(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서비스에 관한 정부간 과학 정책 플랫폼)와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생물다양성과 기후 변화에 관한 공동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그동안 각국 정부가 기후 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을 각각의 문제로 생각했고, 정책 대응 역시 분리되어 있었는데 ‘기후 문제와 자연생태계 붕괴’는 서로 긴밀히 얽혀있어 통섭적 시각과 국제적 노력으로 다룰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론이다. 급격한 기후 변화, 빈번해지는 재난과 재해, 15분에 한 종씩 멸종하는 이 세계가 위기라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연생태계를, 그리고 바다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자는 것에도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울창했던 문섬 앞 모자반 군락(사진 제공=파란)
울창했던 문섬 앞 모자반 군락(사진 제공=파란)

전 세계는 2015년 파리 기후협정에서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목표를 세웠었다. ‘1.5도’라는 목표처럼 자연생태계 분야에도 전 세계의 합의된 목표가 있다. 바로 30By30! 2022년 몬트리올에서 열린 생물다양성협약에서 합의한 2030년까지 육상·해양 전체 면적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관리하자는 약속이다.

생물종과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자 자연을 지키는 보루인 보호구역! 한국의 해양보호구역은 아직 목표치에 턱없이 모자란 2.46%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난 연말 국토의 30% 수준으로 보호지역을 확대  ‘2030 국가보호지역 확대 이행계획’을 의결하였다. 이 목표치는 규제가 적용되는 ‘보호지역’과 규제는 없지만 생물다양성 보전에 기역 관리하는 ‘자연공존지역’도 포함하는 수치이다.

새해를 맞이하기 직전, 제주에도 해양보호구역 관련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서귀포 관광잠수함이 운항 불허 조치가 된 것과 오조리 갯벌이 습지보호지역으로 신규 지정됐다는 소식이다. 서귀포 문섬과 범섬 일대는 연산호 군락을 포함 희귀한 동식물의 서식처와 생태, 경관가치를 인정받아 2000년에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관광잠수함 운항으로 인해 문섬 암반과 산호 군락이 훼손된 사실을 환경활동가들이 기록하여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훼손 사실이 공식 확인되어 운항 불허 조치가 내려졌다. 이는 앞으로 대폭 확대 지정될 ‘해양보호구역’의 주요 과제를 시사한다. 해양생태계 보호라는 가치와 수산·양식·관광 등 기존 산업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경합하는 사례가 빈번해질 텐데 어떻게,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를 끌어낼지 말이다.

수온 상승, 연안 오염, 갯녹음, 해수면 상승, 해양 산성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알리는 각종 지표들이다. 우리는 몸살을 앓고 있는 제주 바다의 위기의 징후 앞에 서 있다. 이제는 정말 방향의 전환을 결정해야 한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